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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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지 않았다/ 한명석 / 북하우스/ 2009
p.24 세월이 이렇게 빠르구나 싶으면서,
혹시 좋은 시절이 다 지나간 것은 아닐까 하는 회한이 끼어든다.
아주 오랜 만에 변경연에 글을 올린다.
책이 나오기 전에 “늦지 않았다”라는 제목을 듣게 되었다.
저자는 그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진 않는 눈치였지만, 나는 찌릿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늦지 않았다!” 이만큼 이 책에 어울리는 제목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걸 나는 운명이라고 느낀다 ㅎㅎ
2006년에 저자는 변경연과 접속이 시작되었다고 책에 쓰고 있는데
생각해 보니 나도 그 즈음에 변경연 홈페이지에 드나들기 시작한 것 같다.
시간은 꽤 빠르게 지나 벌써 2010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가 느끼기에는 그다지 평범한 삶을 살아온 것 같지 않은데,
저자가 자꾸 평범하다고 하니 )
보통사람이 자신의 이름을 건 아름다운 저서 한권을 세상에 내어 놓는 일을
멀리서나마 지켜볼 수 있었다. 저자를 직접 만나 본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책을 읽다보니 마치 잘 알고 있는 것 같은 친근감도 들었다.
이러한 책들이 가져야 할 가장 큰 미덕은 책장을 다 넘기고 나서 “
그럼 나도 할 수 있겠다” "나도 늦지 않았다 고 외치고 몸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마흔은 중년에도 못 낀다고 했는데, 나는 이제 겨우 사십대에 진입해 놓고
얼마나 엄청나게 엄살을 떨어댔는지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이 책 속에는 크게 두 갈래의 내용이 담겨있다.
하나는 중년이후의 삶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인생 2막을 화려하게 성공시킨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다른 하나는 '글쓰기'라는 표현도구를 찾아내고 그것을 통해 세상과 자신을 새롭게 배워 나가는 저자의 이야기이다. 이 두 번째 이야기는 아직 다 끝나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저자의 다음 책은 여기서 시작되지 않을까 감히 짐작해 본다.
p. 58
미스토리를 쓰고 나서 나는 비로소 내가 누구인지를 알았다. 살아오면서 반복적으로 되풀이되는 행위 속에 내가 들어 있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나니 자연스럽게 그런 결론이 나왔다.
이제껏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왜 한 번도 안 했는지 의아할 지경이었다.
p.189
중년은 여러모로 글쓰기와 아주 잘 어울린다. 글쓰기처럼 따뜻하고 강력하고 진입장벽이 낮으면서도, 대다수 사람들에게 요긴한 표현방법이 있으면 어디 나와 보라고 하라.
나는 진심으로 모든 사람이 글쓰기와 친해지기를 바란다.
스티븐 킹의 말처럼 글쓰기를 통해 살아고, 이겨내고, 일어서기 바란다.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위 글의 바로 뒷부분에 보면 어떤 편집자가 한 말이라는데, 문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만의 경험이다 뭐 그런 이야기가 있긴 하다. 물론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의 저자는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충분한 자산과 능력을 가진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참 글을 잘 쓴다. 그런 생각이 절로 든다. 아마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살기에 충분한 것 같다^^
이 책속에는 저자가 지난 3년동안 골몰하며 책을 통해 만난 여러 사람들에 대한 풍성한 기록들이 가득하다.
그 가운데 내게 다가온 이야기가 몇 있다.
윤광준의 “내 인생의 친구”에 나온다는 칠순 부모님의 국밥집이야기.
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에서 뽑은 문장 - 오동나무는 세 번 잘라줘야 하는 법이네. 기를 죽여야 크게 자라지
자전거 여행가 차백성의 이야기 - 자신의 길을 찾고 싶다고 너무 일찍부터 조바심 내지 말고, 생활인으로서의 의무를 어지간히 해낸 다음에 꿈을 찾아 떠나도 늦지 않는다
이밖에도 밑줄을 그으며 읽은 구절들이 제법 있었다.
자신의 이름을 건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어놓는 일이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지
그 심정을 나는 잘 가늠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짜릿하긴 하겠다. 애를 먹이면서 태어난 자식일수록 기쁨이 더욱 클 것이다.
저자의 다음 책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