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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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2월 28일 13시 00분 등록

IMF를 기점으로 직업2.0이 출범했다. 그 전에도 직장이 나를 책임져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노골적이다. 대놓고, 나가라고 하거나, 몇십년 일한 사람에게 문자로 찍- , 그만 나오라고 통보한다. 은행이 무너지고, 기업을 물건인냥 돈주고 사는 일도 생겼다. 기존의 가치관과 단절된 시대가 열렸다. 구본형은 이때 나왔다.

그전까지는 대학 졸업해서, 기업에 입사하고, 때되면 결혼한다. 직장생활 7, 8년차가 되면 융자 받고, 이리저리 돈 끌어모아 집 산다. 년말에는 보너스에 지갑이 두둑해진다. 이런 생활의 패턴은 삶의 공식과 같았다. 공식이 무너지자, 사람들은 당황한다. 마치 암에 걸린 사실을 처음엔 부인하듯이..... 외환위기 10여년이 지났고, 지난날 을 체념하고, 새로운 삶의 공식을 받아들인다.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공식이다.

그의 책을 대학교때 접했다. 피터드러커와 같이 사람들이 좋은 책이라고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영화, '국가대표'가 흥행했다. 사람들이 재미있다고 해서 보았는데, 역시나 재미있다. 일본에서 가이드하고 있을 때, 어느 한국 아주머니 손님이 그의 책을 읽는 것이 인상 깊다. 그 여자 손님은 일정 내내 밝았고, 내게 팁까지 주었다. 아마도 그녀는 책에서 자신을 찾았으리라. 그녀의 표정은 환희스러웠다. 그 뒤로 그의 책을 오랫동안 읽었다. 헤어진 여자를 길에서 우연히 만나면 어떤 느낌일까? 서점에서 그의 신간을 발견하면, 반갑다. 당연히 구입해서 바로 읽는다.

큰 조직의 일원이 되어서, 무표정하게 매뉴얼대로 사는 삶이 싫다. 아마 누구도 그런 삶을 원치 않을 것이다. 대학교때도 조직에 대한 동경 보다는 막연한 거부감이 있었다. 조직에 들어가서도 나 혼자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하루하루 살고 싶은 생각을 꾸준히 했다. 아마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희망 없는 봉급을 받으며,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일이다. 난 솔로였고, 큰 부담이 없었다. 그래서 퇴사했고, 나와서 후회하고, 다시 받아들여달라고 찾아가 떼쓰기도 했다. 5년이 지났다. 퇴사를 후회했는데, 요즘은 좀 헤깔린다. 회사 나와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볼때면, 일찍 나오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튼 이게 모두 구본형때문이다.

얼마전 아이패드ipad가 나왔다. 스티븐 잡스는 기존의 것을 조합해서, 새로운 것 비스무리하게 만든다. 새로운 개념을 써서, 이름을 붙인다. 사람들은 이런 방식을 혁신이라고 부르며 열광한다. 구본형도 같다. 나의 기질을 찾아서, 비지니스와 연결해서 평생 즐겁게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은 가장 듣고 싶어한다. 하지만, 아무도 그 이야기를 꺼낸 사람이 없다. 돈이 안되거나, 귀찮아서가 아니라, 마땅히 무어라고 이름 붙여야할 지 몰랐기 때문이다. 먼저 이름 붙이고, 선빵을 날린 것은 그다. 뿐만이 아니다. 웬일인지, 아직까지도 구본형 아류가 없다. 용기가 필요해서가 아닐까? 조직을 나온 것도,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는 전략적인 것 같지는 않다. 공격적이지도 않다. 역사를 공부했다. 난 이 점이 부럽다. 사람의 시작과 끝에 관한 데이타가 그에게는 많다. 이를 통찰력이라고 부른다. 그의 용기는 방대한 역사지식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디로 흘러갈지 알기에, 미리가서 자리 잡는다. 대량실업과, 1인 기업과 개인의 강점에 맞춘 비지니스가 흐름의 선상에 있었다.

