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 승완
  • 조회 수 4388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9년 12월 10일 00시 10분 등록
1주일 전 쯤, 곧 출간될 책의 원고를 수정할 때의 일입니다. 원고를 검토하다가 저도 모르게 입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원고 내용을 말해보면서 잘 읽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원고를 검토할 때 입을 활용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잉? 내가 뭐하는 거지, 지금!’ 순간 웃고 말았습니다. 내가 한비야 선생님을 따라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한비야 선생님은 <그건, 사랑이었네>에서 자신의 책쓰기 비밀(?) 중 하나를 이렇게 얘기합니다.

“일단 글을 쓴 후에는 전문을 큰 소리로 읽고 또 읽는다. 글이란 결국 운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문장 안에 고저와 장단이 있어야 자연스럽고 전달이 잘 된다. 소리 내서 읽으면 이런 점이 잘 드러나서 껄끄럽거나 어색한 부분을 다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문장뿐만 아니라 내용 점검도 말로 풀어서 하면 훨씬 쉽다.”

혼자 실실 웃으며 즐거워했습니다. ‘내가 한비야 선생님에게 푹 빠졌구나. 그래서 한 선생님에게 배운 것을 내게 적용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배운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푹 빠지는 거구나. 마음이 존경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거구나. 그 사람을 가슴에 품고 감정이입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모방하고 어떤 때는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거구나. 직접 배우든 책으로 배우든 이렇게 공명할 수 있구나.”

신기한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 달쯤 전인 어느 날 저녁, 갑자기 혼자 설악산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잉? 설악산이라니, 그것도 혼자!’ 느닷없는 느낌이었습니다. 등산을 즐기지도 않고, 설악산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근처에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게다가 지도책도 못 보는 엄청난 길치인 제가 혼자 간다니요.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설악산에 대한 기억이라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 때 찍은 사진 한 장뿐입니다. 처음에는 ‘이러다 말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설악산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그럼 조만간에 북한산이나 한 번 가지, 뭐.’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홀로 설악산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져 언젠가 설악산에 가야 할 것 같다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한비야 선생님의 책을 읽다가 눈이 커졌습니다.

“산이라면 어느 산인들 정이 가지 않으리오마는 서울 북한산을 빼고 내가 제일 자주 찾는 산이 바로 설악산이다. 복잡한 일이 생겼을 때, 새로운 친구와 더 친해지고 싶을 때, 외국에서 손님이 올 때, 그냥 서울을 잠시 벗어나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등.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술 마실 구실을 찾는 것처럼 나도 갖가지 이유를 달아 설악산에 오른다.

그래서 구석구석 눈에 익고 발에 익었다. 설악산 산행은 어디를 가도, 언제 가도, 누구와 가도 늘 특별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 한비야,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중에서

이 부분을 읽으며 놀랐습니다. 그리고 신기했습니다. 우연이겠지요. 그런데 절묘합니다. 그래서 설악산을 한비야 선생님과의 인연이자 신의 표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는 한비야 선생님이 세계 여행의 마침표 삼아 홀로 떠난 우리나라 국토종단기를 담은 책입니다. 그녀는 이 여행과 책을 마치면서 세계여행이라는 인생의 큰 목표 하나를 이뤘습니다. 한 선생님이 인생의 중요한 한 장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설악산에 올랐듯이 저도 설악에서 뭔가 깨닫게 될 것 같습니다. ‘가자, 설악산에, 혼자!’
IP *.238.40.80

프로필 이미지
범해
2009.12.11 00:29:16 *.248.91.49
설악에 혼자 가는 것은 좋은데...
산을 오를 때는 꼭 사람들과 함께 다녀야합니다.

술냄새 푹푹 풍기는 사람들 말고
더덕향기 품은 사람들을 뒤따라 올라가세요.
그리고 갈림길에서는 절대  혼자가면 안됩니다.

산길을 익혀 혼자서도 충분히 되돌아올만큼 눈이 밝아지면...
그때는 홀로 가도 됩니다.

나는 백두산을 오르기 위해
예비훈련차 설악에 올랐다가
일행을 두시간이나 기다리게 한 적이 있었어요.
결단코 원하지않았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다리가 말을 듣지않아.... 그 자리에 멈춰섰고...거의 업히다시피  내려왔는데
사람들이 정말 그만하길  천만 다행이라고 했었어요.

노파심....아니예요.   산과 친구가 되려면...우선 산을 익혀야합니다.  천천히...자유롭게.... 그리고   홀로.~
프로필 이미지
승완
2009.12.12 00:44:39 *.49.201.153
네, 큰일 나실 뻔 했네요.
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겸손하게 산에 오르면 산도 잘 받아줄 거라 생각해요. ^_^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북리뷰 안보이시는 분들 일단 파일첨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4] 관리자 2009.03.09 91111
738 나누고 싶은 時 그리고 詩 라비나비 2012.04.09 4393
737 부끄러움 [1] 차칸양 2009.07.23 4394
736 단순하고 실용적인 의사결정 도구, 10-10-10 승완 2009.09.21 4394
735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에서 최선을 다하라” [2] [1] 승완 2009.11.30 4394
734 북리뷰 1.[신화와 인생]을 읽고(박상현) file [2] 박상현 2010.02.14 4394
733 "신화와 인생"-6기 후보자 김창환 야콘 2010.02.15 4394
732 1. 신화와 인생 (노미선) 별빛 2010.02.15 4394
731 첫번째, 신화와 인생 북 리뷰 윤인희 2010.02.15 4394
730 4. 기억 꿈 사상(융) 불가능은 없다. 생각의 차이와 한계... 윤인희 2010.03.07 4394
729 <북리뷰>눈먼 시계공 구름을벗어난달 2010.11.23 4394
728 [8기 지적레이스 4주차/ 정나라] 선배님들! SOS칩니다. 조... [17] 터닝포인트 2012.03.06 4395
727 혼자 있기와 혼자 놀기는 본질적으로 성찰이다 승완 2009.08.13 4396
726 제국의 미래 이승호 2009.03.08 4397
725 6기 < 신화와 인생 > 김연주 2010.02.15 4397
724 [먼별3-25] <헤르만 헤세의 "예술"> 헤세는 예술이 뭐라 생... [2] 수희향 2011.03.02 4397
723 '신화와 인생' Review (박현주) 박현주 2010.02.15 4398
722 다석 마지막 강의 맑은 김인건 2010.03.24 4398
721 [예비7기] 4주차_서양문명을 읽는 코드-신_김용규 file [1] 김서영 2011.03.14 4398
720 10-2리뷰 블루오션(김위찬과 르네 마보안 지음) 인희 2010.10.11 4399
719 인생도처유상수 -유홍준- 나선 2011.11.29 4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