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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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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3월 8일 07시 20분 등록

A. 대립자

B. 평가

C. 대립의 양상들

 

A. 대립자

 

융은 정신의학을 전공하여 정신분열의 증상을 이해하는데 정신분석이 유효하다는 것을 입증하는 전제로 ‘콤플렉스’를 밝혀냈다. 프로이트와는 사제관계로, 프로이트의 수제자로 인정되었지만 ‘리비도’의 해석의 대립으로 인해 의견이 충돌하였다.

무의식의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초기적인 발상으로 무의식의 개인적인 면만을 인정하여 이를 정신병의 근원이라고 여겨 이러한 무의식의 실타래를 풀어 헤쳐서 환자를 그 실타래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 의사의 역할이라고 판단한 반면, 융의 무의식은 집단적인 면, 무의식의 영역을 확장하여 집단 무의식을 추적해 나가면 인간의 내면을 해석할 수 있고, 인식이 인식하지 못하는 삶의 진실에 대해 닿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융과 프로이트는 종교적인 관점에서도 대립을 보였는데, 프로이트는 종교를 외디프스 콤플렉스로 인한 일종의 강박증 증세로 보았는데, 융은 ‘집단 무의식과 긴밀히 연계된 인간의 심성적인 측면으로 생각했고, 분열된 자기를 실현하는 의미있는 행위로 해석하였다.

프로이트와 융이 갈라선지 거의 100년이 지났는데, 오늘날의 프로이트와 융의 대립의 양태는 애매하다는 분석이다. 국제정신분석학계는 프로이트의 입장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오면서, 융을 배제했다. 프로이트가 주목한 것은 개인정신의 미치는 영향력은 4-7세인 아동기보다 더 어린 유아기 때의 ‘환경’과 대상’에 의해 형성되며 이는, 부모의 임신기간 중 ‘환경’이 태아에 미치는 영향, 임신할 당시의 부모관계와 그들 각각의 아이를 향한 욕망의 질, 부모 각각이 그들의 가족과 부모에게서 받은 영향, 언어, 문화, 민족의 역사, 유전 형질에 의한 것이라고 보았다. 반면 융은 심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원초적 역사에 몰입하여 연구하였으며, 대다수의 인간 사고와 지각을 무의식 가운데 조종하는 힘의 근원과 원천에 대한 연구를 하였다.

두 사람의 심리의 이론과 치료방법의 차이는 인류에게 가장 결정적인 질문이 어떠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의 결과로 보여지는데, 융은 인류에게 가장 결정적인 질문과 과제는 인간이 무한한 것에 관련되어 있는지 아닌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집중했고, 프로이트는 인류에게 가장 숙명적인 문제는 문명 발달이 인간의 공격 본능과 자기 파괴 본능에 근거한 공동체를 어느 정도로 억누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B. 평가

프로이트의 수제자였던 융이 자신의 심리학이론과 이에 관한 치료방법에 대한 노선을 달리한 것은 굉장해 보인다. 정신의 분석학이 유행했던 시기도, 다소 잠잠해진 지금도 프로이트의 심리학적 분석은 어떤 의미로 정통성을 가진다. 초대 심리학에 대한 정수를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융의 심리학이 신비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는 점, 하여 난해한 점 등에 의해 일반에 끼치는 영향이 미미하여 그러하다.

그러나 여전히 이러한 평가에도 융은 평온하고, 잠잠할 것이다. 스승을 비판하고, 대립하면서도 이를 넘어서기 위해서 끊임없이 철학하고, 분석하는 그의 태도는 책의 시종일관 계속된다. 이후, 자신의 이론적 해석과 분석에 몰입하는 태도와 집중력은 대단한 것이었고, 심리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집중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들이었지만, 다소의 경험의 연대기로 읊조리듯이 자신의 정신분석의 이론을 차곡차곡 쌓는 것을 보면서 진리를 연구하거나 추구하거나 집중하는 모습의 본을 보았다.