난 그를 두 번 보았다. 첫번째는 문요한 선생님 북세미나에서 1초간 흘깃 보았다. 생각보다 키가 컸고, 눈이 빛난다. 제자의 강연에 와서 축하해주는 모습이 보기 좋다. 두번째는 백수시절로서, 경총에서 진행한 전역 군인을 위한 세미나였다. 많은 세미나를 보았는데, 강사가 홀대 받는 강연은 처음이다. 그들은 구본형을 몰랐다. 교육 매니져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책 제목을 버벅거린다. 성질 급한 전역 군인은 ,강사에게 핵심만 이야기하라고 했다. 그는 '인생은 핵심이 아니다'라며 제안을 거절했다. '인생은 핵심이 아니다' '인생은 핵심이 아니다.', '인생은 핵심이 아니다'.....

군인은 삐져서 나갔다.

140자의 마술, 트위터는 만남과 헤어짐이라는 과정을 생략했다. 트위터에는 140자의 알맹이만 있다. 아이폰으로 실시간으로 드도보도 못한 사람들과 이야기한다. 이런 소통의 기술은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증강현실'은 대상에 디스플레이를 들이대면, 관련 정보를 띄어준다. 안경에 이 기술을 적용한다면, 사람의 정보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아마도 이런 정보력은 대통령이나, 기업총수들이 쓰지 않을까 싶다. 나에 대해서 다 알면서도, 내숭 떠는 대화의 모습을 상상하면, 소름끼친다. 사람을 알기 위한 시간조차도 필요가 없는 셈이다. 우리는 더 많이 알고, 알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깊어지지가 않는다. 더 깊이 베일 뿐이다.

'편집자란 무엇인가'는 휴머니스트 김학원 대표의 책이다. 갑과 을을 떠나서, 사람과의 관계를 구축하려는 그의 이야기 나온다. 편의점에서 물건 살때도, 식당에서 밥먹을 때도, 어째 그 주체가 되는 사람은 없다. 돈 주고 받고, 물건 건네 받는다. 끝이다. 나는 없어지고, 행위만 남는 선禪의 깨달음과는 다르다. 조급함과 이기심으로 똘똘뭉친 디지털 시대의 결과다.

구본형은 처음과 끝이다. 접속의 시대에 처음과 끝을 지키려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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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의 내용만큼이나, 책의 형태가 중요하다. 글씨체라든지, 레이아웃, 단락의 양을 먹기 좋게 배열해야 한다. 이 책은 포토샵으로 만든것 같다. 포토샵의 혁신은, '레이어'라는 개념에 있다. 레이어라는 개념만 파악한다면, 어도비사의 프로그램을 대부분 사용할 수 있다. 레이어란, 말 그대로 층층히 쌓아올린다는 뜻이다. 동양화를 그릴때는, 물감이 마르면 몇겹이고 위에 덧칠한다. 마찬가지로, 2차원 공간에 텍스트, 이미지, 일러스트를 층층히 쌓아가는 방식이다. 책을 보면, 포토샵의 작업방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이야기가 있고, 장마다 서브 이야기를 배치했다.

물론 작가의 이야기는 메인 라인으로 중요하다. 중심 없이 이것저것 가져다 붙이기만 하면, 조잡하다. 출판사 직원도 , 이야기를 끌고 가는 그의 힘을 높게 평가한다. 작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다. 이야기 소스를 제공하는 사람이다. 이야기는 그 자체만으로도 완전무결해야 한다. 이야기가 완전무결하다는 것은 바로 회를 떠도 먹을 게 많다는 말이다. 건더기가 먹을 것이 없으면, 후반작업이 필요하고 손이 많이 간다. 있어 보이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품과 시간이 많이 들어갈수록 경제성은 떨어진다. 소스가 좋아야 디자이너나, 편집자들이 편하게 일할 수 있다. 좋은 작가는 출판사의 편집자를 편하게 해준다. 명료하고, 작업하기 쉽게 소스를 넘긴다.

