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승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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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일 전 쯤, 곧 출간될 책의 원고를 수정할 때의 일입니다. 원고를 검토하다가 저도 모르게 입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원고 내용을 말해보면서 잘 읽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제까지 원고를 검토할 때 입을 활용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잉? 내가 뭐하는 거지, 지금!’ 순간 웃고 말았습니다. 내가 한비야 선생님을 따라하고 있다는 걸 깨달은 겁니다. 한비야 선생님은 <그건, 사랑이었네>에서 자신의 책쓰기 비밀(?) 중 하나를 이렇게 얘기합니다.
“일단 글을 쓴 후에는 전문을 큰 소리로 읽고 또 읽는다. 글이란 결국 운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문장 안에 고저와 장단이 있어야 자연스럽고 전달이 잘 된다. 소리 내서 읽으면 이런 점이 잘 드러나서 껄끄럽거나 어색한 부분을 다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문장뿐만 아니라 내용 점검도 말로 풀어서 하면 훨씬 쉽다.”
혼자 실실 웃으며 즐거워했습니다. ‘내가 한비야 선생님에게 푹 빠졌구나. 그래서 한 선생님에게 배운 것을 내게 적용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배운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푹 빠지는 거구나. 마음이 존경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거구나. 그 사람을 가슴에 품고 감정이입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모방하고 어떤 때는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거구나. 직접 배우든 책으로 배우든 이렇게 공명할 수 있구나.”
신기한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 달쯤 전인 어느 날 저녁, 갑자기 혼자 설악산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잉? 설악산이라니, 그것도 혼자!’ 느닷없는 느낌이었습니다. 등산을 즐기지도 않고, 설악산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근처에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게다가 지도책도 못 보는 엄청난 길치인 제가 혼자 간다니요.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설악산에 대한 기억이라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 때 찍은 사진 한 장뿐입니다. 처음에는 ‘이러다 말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설악산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그럼 조만간에 북한산이나 한 번 가지, 뭐.’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홀로 설악산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져 언젠가 설악산에 가야 할 것 같다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한비야 선생님의 책을 읽다가 눈이 커졌습니다.
“산이라면 어느 산인들 정이 가지 않으리오마는 서울 북한산을 빼고 내가 제일 자주 찾는 산이 바로 설악산이다. 복잡한 일이 생겼을 때, 새로운 친구와 더 친해지고 싶을 때, 외국에서 손님이 올 때, 그냥 서울을 잠시 벗어나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등.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술 마실 구실을 찾는 것처럼 나도 갖가지 이유를 달아 설악산에 오른다.
그래서 구석구석 눈에 익고 발에 익었다. 설악산 산행은 어디를 가도, 언제 가도, 누구와 가도 늘 특별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 한비야,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중에서
이 부분을 읽으며 놀랐습니다. 그리고 신기했습니다. 우연이겠지요. 그런데 절묘합니다. 그래서 설악산을 한비야 선생님과의 인연이자 신의 표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는 한비야 선생님이 세계 여행의 마침표 삼아 홀로 떠난 우리나라 국토종단기를 담은 책입니다. 그녀는 이 여행과 책을 마치면서 세계여행이라는 인생의 큰 목표 하나를 이뤘습니다. 한 선생님이 인생의 중요한 한 장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설악산에 올랐듯이 저도 설악에서 뭔가 깨닫게 될 것 같습니다. ‘가자, 설악산에,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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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글을 쓴 후에는 전문을 큰 소리로 읽고 또 읽는다. 글이란 결국 운율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문장 안에 고저와 장단이 있어야 자연스럽고 전달이 잘 된다. 소리 내서 읽으면 이런 점이 잘 드러나서 껄끄럽거나 어색한 부분을 다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문장뿐만 아니라 내용 점검도 말로 풀어서 하면 훨씬 쉽다.”
혼자 실실 웃으며 즐거워했습니다. ‘내가 한비야 선생님에게 푹 빠졌구나. 그래서 한 선생님에게 배운 것을 내게 적용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배운다는 것은 그 사람에게 푹 빠지는 거구나. 마음이 존경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 거구나. 그 사람을 가슴에 품고 감정이입하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모방하고 어떤 때는 나도 모르게 따라하게 되는 거구나. 직접 배우든 책으로 배우든 이렇게 공명할 수 있구나.”
