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 이희석
  • 조회 수 9287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09년 12월 22일 23시 22분 등록
나는 명랑한 인생을 살고 있다.
내게 주어진 것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고
그것으로부터 배우고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했더니 명랑해졌다.

간혹 나를 부러워하는 분들이 있다.
기회가 되면 내게 주어진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 이야기해 주고 싶었다.
그런 이야기들 속에 '명랑 인생'의 본질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다음은 내게 주어진 인생이지만 받아들이기 가장 힘들었던 4가지다.

- 태어나기 전에 아버지 사망 (말하기조차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 새아버지로부터 사랑을 받는 대신 종종 매를 맞음.
- 15세 때 사랑하는 어머니께서 교통사고로 사망
- 입사 후, 안 간다고 믿고 있었던 군에 26살의 나이로 입대

또 다른 힘겨움(사별, 상실, 실연 등)들도 많았지만
위의 4가지는 많은 눈물로 받아들여야 했던 일들이었다.
지금은 어느 것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
나는 분명 힘들 때마다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설 때에는 무언가 하나씩을 주웠기 때문이다.

명랑함은 자기 인생의 일부분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인생의 전부를 받아들이는 것에서 탄생한다.
자기 삶의 실체 중 어떤 하나를 자기 것이 아니라고 거절하면 명랑함도 사라진다.

명랑함은 곧 진짜 긍정을 발휘하는 것이다.
삶의 밝은 면만 받아들이지 않고, 전부를 받아들이는 것이 진짜 긍정이다.
덮어두고 싶은 것은 덮어둔 채, "모두 잘 될 것이다"이라고 중얼거리는 것은 긍정이 아니다.

스캇 펙의 훌륭한 책 『아직도 가야할 길』은 이렇게 시작한다.

"삶은 고해다. 이것은 삶의 진리 가운데서 가장 위대한 진리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한 진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 삶은 더 이상 고해가 아니다.
다시 말해 삶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래서 이를 이해하고 수용하게 되면 삶은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다.
왜냐하면 비로소 삶의 문제에 대해 그 해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 진리를 나는 굳게 믿고 이해한다.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일이 일어날 때마다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는거야?'라고 불만스러운 질문이 찾아든다. 

보편적인 문제를 특수한 문제로 인식하면 지혜로운 해답을 찾을 수가 없다.
자기만 골치 아픈 상사를 모시고 있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이 먼저 알아야 할 한 가지는
그런 상사는 어느 조직에나 한 사람씩 있다는 사실이다.  

불평이 있던 곳에 감사함이 피어나는 것이 명랑의 힘이다. 
감사함이 피어날 수 있는 까닭은 누구나 삶의 모든 순간에서
배울 수 있고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근원적인 힘을 가졌기 때문이다.

내 인생은 명랑함을 잃지 않을 것이다. 
어떤 고난과 슬픔이 닥쳐도 나는 그것을 직면하여
배움을 얻을 각오, 의미를 찾고 싶은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명랑 인생의 대표 주자는 철학자 니체다. 그는 말한다.
"차라리 고난 속에 인생의 기쁨이 있다.
풍파 없는 항해, 얼마나 단조로운가! 고난이 심할수록 내 가슴은 뛴다."

이런 명랑함의 말들은 종종 마술과 같은 주문으로 오해된다.
(부자연스러운) 의지를 발휘하여 슬픔이나 고난을 외면한 채
스스로에게 "좋게 생각하자"고 주술을 거는 모습은 명랑과는 거리가 멀다.

그것은 명랑이 아니라 자기 기만이다. 명랑의 첫째 조건은 진짜 긍정을 배우는 일이다. (명랑 = 진짜 긍정)
긍정이라는 말 대신 '명랑'을 선택한 것도 긍정이 이미 오해되고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진짜 긍정은 자기 삶의 모든 실체를 받아들이며 긍정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자신의 삶에 고난이 닥쳤다고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그 슬픔을 온 몸으로 통과하겠다고 다짐하면 성장할 수 있다.
잃지 말아야 할 것은 30분 울어야 할 울음을 20분 만에 그치지 않는 용기다.

용기라고 표현한 것은 고난을 직면하기가 매우 두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난에 직면하지 않은 채 비겁하고 살아가는 것은
내면에 두려움이 숨겨져 있는 것일 뿐, 두려움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고난에 직면할 용기를 발휘할 수 있는 진실 세 가지를 기억하자.
1) 신은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만 시험(test)한다.
2) 시험은 우리를 괴롭히려는 유혹(temptation)이 아니라, 성장시키려는 목적의 연단(test)이다.
3) (포기하지 않는 한) 인간은 고난을 겪은 만큼 성장한다.

