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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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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일 00시 07분 등록
생텍쥐페리가 쓴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인연’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지금 내가 보기에는 당신은 아직 수많은 다른 소년들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어린 소년에 불과하지요. 그래서 나는 당신이 없어도 괜찮아요. 당신도 또한 내가 없어도 괜찮을 거예요. 당신이 보기에 난 수많은 여우와 다를 게 없으니까요. 그러나 만일 당신이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떨어질 수가 없게 돼요. 당신은 나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단 하나의 유일한 존재가 될 것이고, 나 역시 당신에게 있어 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친구가 될 거에요……”

특별한 인연은 유일한 의미를 공유합니다. 그래서 소중합니다. 인연이 맺어지면 일상이 달라집니다. 세상이 변해서가 아닙니다. 마음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맥락이 달라지고, 만물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여우의 입을 빌리면 이렇게 달라집니다.

“당신의 발소리는 다른 사람들의 발소리와 다를 거예요. 다른 사람의 발소리를 들으면 땅굴로 들어가 버리지만 당신의 발소리를 들으면 음악이라도 듣듯이 굴에서 뛰어 나올 거예요. 그리고 저길 봐요. 저기 보이는 푸른 밀밭은 어때요? 나는 빵 같은 건 먹지 않기 때문에 밀은 나에게 소용이 없어요. 밀밭을 본댔자 나에게 생각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그건 정말 슬픈 일이지요. 그런데 마침 당신의 머리칼은 금빛이군요. 당신이 나를 친구로 삼아 주면 당신의 금빛 머리칼은 더욱 아름답게 보일 거예요. 황금빛 밀을 보면 당신 생각이 나겠지요. 그러면 밀밭은 일렁이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들어도 즐거울 거예요……”

예술은 익숙한 것을 낯설 게 만듭니다. 이것이 예술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즉, 예술은 너무 익숙해서 눈길을 주지 않던 것에 마음길을 내어 새롭게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소중한 인연 역시 예술과 다를 봐 없습니다. 사람과의 인연이 그렇고, 책과의 인연도 그렇습니다. 사물과의 인연도 마찬가지입니다. 같은 책이라도 내 손길이 많이 간 책은 다릅니다. 그런 책 몇 권을 곁에 두고 가끔씩 들춰 보면 늘 남다른 느낌이 듭니다. 책 5권을 함께 쓴 노트북은 모양과 사양이 똑같은 노트북과 완전히 다른 존재입니다. 그 노트북과 나 사이에 특별한 경험과 의미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새 노트북을 사고서도 오래된 낡은 노트북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아주 오랫동안 갖고 있을 겁니다. 소중한 인연이니까요.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 The Fox and The Little Pri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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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0.01 10:23:39 *.206.74.150
좋은 계절에 의미있는 글이네요...
선배, 추석 잘 보내고요 더욱 풍성한 가을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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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0.02 10:38:39 *.10.137.129
그러게 ㅋㅋ
모든 일은 연습이 필요한 법.
그럼 다시, 추석 잘 보내~!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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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10.02 01:33:53 *.255.183.149
하하, 누나 말 편하게 놓기로 했는데 ^_^
즐거운 추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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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희
2009.10.01 22:17:21 *.12.21.156
'어린왕자' 이 책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책인데.... 그 중에서도 여우만 만나는 부분....하하.
여우는 자신을 길들여 달라고 말하며 그건 참을성이 필요하다고 말하죠. 그리고  특별한 의식을 만들어  자신을 길들인 어린왕자가 떠날 때 여우는 눈물을 흘리지만 밀밭색깔 때문이라고 하죠. 
여우는 어린왕자가 키우는 장미꽃에 대한 비밀도 알려 주죠. 그 장미가 소중한 건 그 꽃을 위해 소비한 시간때문이라는 것을. 또한 자신이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다는 것을. 

누군가 저에게 다가와 길들이려 할 때 이 대목(아주 긴 내용이지만)을 곱게 적어 보낸 적이 있답니다.
마음 길을 내며 다가 온 인연들이  영원하기를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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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10.02 01:36:13 *.255.183.149
<어린 왕자>는 여백과 여운인 것 같아요.
마음을 단순하고 맑게 만들어주는 책. ^_^
누나, 즐거운 추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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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2009.10.03 18:32:03 *.220.146.227
저도 제일 좋아하는 책 중의 하나인데 한 동안 잊고 살았던 구절들을 덕분에 다시 떠올려 봅니다. 책소개 항상 잘 읽고 있습니다. 즐거운 추석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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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10.03 23:56:32 *.255.183.149
앨리스 님, 고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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