신기한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한 달쯤 전인 어느 날 저녁, 갑자기 혼자 설악산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잉? 설악산이라니, 그것도 혼자!’ 느닷없는 느낌이었습니다. 등산을 즐기지도 않고, 설악산에 대한 특별한 추억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근처에 아는 사람도 없습니다. 게다가 지도책도 못 보는 엄청난 길치인 제가 혼자 간다니요. 참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설악산에 대한 기억이라곤 고등학교 시절 수학여행 때 찍은 사진 한 장뿐입니다. 처음에는 ‘이러다 말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계속 설악산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그럼 조만간에 북한산이나 한 번 가지, 뭐.’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홀로 설악산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져 언젠가 설악산에 가야 할 것 같다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그러다 며칠 전 한비야 선생님의 책을 읽다가 눈이 커졌습니다.
“산이라면 어느 산인들 정이 가지 않으리오마는 서울 북한산을 빼고 내가 제일 자주 찾는 산이 바로 설악산이다. 복잡한 일이 생겼을 때, 새로운 친구와 더 친해지고 싶을 때, 외국에서 손님이 올 때, 그냥 서울을 잠시 벗어나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 등. 술 좋아하는 사람들이 술 마실 구실을 찾는 것처럼 나도 갖가지 이유를 달아 설악산에 오른다.
그래서 구석구석 눈에 익고 발에 익었다. 설악산 산행은 어디를 가도, 언제 가도, 누구와 가도 늘 특별하고 좋은 시간이었다.”
- 한비야,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중에서
이 부분을 읽으며 놀랐습니다. 그리고 신기했습니다. 우연이겠지요. 그런데 절묘합니다. 그래서 설악산을 한비야 선생님과의 인연이자 신의 표지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는 한비야 선생님이 세계 여행의 마침표 삼아 홀로 떠난 우리나라 국토종단기를 담은 책입니다. 그녀는 이 여행과 책을 마치면서 세계여행이라는 인생의 큰 목표 하나를 이뤘습니다. 한 선생님이 인생의 중요한 한 장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설악산에 올랐듯이 저도 설악에서 뭔가 깨닫게 될 것 같습니다. ‘가자, 설악산에, 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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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해
설악에 혼자 가는 것은 좋은데...
산을 오를 때는 꼭 사람들과 함께 다녀야합니다.
술냄새 푹푹 풍기는 사람들 말고
더덕향기 품은 사람들을 뒤따라 올라가세요.
그리고 갈림길에서는 절대 혼자가면 안됩니다.
산길을 익혀 혼자서도 충분히 되돌아올만큼 눈이 밝아지면...
그때는 홀로 가도 됩니다.
나는 백두산을 오르기 위해
예비훈련차 설악에 올랐다가
일행을 두시간이나 기다리게 한 적이 있었어요.
결단코 원하지않았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다리가 말을 듣지않아.... 그 자리에 멈춰섰고...거의 업히다시피 내려왔는데
사람들이 정말 그만하길 천만 다행이라고 했었어요.
노파심....아니예요. 산과 친구가 되려면...우선 산을 익혀야합니다. 천천히...자유롭게.... 그리고 홀로.~
산을 오를 때는 꼭 사람들과 함께 다녀야합니다.
술냄새 푹푹 풍기는 사람들 말고
더덕향기 품은 사람들을 뒤따라 올라가세요.
그리고 갈림길에서는 절대 혼자가면 안됩니다.
산길을 익혀 혼자서도 충분히 되돌아올만큼 눈이 밝아지면...
그때는 홀로 가도 됩니다.
나는 백두산을 오르기 위해
예비훈련차 설악에 올랐다가
일행을 두시간이나 기다리게 한 적이 있었어요.
결단코 원하지않았던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다리가 말을 듣지않아.... 그 자리에 멈춰섰고...거의 업히다시피 내려왔는데
사람들이 정말 그만하길 천만 다행이라고 했었어요.
노파심....아니예요. 산과 친구가 되려면...우선 산을 익혀야합니다. 천천히...자유롭게.... 그리고 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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