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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26일 00시 21분 등록
사회 철학자이자 작가인 찰스 핸디는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라는 책에서 ‘현대판 연금술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가 말하는 연금술사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사람, 다시 말해 ‘평범한 것 속에서 비범한 것을 찾아내거나 남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일을 해내는 사람’을 말합니다. 찰스 핸디는 이 책에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29명 연금술사들의 삶을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연금술사의 가장 좋은 사례는 다름 아닌 찰스 핸디 그 자신입니다. 

찰스 핸디는 다국적기업의 간부에서 런던경영대학원 교수 등을 거쳐 작가 겸 강연가로 독립했습니다. 그가 조직에서 독립한 해는 1981년으로 ‘1인 기업가’라는 개념이 등장하기도 전입니다. 그때 이후 25년 넘게 자신이 주창한 ‘포트폴리오 생활자(1인 기업가와 비슷한 개념)’로써 성공과 행복을 모두 누려온 것을 보면, 찰스 핸디를 ‘1인 기업가’의 선구자라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핸디가 조사한 연금술사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 중 하나는 그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 ‘결정적 인물들’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은 연금술사의 본보기인 찰스 핸디에게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는 <포트폴리오 인생>이란 책에서 자신의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 4명을 꼽았습니다. 4명이란 숫자가 많아 보일지 모르지만 그의 나이가 70살을 훌쩍 넘겼음을 감안하면 그리 많은 숫자도 아닐 겁니다. 

그의 삶에서 4명의 ‘결정적 인물’ 중 한 명은 그의 매니저인 동시에 몇 권의 책을 함께 작업한 동료이자 아내인 엘리자베스이고, 다른 한 명은 핸디가 옥스퍼드 대학의 고전학도가 되도록 지도한 샘 다비 선생님입니다. 나머지 2명은 핸디에게 인재교육이란 천직을 발견하도록 도와준 회사 동료 팻 켄달, 그리고 공식적인 자격을 갖추지 못한 핸디를 경영대학원의 정교수로 임명해준 런던경영대학원의 짐 볼 학장입니다. 

“연금술사들의 삶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인생 초반에 존경하는 인물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개입의 내용은 자신에 대한 믿음과 확신을 심어준 것이다. 이런 믿음과 확신이 있었기에 이들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해 ‘연금술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핸디는 이러한 결정적 인물들의 결정적인 개입을 프로이트의 표현을 빌려
‘황금의 씨앗(golden seed)’이라 불렀습니다. 황금의 씨앗을 발견하도록 도와주는 사람은 직장 상사, 사장, 부모, 교사(교수), 아내, 작가, 장인, 성직자 등 다양하지만, 이들이 수행하는 역할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협력자(파트너), 후원자(지지자), 스승(멘토). 물론 한 사람이 두 개 이상의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찰스 핸디의 경우 엘리자베스는 그가 강연가이자 작가로써 포트폴리오 생활을 실현하는 데 둘도 없는 협력자였고, 고등학교 시절 담임이자 고전 교사였던 샘 다비 선생은 핸디의 표현을 빌리면 “내 인생을 뒤바꿔 놓은 평생의 스승”이었으며, 펫 켄달과 짐 볼 학장은 핸디에게 천직의 문을 열어준 후원자였습니다. 

‘결정적 인물’의 존재는 현대판 연금술사나 찰스 핸디의 사례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평범함을 넘어 비범함으로 도약한 인물들의 삶을 들여 다 보면 그들의 인생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사람들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월든>의 저자이자 사상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에게는 에머슨이라는 스승이자 후원자가 있었고, 발레리나 강수진에게는 그녀가 “엄마”이자 “발레 인생을 열어준 스승”이라 부르는 모나코 왕립발레학교의 교장 마리카 베소브라소바가 있었으며, 혁명가 체게바라에게는 자신을 혁명의 세계로 인도하고 함께 혁명을 실천한 피델 카스트로라는 스승이자 파트너가 있었습니다. 

삶의 도약은 혼자 힘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도약 안에는 늘 어떤 사람, 협력자, 후원자, 스승의 역할을 수행하는 결정적인 인물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명한 등반가는 안내인을 데려가는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 찰스 핸디, <홀로 천천히 자유롭게>
IP *.49.20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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