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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6일 23시 53분 등록

『비이성의 시대』는 변화를 다룬다. 핵폭발 사고, 무정부주의의 팽배 등 세계적으로 중대한 사안이 아니라 내 집 마련, 결혼 등 개인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변화를 다룬다. 개인들에게 절실한 주제이면서도 원인 분석이 거시적이어서 믿음직하다. 찰스 핸디는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변화는 단절적인 변화라 주장한다. 이러한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행동의 변화가 필요함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 슬픈 미래를 맞을 것이라 경고하면서도 조바심을 가지지 않도록 여러 번 배려한다. 이것이 찰스 핸디가 지닌 매력이다. 상황은 분명 힘겹지만, 희망을 찾아내어 긍정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다.


"나는 이런 단절성이 결코 파국이 아니며 그럴 필요도 없다고 본다. 오히려 나는 단절적인 변화는 전차 궤도를 따라 맴도는 사회, 기존의 궤적과 방향 지시 등에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서 (그것이 아무리 따분해도) 기존 방식만을 선호하는 그런 사회가 '가지 않은 길'을 모색하고 새로운 관점을 찾아 전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싶다." (p.21)


책은 개인과 조직 생활이 어떻게 달라질 것인지를 논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총3부로 구성된 목차는 변화, 노동, 생활로 이어진다. 1부 <변화>는 조직이 달라지고 있고 노동의 형태가 변화할 것이라 주장한다. 한 마디로 '회사의 쇠퇴'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 대처하기 위해 '뒤집어 생각하기'를 제안하고, 학습의 중요함을 역설하며 '변화를 실현하는 학습 이론'을 제시했다. 2부 <노동>에서는 단절적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 형태로 토끼풀 조직, 연방제 조직, 트리플 I 조직을 제시한다. 핸디의 독창적이고 통찰력 있는 혜안이 돋보이는 개념들이다.


3부는 이러한 변화가 생활에까지 미쳤을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보여 준다. 핸디의 다른 저서를 통해서도 알려진 '포트폴리오'에 대한 설명은 다가올 사회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지혜로운 통찰이 담긴 키워드다. 3부는 노동 시간이 단축되고 있음을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과거, 직장에서 일하느라 보낸 시간은 10만 시간이었지만, 찰스 핸디는 앞으로는 5만 시간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1989년에 책의 초판이 출간되었으니 20여년 전에 내놓은 전망이다. 그의 예상은 얼마나 적중했을까? 궁금하여 OECD가 내놓은 통계연보를 검색해 보았더니 찰스 핸디의 5만 시간 노동시간은 이미 현실이 되어 있었다.
1)


찰스 핸디는 단절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지도, 비관하지도 않는다. 따뜻한 목소리로 지금 우리에게 어떤 파도가 몰려오고 있는지 알려준다. 독자들은 그의 호의적인 경고를 듣고 변화에 대비한다. 그는 문제만 제기한 것이 아니라 몇 가지의 소중한 대안을 제시했다.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이미 인식한 분들이라면 3장 '이론', 4장 '토끼풀 조직', 7장 '포트폴리오' 만이라도 읽어서 그의 혜안을 얻어내면 될 것이다. 그의 조언들을 실천하면 파도에 휩쓸려가지는 않을 것이다.

 


조지 버나드 쇼는 일찍이 모든 진보는 비이성적인 사람에 의해 일어난다고 말한 바 있다. 그의 요지는 이성적인 사람은 스스로를 세상에 맞추지만, 비이성적인 사람은 세상을 스스로에게 맞추려하므로 모든 변화는 비이성적인 사람에게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이미 비이성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많은 영역에서 미래가 우리 자신에 의해 유리하게 만들어지는 그런 시대, 유일한 것은 유효한 예측은 그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뿐인 그런 시대, 따라서 개인 생활은 물론 공공생활에서도 대담한 상상력이 필요하고 그럴 법하지 않은 사고와 비이성적인 행동이 필요한 그런 시대.

내가 이 책을 집필하는 목적이 바로 여기에 있다. 이미 곁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제대로 이해해서 개인은 물론 사회 전체적으로 고통은 줄이고 이익은 늘려보자는 것이다. 어쨌든 변화는 성장의 다른 표현이며 학습의 동의어다. 우리 모두는 성장하고 학습하는 능력이 있으며, 본인이 바라는 것일 경우 이를 기꺼이 즐길 수 있다.

- 찰스 핸디, 『비이성의 시대』, 21세기북스


1)
찰스 핸디는 25년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5만 시간 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 2,000시간 일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2007년 기준 우리나라 근로자의 연간 노동시간은 2316시간이다.(OECD 2009년 통계연보) 찰스 핸디의 예상이 빗나간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 국가 30개국 가운데 가장 많은 노동시간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1위 네덜란드는 연간 노동시간이 1392시간으로 한국의 60% 수준이다. 조사 대상에서 2000시간이 넘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한국도 더디지만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1983년에는 2734시간, 1994년에는 2471시간이었다.(세계일보 2006.7.22일자) 24년 동안 418시간 줄었다. 매년 17시간씩 줄어든 셈이다. 한국에서는 다소 더디게 진행되지만, 감소 현상은 이미 보편화되었다. 핸디의 말처럼 조직이 노동자들의 시간을 적게 사용하면서 조직을 운영할 방법을 터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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