C. 대립의 양상들

 

그후로 ‘사랑’이라는 말을 들을 적마다 나는 항상 미심쩍은 느낌을 갖게 되었다. ‘여성’이라는 말도 오랫동안 생래적인 불신감으로 다가왔다. ‘아버지’라는 말은 신뢰감을 주면서도 무력함을 뜻하기도 했다. 이것이 내가 인생을 출발하면서 함께 가져가야 하는 불리한 조건이었다. 나중에는 인생 초기의 이러한 인상들이 수정되었다. 나는 친구를 믿었다가 그들로 인해 실망하기도 했지만, 여성들은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들에게 실망하지도 않았다.

(p.26)

 

나 자신과의 불화와 거대한 세계 속에서의 불확실성은 나로 하여금 그 당시에는 이해되지 않았던 어떤 조치를 하게 했다. (p.48)

 

나는 나의 부모를 다른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걱정과 염려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아버지에 대해서 연민을 느꼈으나, 이상하게도 어머니에 대해서는 별로 연민이 생기지 않았다. 나로서는 어머니가 좀더 강해 보였다. 그런데도 아버지가 변덕스럽고 과민한 성질을 부릴 때면 나는 어머니 편이라고 느꼈다. 그것은 나의 성격 형성에 결코 바람직한 일이 못 되었다. 이러한 갈등에서 해방되기 위하여 나는 좋든싫든 부모님을 판정해야 하는 상위의 중재재판관 역할을 했다. 그것이 나에게 일종의 자만심을 야기했다. 그 자만심은 그렇지 않아도 흔들리는 자존심을 부추기기도 하고 동시에 약화시키기도 했다. (p.56)

 

그런데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격앙시켰던 것은 a=b, b=c이면, a=c 가 된다는 그런 공식이었다. 확정된 정의에 의한다면, a는 b와 다른 것을 가리키므로 별개의 것이며 b와 똑같이 취급될 수 없는 것이었다. c역시 말할 필요도 없었다. 등식을 다루는 경우는 a=a, b=b 등으로 말해지는 것인데, a=b는 즉각 거짓말이나 속임수로밖에 여겨지지 않았다. (p.61)

 

신경증은 나의 또다른 비밀이 되었다. 그런데 그것은 부끄러운 비밀, 일종의 패배였다. 그럼에도 신경증은 나를 결국 아주 꼼꼼한 사람으로 만들었고 특히 부지런한 사람이 되게 했다. 그럴 무렵 나는 성실해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무언가 덕을 보려고 하는 외관상의 성실성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을 위한 성실성이었다. 나는 공부를 하기 위해 규칙적으로 아침 5시에 일어났다. 때로는 학교에 가기전에 새벽 3시부터 아침 7시까지 공부한 적도 있었다. (p.67)

 

인간의 용기를 시험할 때 하느님은 비록 아무리 신성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전통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을 거부한다. 하느님은 용기에 대한 그런 시험에서 악한 어떤 것이 실제로 발생하지 않도록 당신의 전능함으로 이미 보살피고 있을 것이다. 사람이 하느님의 의지를 실현한다면 그는 바라는 길을 가고 있다로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 (p.81)

 

정신적 능력은 그토록 숭고한 관념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어느 일정한 수준까지는 이미 발달되어 있음이 틀림없다는 것이었다. (p.119)

 

악의 기원은 ‘설명되지도 않고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내가 보기에 그말은 그도 신학자들과 마찬가지로 악의 기원에 대해서는 숙고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었다. (p.122)

 

사람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동물조차도 왠지 그것을 지각할 수 있는 감각을 상실한 듯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젖소의 슬프고 공허한 시선, 말들의 체념한 듯한 눈, 사람에게 매달리는 개들의 충성, 그리고 심지어 집과 곳간을 서식처와 사냥터로 삼고 있는 고양이의 자신있는 발걸음에서도 볼 수 있었다. (p.129)

 

