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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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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2월 8일 11시 22분 등록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나 길을 잃어 혼란스러울 때, 인생의 지침이 되어줄 자신만의 원칙을 가지고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다행스럽게도 나는, 20대 초반에 나의 사명선언문을 작성하여 '한동안' 그 사명서를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10가지 자연법칙』이라는 책을 읽은 덕분입니다. 책은 시간관리에 관한 5가지 원칙과 인생관리에 관한 5가지 원칙을 담았습니다. 특히, 자신만의 지배가치를 세우라는 2번 원칙에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내가 세운 지배가치와 사명은 도덕적이고 훌륭한 행동 지침이었습니다. 보다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좋은 책들을 뒤적여 추구할 만한 가치를 뽑았던 것입니다. 내 마음 속의 '하고 싶은 일'을 들여다보기보다는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이상적이고 훌륭한 가치'가 무엇인지를 생각하며 뽑은 목록이었습니다. 근사한 목록이지만, 진짜 나의 모습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 때(2003년) 만난 책 한 권이 나를 구원해 주었습니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에 기술된 파커 파머 선생의 가르침 덕분에 소명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리 숭고한 비전(사명)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내부에서 걸러진 것이 아니라 밖에서부터 부여된 것이라면 그것은 심각한
폭력"이라는 말에 동의하였습니다. 무엇보다 나를 전율케 한 문장은 프레더릭 뷰크너의 표현이었습니다. "소명은 마음 깊은 곳에서의 기쁨과 세상의 절실한 요구가 만나는 지점이다."

자기에서 시작하여 세상의 요구를 향해 나아간다는 소명의 정의는 내 생각을 정리해 주기에 충분한 개념이었습니다. 내가 열정적으로 살 때마다, "너무 많이 이루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염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루려고 사는 것만은 아닙니다. 오래 전부터 "나는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라는 질문보다 "나는 무엇을 공헌할 수 있을까?"라를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나의 기쁨과 세상에의 공헌을 구분조차 무의미해질 때도 있습니다.

소명은 의지나 책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듣는 데서 발견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내면의 소리만 제외한 나머지 모든 소리에 열심히 귀를 기울입니다. 대중 가요를 듣고, 교수들의 수업을 듣습니다. 선생님들의 수업을 옮겨 적은 강연 노트처럼 자기 내면의 소리를 적어 두는 마음 노트가 있다면 우리는 점점 강인하고 평화로워질 것입니다. 20대 중반 이후로, 자주 일기를 쓰고 내면을 들여다보았던 까닭입니다.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장소는 먼 곳이 바니라 바로 자신의 방이다.
자기 발견을 위해서는 많은 정보보다 고독이 필요하다.
자신을 계발하는 데에는 외부의 정보보다 내부의 자원이 더욱 중요하다.
때로는 대화가 필요하겠지만, 그 순간에 더욱 필요한 것은 '침묵'이다.
때로는 독서가 필요하겠지만, 그 순간에 더욱 필요한 것은 '사색'이다."
- 이희석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진다』 p.69

소명을 찾으려는 순간에는 침묵과 사색이 필요합니다. 침묵과 사색의 깊이와 넓이를 더하기 위해 대화와 독서가 필요할 때도 있지만 사색하는 일 없이 자기 인생을 되찾기란 어렵습니다. 내가 한 일들은 곧 나의 인생인가? 지금 내 삶이 정말 내가 원하던 것인가? 파커 파머의 말처럼, 문제의 근원이 우리의 영혼(내면)일 때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여러 방면에서 정보를 수집하는 것을 별 효과가 없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꾸려나가기 위해 더 탁월한 실력을 쌓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소명을 이룰 만한 재능과 기질을 이미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자기를 대체할 필요도 없고, 부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런 사람도 되고, 저런 사람도 되려고 하면 고달파지지만, 타고난 자기 자신이 되려고 하면 삶이 자연스러워지고 편안해집니다. 파커 파머는, 소명은 성취해야 할 어떤 목표가 아니라 주어진 선물이라고, 끊임없이 속삭입니다.

소명은 발명하는 것이 아니라, 발견하여 누리는 것입니다. 신은 우리를 '지구별 여행자'로 세상에 보낼 때, 여행에 필요한 모든 것들을 어머니의 마음으로 가방에 담아 주었습니다. 우리가 할 일은 자신의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열어 보는 것입니다. 가방 안에는 재능, 관심사, 기질, 관계, 열망이 들어 있습니다. 이것을 들여다 보며 자신이 무얼 하며 살아가야 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이미 준비물은 갖고 있었던 것입니다.


소명은 해야만 하는 의무가 아니라 누려야 할 선물입니다. 좋은 것이니, 나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선물을 받았을 때 그것을 계속 살아 있게 하는 방법은 움켜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도 제게는 선물이었습니다. 읽을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나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책입니다. 여러분께도 그러한 책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어느 날 문득, 지금의 삶이 내가 원하던 인생인가, 라는 질문이 들었던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
- 2009.12.8


<추천도서> 파커 파머 저,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한문화
IP *.166.8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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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2009.12.08 14:35:34 *.248.235.10
훌륭한 희석씨.

생각도 훌륭하고  글도 훌륭하고..
이곳에 그 생각을 나누어준 것이 그중에 제일입니다.   고마워요.  현운 이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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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운
2009.12.11 10:45:29 *.74.188.162

범해 선생님.

어찌 이리 힘을 주십니까?
선생님의 말씀을 진실이라 믿고 한껏 힘을 얻습니다. ^^

짧은 댓글의 마지막 문장까지 배려가 가득하시어 깊은 감사함을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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