어차피 이 책은 '실험적인 성격'이 있다. 주제 또한 '인생의 과감한 실험'이 아닌가. 자기 인생을 가지고, 실험을 하기에 비장하다. 그렇다면, 형태 면에서도 실험을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았을까? 이를테면, 여러개의 이야기를 교차 배열하는 방식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대부분 교차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문열의 '사람의 아들'도 그렇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던 이야기 두개가 동시에 출발한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이야기는 몰입도가 높다. 문체 자체도 사람을 끌지만, 두 개의 이야기가 어느 시점에서 어떤 식으로 만날까?라는 궁금증이 커지기 때문이다. 작가는 원소스를 생성해야 하지만, 그 소스를 배열하는 프로듀싱의 역량도 필요하다.

세 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이끌어간 작품도 있다. 구효서의 '비밀의 문'은 주인공의 이야기와, 주인공이 쫓는 자의 일기와 그 자가 번역한 '아육상왕전'이야기를 교묘하게 배치했다. 작가도, 마치 마우스로 클릭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이라고 자평한다. 이 소설을 읽고나서 부터, 책을 열심히 읽어다 싶을 정도로 잘 쓴 소설이다. 구효서라는 소설가는 보수적이면서도, 실험성이 강하다. 말하다 보니, 같은 '구'씨라는 것을 깨닫다. 무슨 우연인지 모르겠지만,

3D 영상이 대세다. 이야기도 입체화할 필요가 있다. 영화에서는 같은 이야기를 다른 시점에서 보여준 예가 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재키 브라운'은 그다지 유명한 영화는 아니다. 하나의 사건을 여러 각도에서 보여주는 방식은 참신하다. '냉정과 열정사이'는 남여 두 작가가 같은 이야기를 각각 써서, 동시에 출간했다. 두 권의 책을 한 권으로 교차해서 묶는 방법도 괜찮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이인화의 '내가 누구인지 말할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도 등장인물의 시점에 따라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얼마전 본,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도 등장인물이 각각 서술한다. 이런 시점에 따른 서술은 독특한 형식에 치우쳐 자칫하면, 내용이 남지 않는 맹점이 있다. 때문에 역량있는 작가가 시도해볼 만하다.

작가에게 역량은 무엇인가? 난 이 역량을 가진 사람은 천명관이라고 본다. 이번에 신간 하나 더 나왔다. 어쩜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힘차고 재미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글은 일단 양을 채우기다. 밑천이 없다면, 양을 채울 수가 없다. 원고지 100매를 제출해야 한다면, 못해도 300매는 채워야 한다. 삼성 이건희는 반신욕을 즐긴다. 반신욕을 하면, 단전에 기가 모이는 것 같다. 이건희에게 전문가란, 3박4일을 쉬지 않고, 자기 일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강력한 밑천이 있어야 이야기에 탄력이 있다. 난 헬쓰를 한다. 헬쓰 중에서 으뜸은 역기 들고 일어나기다. 이 운동은 하체 운동이다.  오래하다 보면, 내 발이 땅에 뿌리를 내리는 느낌이 든다. 가장 힘을 주어야 하는 곳이 단전이다. 당연히 단전이 강해진다. 단전이 강해지면, 일상 생활이 편하다. 매운탕 먹고도 땀을 안흘린다. 기가 강한 사람을 만나도, 위축되지 않는다. 글쓰기에도 강력한 밑천이 필요하다. 시스템도 필요하다. 어떤 소재를 주어도 자기 답게 풀어낼 수 있는 시스템.

나라면, 3개의 이야기를 동시에 라인업할 것이다. 그리고 한 점으로 모은다.

IP *.146.7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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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성
2010.02.28 18:54:59 *.34.224.87
와우..정말 책을 많이 읽으시는 분이시군요.  읽고 감탄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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