맹목적 의지를 역전시키기 위해서는 오직 지성이 그 의지에게 자신의 관념을 내보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신의 의지는 맹목적인데 도대체 어떻게 그 의지가 지성의 관념을 볼 수 있단 말인가? 비록 볼 수 있다고 할지라도 지성의 관념은 신의 의지가 역전되도록 움직여질 것인가? 그리고 지성이란 무엇이던가? 지성은 인간 마음의 기능으로 마치 한 아이가 태양의 눈이 멀기를 기대하면서 태양을 향해 들고 있는 지극히 작은 거울 한 조각과도 같다. 이런 것이 나에게는 아주 부적절하게 여겨졌다. (p.135)

 

‘정신’이란 물론 내게는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것이었으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아주 희석된 공기과 본질적으로 다를 것이 없다고 여겼다. 그 구리뿌리들이 끌어들여 구리기둥으로 운반한 것은 일종의 정신적인 진수였다. (p.156)

 

사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 서로 다른 두 가지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제1의 인격의 눈으로 바라본 나라는 인간은 별로 호감이 가지 않는 보통수준의 재능을 갖춘 청년으로, 허황된 야심과 세련되지 못한 거친 기질, 모호한 태도 들을 지니고 있었다. 즉시 천진난만할 정도로 흥분하는가 하면, 또 금방 변덕스럽게 유치한 실망에 빠지기도 했다. 깊은 sow적인 본질로는 세상에 등을 돌린 반계몽주의자였다.

제2의 인격은 제1의 인격을 까다롭고 배은망덕한 도덕적 과제, 종결되어야 할 일종의 숙제로 여겼다. 이런 과제는 일련의 결점으로 인하여 부담이 가중되었다. 그 결점이란 때때로 부리는 게으름, 의기소침, 침울, 아무도 가치를 두지 않는 이념이나 사물들에 대한 어리석은 열광, 혼자 착각하는 우정, 좁은 마음, 편견, 우둔함, 타인에 대한 이해부족, 세계관에 대한 모호성과 혼란, 기독교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기독교인이 아닌 것도 아닌 이중성 등이었다. (p.167)

 

이 꿈은 나에게 심오한 계시와도 같았다. 그때 나는 제1의 인격이 빛을 운반하는 자이며 제2의 인격은 그림자처럼 제1의 인격을 따라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의 과제는 그 빛을 지키고 그 ‘투철한 생명력’을 뒤돌아보지 않는 것이었다. 그쪽은 다른 종류의 금지된 빛의 영역임이 틀림없었다. 나는 폭풍을 거슬러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으며, 폭풍은 끝없는 어둠의세계로 나를 떠밀어 넣으려고 기를 썼다. 그 어둠의 세계에서는 사람들이 아무것도 보지 못하고 의미심장한 비밀의 표피만을 지각할 뿐이었다.

나의 제1의 인격으로서 공부, 돈벌기, 책임, 분규, 혼란, 과실, 복종, 패배들을 헤쳐나가며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 (p.170)

 

진정한 문제는 왜 이러한 과정이 일어났으며 왜 그것이 의식을 뚫고 나왔는가 하는 점이다. (p.171)

 

밖으로 나가지 말라. 진리는 내적 인간에 깃들어 있다!(p.176)

나는 궁핍한 시절을 굳이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그러한 시절에는 하찮은 물건까지도 아끼는 법을 배우게 된다. 나는 언젠가 여송연 한 통을 선물로 받은 일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나는 왕자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p.186)

 

회고하건대 대학시절은 나에게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정신적으로 활기를 띠었고 또한 우정을 나누는 시기였다. (p.187)

 

아무튼 어느 시대나 세계 어느 곳이나 이와 같은 이야기들이 반복해서 보고되고 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어디서나 똑같은 종교적인 전제들이 있었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도 없을 것이었다. 이 경우는 확실히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그것은 영 혼의 객관적인 형태와 관련있음이 틀림없었다. 그러나 바로 이러한 핵심적인 문제, 즉 영 혼의 객관적인 성질에 관해서 나는 철학자들이 말한 것 외에는 전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p.194)

