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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13일 13시 36분 등록

마이클 더다는 최근 2~3년 사이에 국내 독자들에게 알려진 미국의 책벌레다.
1993년에 비평 부문 퓰리처상을 받은 영향력 있는 독서가이자, 평론가다.
이제 육십 줄(1948년생)에 접어든 그는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책과 함께 보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눈앞에 보이는 건 그린 랜턴의 만화책부터
세계문학의 위대한 고전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다."
- 『북 by 북』中


더다의 자서전인 『오픈 북』에는 어린 시절의 남독하던 이야기가 실려 있는데,
나는 『오픈 북』을 읽다가 지루해서 1/3 밖에 읽지 못한 채 책장을 덮었다.
다치바나 다카시의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도 저자의 어린 시절 독서기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마이클 더다의 자서전과 비슷한데, 2001년에 읽은 다카시의 책이 훨씬 재미있었다. 
벌써 9년 전의 일이라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책 이야기를 위주로 전개되어 재밌었던 것 같다.
더다의 자서전은 저자 중심의 이야기가 많아 지루했으니까.
한편,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이야기를 담은 『고전 읽기의 즐거움』은 재밌게 읽고 있다.
이상의 사실들로 『오픈 북』이 지루했던 원인 분석을 나름 시도했지만, 진짜 원인은 나도 모른다.

사실, 원인과 결과를 제대로 밝히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나는 개별적인 경험을 인식할 뿐이다. 어떤 책이 재미없었다는 경험과 또 다른 책은 재미있었다는 경험.
그런 경험들의 인과 관계를 논할 때,
나는 어디까지 생각해야 하며, 도대체 어떤 생각과 어떤 생각을 연결해야 한단 말인가.
책을 읽을 당시의 내가 유난히 집중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물론, 거듭 노력을 했지만)
예전보다 지금의 내가 좀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앞서 내가 설명한 재미없고, 재있음에 대한 원인 분석이 틀리더라도 양해해 주시라.
혹, 훗날에 『오픈 북』을 재미있다고 번복하더라도 '아, 다시 재밌게 읽었나 보다'하고 생각해 주시라.

마이클 더다를 언급한 것은 그의『북 by 북』을 권하기 위해서다.
이 책은 분야별로 저자가 생각하는 고전을 간략히 소개하며 추천한 책이다.
독서와 교양에 관한 명언이 많이 등장하여, 잠시 책을 놓고 생각하면서 읽기에도 좋다.
무엇보다 귀한 고전 목록을 손에 얻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엄청난 분량의 목록이지만, 마음에 와 닿는 목록들이다.
철학, 역사, 정치 등의 전형적인 분류가 아니라 다음과 같은 분류니까.

"큰 소리로 읽어도 괜찮고, 혼자 조용히 읽으면서
이런저런 일로 시달린 당신의 영혼을 달래줄 수 있는 책들을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p.124)
(목록은 생략 ^^)

"도덕주의자들은 '우리는 이 땅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본질적인 문제의 답을 구하려 애써왔다.
이 유구한 전통을 잇는 핵심적인 책들을 대력적으로 소개해 보자."
(p.204)
(역시, 목록 생략 ^^)

독서가라면, 이런 식으로 자신이 읽은 책을 분류해 두어 필요한 이에게 목록을 추천하고 싶으리라.
이것은 나의 꿈이기도 한데, 게으름과 불성실한 독서로 인해 아직 제대로 만들어 둔 목록이 없다.
더욱 직접적인 원인은 목록을 만들 만한 지식이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계속 무지하게 살고 싶진 않기에, 인문학에서부터 교양이라 부를 만한 지식을 쌓아야겠다고 결심했다.
마이클 더다는 '가치 있는 지식'이라는 소제목을 달아 세계문학의 Must-Read Book을 소개했다.

"세계문학에 대해 우리는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내 생각이긴 하지만,
어떤 식으로 독서 계획을 짜든 위대한 '표본 작품'이 중심적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표본 작품은 후세의 작가들이 근본으로 삼고 수시로 언급하며 모방하려는 작품을 뜻한다."

 (『북 by 북』 p.25)

- 성경 (구약과 신약)
-『불핀치의 전설의 시대』 (혹은 그리스, 로마, 스칸디나비아 신화)
- 호메로스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단테 『지옥편』
-『아라비안나이트』
- 토마스 말로리 『아서왕의 죽음』 (나남)
- 셰익스피어의 주요 희곡, 특히 『햄릿』『헨리 4세』, 『리어 왕』『한여름 밤의 꿈』『템페스트』
- 세르반테스 『돈키호테』
- 대니얼 디포 『로빈슨 크루소』
-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 그림 형제와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의 동화
- 세계 주요 민담집
- 제인 오스틴 『오만과 편견』
- 루이스 캐럴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
- 아서 코넌 도일 『셜록 홈즈의 모험』


(참고로, 희랍 고전의 번역서는 무조건 '천병희' 선생의 책을 고르면 된다.
『아서왕의 죽음』과 『오뒷세이아』 등은 한국에서 보다 널리 쓰이는 제목 표기를 따랐다.)

나는 이 목록을 『인문학 스터디』와 비교해 봤는데, 고대와 근대의 목록은 많은 부분 일치한다.
『인문학 스터디』에서는 근대 이후의 책은 다루지 않는데 반해,
더다는 현대의 고전을 많이 포함시켰기에 현대 문학의 목록을 서로 비교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위의 목록에 대한 나의 결론은 더다의 권위있는 다음의 말에 고개 숙일 수 밖에 없다. 읽은 책이 없으니.
"이 책들부터 읽어라. 그럼 세계 문학의 거의 대부분을 읽은 셈이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더다의 책 『북 by 북』을 직접 읽어보기를 권한다.
240페이지의 얇은 책이지만, 고전에 대한 알짜 정보가 가득하다.
아쉬운 것은 저자가 추천하는 책 중에는 번역되지 않은 책들이 태반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이 말은 번역된 책들이 태반이라는 뜻이기도 하니까.


: 변화경영연구소 3기 연구원 이희석 hslee@ekl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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