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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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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19일 00시 01분 등록
“겨울에 숲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여름의 푸르름이 시야를 가로막던 것과 달리, 한 그루씩 또는 한꺼번에 나무들의 뚜렷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또 그들이 뿌리내린 땅을 볼 수 있다. (...)

겨울은 눈앞의 풍경을 깨끗이 치워준다. 혹독하긴 하지만, 그럼으로써 우리에게 자기 자신과 서로를 더 분명히 볼 수 있는 기회, 우리 존재의 밑바닥까지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 파커 J. 파머 저,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중에서

우리 집 주변에는 나무가 몇 그루 있습니다. 그 중 꽤 큰 가죽 나무가 있는데 집 가까이에 붙어 있어 창문으로 잘 보입니다. 이 집에서 산지 5년이 넘었지만 꽃이나 식물에 관심이 없는 저는 한 번도 이 나무에 눈길을 준 적이 없었습니다. 

올해 초여름 햇살이 좋은 날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나무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을 읽다가 눈이 피곤해 창밖으로 눈을 돌렸는데 나무 가지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쳐다보니 이번에는 초록색 잎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잎이 끊임없이 움직였습니다.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았지만 아주 약한 바람에도 잎은 춤을 추고 있는 듯 했습니다. 자세히 보니 춤추는 모습이 모두 달랐습니다. 잎들이 멈추지 않는 바람을 반주 삼아, 쏟아지는 햇살을 파트너 삼아 춤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홀했습니다. ‘아, 저 나무가 저렇게 아름답구나.’ 

이날 이후 이 가죽나무는 조금씩 천천히 제 벗이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이 나무가 가죽나무란 것도 몰랐습니다. 친구가 되려면 이름을 알아야 할 것 같아 아버지에게 여쭤보니 ‘가죽나무’라고 하셨습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가죽나무를 영어로는 ‘Tree of Heaven’이라고 합니다. 멋진 이름을 가진 친구입니다.

친해질수록 이 친구의 변화가 눈에 들어옵니다. 여름에는 흰색의 소박한 꽃을 피웠고, 어느 날에는 타원 모양의 작은 열매도 열렸습니다. 요즘 이 친구는 겨울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열매가 떨어지고 잎도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하루에 몇 번씩 뭔가를 떨어뜨리는 소리를 냅니다. 아마 불필요한 가지들을 떨어내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 

이제 겨울이 되면 잎의 군무(群舞)를 볼 수 없고, 잎을 보며 피곤한 눈을 달래지도 못할 겁니다. 대신에 이 친구가 겨울을 준비하는 모습을 배우고 싶습니다. 아마 이 친구에게도 겨울은 힘겨운 계절일 겁니다. 그럼에도 이 친구는 겨울을 피하지 않고 준비합니다. 힘든 겨울을 스스로를 새롭게 하는 기회로 삼습니다.

제 삶에도 겨울처럼 힘든 시기가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겁니다. 돌아보면 삶의 겨울을 이 친구처럼 보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저도 이 친구처럼 겨울을 보내려 합니다. 겨울을 피하지 않는 용기와 미리 준비하는 지혜, 그리고 스스로를 거듭나게 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합니다. 
IP *.255.18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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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09.10.19 18:47:37 *.249.57.230
승완아~ 소풍 때 노래 흑기사 너무 고마왔어^^
너랑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느끼는 건데 너 참 밝고 좋은 사람이야..
아마 너의 그 밝음이 너는 물론이고 주변 사람들의 겨울까지도 따듯하게 해 줄 것 같아^^
변경영을 통해 알게 되어 고맙고, 너의 삶에 언제나 봄날의 햇살 가득하기를 믿고 응원할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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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10.19 23:57:59 *.255.183.61
누나, 이번 꿈벗 모임 정말 즐거웠어요.
오랜 만에 꿈벗들 만나서, 너무 즐겁고 좋아서 제가 주책이 많았지요. ^_^;
누나 고마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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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완
2009.10.19 23:56:19 *.255.183.61
어려운 시절을 어떻게 보내는가, 제게 중요한 주제 중 하나입니다.
언젠가 이 주제로 책을 한 권 써보고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
제가 인생의 겨울을 잘 보낸 후에 말이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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