 

우리는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하지 않으면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점에서 순진한 사람은 동료들에게 그들이 알지 못하는 어떤 것을 이야기하면 그것이 그들에게 얼마나 모욕이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작가, 신문기자, 또는 시인 들에게만 그와 같은 무례한 행동을 허용할 뿐이다. 나는 새로운 관념이나 단지 특이한 측면까지도 오직 사실로써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했다. 사실들은 남아 있게 되는데, 시간이 지나면 책상 밑에 버려져 있지 않고 언젠가 어떤 사람이 그것을 만나게 되고, 그는 자기가 찾은 것이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 (p.201)

 

마음은 정말 신체보다도 더욱 복잡하고 접근하기 어렵다. 마음은 이를테면 세계의 절반으로, 우리가 그것을 의식할 때에만 존재하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은 단순히 개인적일 뿐만 아니라 세계의 문제이며, 정신과 의사는 전체 세계에 관여해야 한다. 오늘날에는 예전과 달리 우리 모두를 위협하는 위험이 자연에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 인간, 즉 각 개인과 다수의 마음에서 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정신의 변이는 위험하다! (p.250)

 

나는 나의 환자들을 진지하게 다룬다. 아마 나도 그들과 똑같은 문제에 직면해 있는지 모른다. 환자가 의사의 약한 부분을 덮어주는 적절한 고약이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들이 의사에게도, 아니 바로 그 의사에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p.253)

 

이러한 경험에서 중요한 점은 원형적인 상황과 관련하여 종종 관찰되는 전형적인 동시성 현상이다. 무의식에서 시간과 공간을 상대화함으로써 나는 전혀 다른 곳에서 실제로 일어난 어떤 일을 지각할 수 있었다. 집단 무의식은 모든 사람에게 공통된 것으로, 고대에서 ‘만물의 공감’이라고 불렀던 것의 기초다.(p.261)

 

나의 생애에서 가장 아름답고 큰 성과가 있었던 대화들은 이름없는 사람들과의 대화였다.

(p.272)

 

특히 나에게 흥미를 일으켰던 것은 신경증심리학에서 유래된 ‘억압기제’라는 개념을 꿈의 분야에 적용한 점이었다. 나는 단어 연상실험에서 억압현상과 자주 마주쳤기 때문에 이것은 나에게 중요한 문제였다. 환자는 어떤 자극어에 대해서는 연상어를 전혀 떠올리지 못하거나 반응시간이 무척 길어지곤 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그러한 연상장애는 자극어가 정신적 상처나 갈드을 건드릴 적마다 일어났다. 하지만 환자들은 대부분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었고, 장애의 원인에 대해 물으면 환자는 흔히 기묘하게 꾸며낸 답변을 하곤 했다. (p.276)

 

무엇보다 영 혼에 관한 프로이트의 태도는 나에게 몹시 수상쩍게 여겨졌다. 어떤 인물이나 어떤 예술작품에서 영성의 현이 나타나는 경우에, 그는 언제나 의심하는 태도로 그것이 ‘억압도니 성욕’임을 넌지시 시사하곤 했다. 성욕이라고 단적으로 관정할 수 없는 것은 ‘정신성 성욕’이라고 불렀다. 나는 그의 가설을 끝까지 논리적으로 밀고 나간다면 문화에 대한 파괴적인 판단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반반했다. 문화라는 것이 억압도니 성욕의 병적인 결과로서 단지 소극으로 여겨질 것이 아닌가? 프로이트가 대답했다. “그렇고 말고요. 그건 일종의 운명의 저주입니다. 우리는 거기에 대항할 만한 힘이 없습니다” 나는 결코 그의 의견에 동의하거나 그런 정도로 얼버무리고 끝낼 작정은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아직은 토론을 감당할 만한 능력이 없다고 느꼈다. (p.280)

 