명랑 인생을 좌절시킬 만한 고난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건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와는 별개의 문제다.
명랑은 인간 정신의 위대함이라 불릴 만한 가치다.

※ 명랑 인생을 도울 한 권의 책을 추천합니다.
앞서 언급한 스캇 펙의 『아직도 가야할 길』(열음사)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책에 대한 객관적인 소개로 이어가겠습니다.

IP *.135.205.88

프로필 이미지
명석
2009.12.23 10:43:55 *.108.48.236
희석이 크고 있다.
내가 이 나이에 겨우 깨닫고 있는 것을 희석이 그 젊은 나이에
온 몸으로 살아내고 있다.

'30분 울어야 할 울음을 20분 만에 그치지 않는 용기'에서는
거인의 젊은 날을 보는듯한 경외심이 들 정도이다.
뼛속깊이 통곡해 본 사람, 생의 바닥을 짚어본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깊이를 아는 것이다.

그의 철학은 결코 쉽지않았을 눈물에서 이끌어낸  것이라 쉽사리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그 자신이 되어가고 있지 않은가.

보기 좋다!
계속 커 나가기를!


프로필 이미지
2009.12.27 15:41:05 *.67.223.154
현운 희석씨
40세이후 중년을 겨냥하여 쓴 스캇 펙의 책을
그대는 너무 일찍 읽어버린 것 같아요.

주옥같은 명상들을 남기고,
자기가 바람을 피웠던 사실도 헨지 스톤을 아내와 함께 여행하다가 다 말해버린 사람이
62살, 너무 일찍 이 세상을 건너뛰어 버렸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
참, 그의 글들이 인생무상의 느낌을 길게 남겨주더군요.

우리 희석은 꿋꿋하게 잘 자라서 어머니의 자랑이 되고,
못다 돌보아서 한이 된 어머니의 사랑을 마음씨 고운 짝에게서 충분히 누리기를 빌어요.

"사건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와는 별개의 문제다."
밑줄을 그어둡니다.  내게 매우 가깝게 들리는 말이예요.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북리뷰 안보이시는 분들 일단 파일첨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4] 관리자 2009.03.09 154077
818 북리뷰4주차-기억 꿈 사상 file 이은주 2010.03.08 6444
817 <북리뷰>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 온다-『2020 부의전쟁 in ... 구름을벗어난달 2011.01.17 6849
816 다산이 걸어간 '사람의 길' -『뜬 세상의 아름다움』 현운 2009.10.30 7280
815 [먼별3-19]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예술 너... 수희향 2011.02.10 7447
814 [먼별3-21] <자크 아탈리의 "살아남기 위하여"> 미래사회 7... 수희향 2011.02.16 7504
813 <북리뷰>풍경 너머로 흔들리는 부성의 부재-『내 젊은 날의... 구름을벗어난달 2011.02.01 7534
812 [그림책] 우리도 가끔은 하느님이예요 file 한정화 2012.05.16 7606
811 신화와 인생 북 리뷰 file narara 2010.02.15 7625
810 8기 예비 연구원 (1) 헤로도토스의 역사 : 진성희 file 샐리올리브 2012.02.19 7740
809 서른 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나리 2009.08.12 7836
808 [7기 연구원지원]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을 읽고서 file 박주선 2011.03.14 7917
807 10기 2차 레이스 4주차-괴테와의 대화(이은심) file 왕참치 2014.03.03 8381
806 [먼별3-33] <이부영의 "아니마와 아니무스"> 남성안의 여성성... 수희향 2011.03.23 8396
805 숲에게 길을 묻다 부지깽이 2009.06.02 8471
804 16. 소크라테스의 죽음에서 얻는 삶의 지혜 관리자 2011.12.01 8491
803 책을 읽으며 나우리 2008.10.22 8502
802 [북] 왜 일하는가? 대답할 수 있는가? 하모니리더십 2010.11.24 8519
801 억압받는 자들이 가야 할 길.. [위건부두로 가는 길] -조... 날고픈돼지 2011.02.07 8541
800 그리스 비극을 읽는 기본지식 연지원 2013.09.16 8551
799 "신화와 인생"-6기 후보자 김창환 야콘 2010.02.15 85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