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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1일 10시 13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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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많으시면, 첫장부터 끝까지 쭉 읽으시되, 바쁘시면, 첫 챕터만 읽어도 충분하다.

당신이 투철한 보수주의다 싶으신 분들은 읽다가 혈압이 올라갈 수도 있으니 주의를 바라고,

극단적 좌파 분들도 열받겠다 싶다.

다만 진심으로 바라기는 MB 정부의 관료들이 이 책을 읽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그들이 정말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할까봐 심히 걱정된다.

 

 

이 책은 "행동경제학"에 관한 것이다.
"넛지(Nudge)"는 원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혹은 주의를 환기 시키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저자들은 넛지(Nudge)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는 의미로 새롭게 정의를 한다.

 

책의 구성은
- 인간과 이콘에 대한 다양한 사례와 넛지의 필요성에 대해서 정리하고..
- 돈이라는 것에 집중하여, 넛지의 구체적인 사례들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명한다.
- 사회적인 측면에 넛지의 연구 및 응용 사례들을 살펴보고,
- 마지막으로는 여러 방면의 넛지 사례와 반론들에 대한 해명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사회의 구성원들은 본의의 의사에 반하던 반하지 않던 간에, 어떤 형태로든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산다.
선택의 상황과 배경은 '선택 설계자 (Choice architect)'라는 사람들에 의해서 구성되어 지고, 그에 의해 사회의 구성원들은 선택을 해야 한다.

이 책은 '자유주의적 개입주의 (Libertarian paternalism)'에 입각하여, 부드러운 넛지를 통해 사회의 구성원들이 의식하지 못하는 차원에서 유용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실제 다양한 사례를 들며, 이런 부드러운 넛지가 예상 외로 강력한 메세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그 선택의 결과 역시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행동경제학이라는 측면에서 이 책을 이해해야 하는데, 이 학문은 경제학에 심리학의 이론들을 끌어 오고 있다.

인간은 자동시스템과 숙고시스템을 함께 가지고 있다. 자동시스템은  신속하고 직관적인 사고 방식으로 본인이 의식하지 않는 순간에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생각과 판단 시스템이고, 숙고시스템은 주소 '사고'하고 의식적이며,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통해 이루어지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자동시스템은 통제되기 어렵고, 무의식적인 반면, 숙고시스템은 통제되고, 의식적이다. 인간의 선택은 이 두가지 측면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 책은 실제로 일상의 많은 결정들이 자동시스템에 의해서 주관되고 결정된다는 것이다. 인간과 이콘이라고 대변되는 이러한 가정 하에 실제로 많은 선택들이 어리석게도 비합리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런 우둔한 결정에 도움을 주고, 사회가 바라는 형태의 선택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자유주의적 개입주의'의 큰 틀안에서 선택 설계자들은 부드러운 넛지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현실적이고 실천적이라는 것이다.
지금 우리의 상황에서 발견되고 실제로 행해지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넛지의 유용성을 알리고 있는데.. 꽤 호소력이 있다. 실제로 저자 중 한명인 캐스 선서타인은 미국 오바마 정부에 합류해서 정책결정에 참여를 하고 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는 자유주의를 옹호하되, 그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필요하다고 하는 부분에서도 충분히 동의하는 부분이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그 유용성을 입증하고 있다.

 

다만, 이 책은 '선택 설계자'가 읽었을 때에는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으나, 일반적인 '선택자들'에겐 삶 속에서 그리 큰 의미를 주지는 못한다는 단점이 있다. 사실 이 책이 왜 많이 팔리는 지 이해가 안된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선택자들일 테고, 그렇다면 사는 데 별 도움은 안될 텐데.. 작년 여름에 MB가 내각 관료들에게 여름 휴가 때 읽을 책으로 이 책을 소개했다는 가쉽을 읽은 적이 있는데, 정책을 결정하고 국민에게 이를 알릴 필요가 있는 이들에게는 많은 시사점을 제공하고 있긴 하다.

또한 이 책의 저변에 깔려있는 '인간 대 이콘'의 구도는 읽는 이들에게 사실 약간의 불쾌감을 선사한다. 대부분의 사회 구성원들은 인간, 즉 대부분의 결정이 합리적이지 못하고 감정적인 자동시스템에 의해 조정된다고 가정하고, 일부 상위층의 존재들만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이콘이라고 생각한다. 즉 무식한 대중을 옳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친절한 지도편달이 필요하다는 주장인데.. 좀 기분 나쁘지 않은가?

 

그리고 '선택 설계자'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이 넛지 이론은 심각한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즉, 일반적인 인간들에게 넛지를 가해 '선택 설계자'의 원하는 방향으로 인간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이 방식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루어 지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다를 것이기 때문이다. 순수하게 인간들의 실제적인 복지와 이익, 그리고 장기적인 사회의 발전을 위하는 '선택 설계자'에 의해서 형성된 넛지는 인간들에게 이로울 테지만, 그렇지 않고 일부 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현 정권의 안위만을 위한 '선택 설계자'에 의한 넛지는 그 구성원 뿐 아니라 사회를 병들게 할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인간들은 그 넛지를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잘못된 정책에 찬성표를 던지게 되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만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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