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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4일 19시 10분 등록
독립성은 좋은 것이다. 경제적 독립은 마트에서 쇼핑을 할 때 지갑에 돈이 있는지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기분 좋은 것이고, 정신의 독립은 나만의 사유의 흐름을 따라 삶을 선택하는 자유로운 삶을 안겨다 주었다.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네 발로 바닥을 기어다니던 내가 처음으로 나의 두 발로 세상 위에 우뚝 섰을 때 느꼈을 법한 뿌듯함과 행복감이 독립성이 주는 선물이다. 나는 스무 살 이후로, 줄곧 독립성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아니, 독립성을 지켜 내기 위해 세상과 선한 싸움을 벌여왔다는 것이 더욱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독립성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에는 나의 의무와 소원이 무엇인지 나보다 더욱 잘 안다고 확신하는 어른들의 애정어린 (그러나 부작용이 심한) 조언으로 인해 독립적인 사람이 되지 못했다. 성인이 되고 부터는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의식하느라 독립성을 갖추는데 불필요한 시간들을 낭비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자기신뢰』를 1/3 정도 읽었을 때, 이 책은 내가 독립적인 개인이 되도록 한껏 도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세상에 나의 소리를 내지 못하는 까닭은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었음을 깨닫게 해 주었다. 스스로 자신감이 넘친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집 안에서의 자신감'이었다. 나는 진정으로 내가 세상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재능과 가능성을 가졌음을 믿었다. 그러나 이것은 자신감의 전부가 아니었다. 집 밖에서는 그 재능과 가능성을 한껏 펼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을 확신있게 전하지 못했고, 스스로 생각하여 얻어 낸 사색의 결론들은 한껏 주장하지도 못했다. 나에게는 '세상에서의 자신감'이 결여되어 있었던 것이다. 난 '집 안에서의 자신감'과 '세상에서의 자신감' 그 사이 어딘가에서 머물러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에 대한, 자신감에 대한 인식론적인 전환이었다. 이 책을 읽고서 나는 좀 더 독립적인 사람이 되었다. 나를 흔들었던 구절 중에 하나를 소개하며 책을 추천한다.


"내가 해야 할 일은 모두 내게 관계된 것이지, 다른 사람들이 내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이 아니다. 이 기준을 지키는 것은 일상 생활이나 지적인 생활에서 똑같이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과 하찮은 것을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다. 세상에는 당신의 의무가 무엇인지 당사자인 당신보다 더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항상 있게 마련이므로 이 기준을 지키는 일이 어렵다.
세상에 살면서 세상의 의견을 좇아 생활하는 것은 쉽다. 혼자 있으면서 자신의 의견에 따라 살아가는 것도 쉽다. 하지만 위대한 사람은 시끄러운 군중 속에서도 온화한 태도로 혼자 있을 때와 같은 독립성을 유지한다."

- 랄프 왈도 에머슨, 『자기신뢰』, 이팝나무
   Ralph Waldo Emerson,『Self-Reliance』



※ 한국어 제목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2009년에 서로 다른 출판사에서『세상의 중심에 너 홀로 서라』와 『자기신뢰』라는 제목으로 이 책을 번역 출간하였고, 이전에는 하늘아래 출판사에서 『자신감』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적이 있습니다. 비교하여 읽지 않아 어떤 번역본이 좋은지는 모르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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