하지만 보다 강력한 대상에 대해 이런 명칭을 붙이든 저런 명칭을 붙이든 결국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만일 심리학이 없고 구체적인 대상들만 존재한다면 사람들은 실제로 하나를 파괴하고 그 자리에 다른 것을 갖다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시 말해 심리학적 경험의 영역에서는 긴박감, 불안증, 강박증 등이 조금도 없어지지 않고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불안과 양심의 가책, 죄책감, 강박증, 무의식성, 본능적 충동 들을 어떻게 극복하고 피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여전히 남게 된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이 밝은 관념론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아마도 어두운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한순간 타오르는 불꽃처럼 이러한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훨씬 나중에 내가 프로이트의 성격에 대해 숙고했을 때 이러한 생각들이 중요하게 여겨겼고 그 의미가 분명해졌다. 무엇보다 나를 사로잡은 한 가지 특징이 그에게 있었는데, 그것은 신랄함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이미 그의 신랄함이 두드러져 보였다. 내가 그 신랄함을 성욕에 대한 그의 태도와 연관시켜 바라볼 수 있기까지는 오랫동안 이해하지 못한 채로 있었다. (p.284)

 

프로이트는 왜 자신이 성에 관한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해야만 하늕, 왜 그러한 생각이 자신을 그토록 사로잡고 있는지 한번도 자문해보지 않았다. ‘해석의 단조로움’이 자기 자신으로부터의 도피, 혹은 아마도 ‘신비주의적’이라고 불릴 수도 있는 자신의 또 다른 면으로부터의 도피를 표현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그가 그러한 측면을 인정하지 않는 한, 그는 결코 자신과의 일치에 이를 수 없었다. (p.285)

 

그는 무의식 내용들의 역설과 모호성을 보지 못했으며, 무의식에서 떠오르는 모은 것은 위와 아래가 있고 안과 밖이 있음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이 밖에 관하여 말할 때, 프로이트가 그랬듯이, 전체의 반만 고려하기 때문에 그 결과로 무의식에서 반작용이 일어나는 법이다. (p.285)

 

동양에서는 ‘니드르반드바를 말한다. 나는 이것을 명심하고 있다. 마음의 진동추는 바른 것과 그른 것의 사이가 아니라 의미와 무의미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신성한 힘은 사람을 극단으로 잘못 인도하는 데 그 위험성이 있다. 그것은 작은 진리를 진리의 전부인 양 여기도록 하고 작은 잘못을 치명적인 잘못으로 여기도록 한다. (p.287)

 

모든 것은 지나간다. 어제의 진리가 오늘은 허위가 되며, 그저께 잘못된 결론으로 간주되던 것이 내일은 하나의 계시가 될 수도 있다. 이럴진대 우리가 실제로 아는 것이 너무도 적은 심리학적인 사실들에서는 더욱 그러하지 않겠는가. 덧없을 정도로 작은 의식이 어떤 것을 인식해주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지 우리는 아직도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 (p.288)

 

프로이트가 어떤 꿈을 꾸었다. 그 꿈이 포함하고 있는 문제를 여기서 늘어놓는 것은 옳지 않는 것일이라고 생각된다. 나는 그 꿈을 최선을 다해 해석했으며, 그가 사생활에 관해 좆좀더 상세한 정보를 나에게 제공해준다면 꿈의 해석이 더욱 풍성해지겠다고 말했다. 나의 말에 프로이트는 기묘한 시선, 의심이 가득 담긴 그런 시선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그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나의 권위를 위태롭게 할 수는 없어:” 그 순간 그의 권위를 상실하고 말았다. 그때의 그 말이 나의 기억에서 영 잊혀지지 않았다. 그 말 속에 이미 우리 관계의 종말이 예시된 셈이었다. 프로이트는 개인적 권위를 진리보다 더 내세웠다. (p.285)

 

1층은 무의식의 제1표면을 나타내고 있었다. 내가 깊이 내려갈수록 풍경은 점점 더 이상해지고 어두워졌다. 동굴 속에서 나는 원시 문화의 유물을 발견했다. 그것은 말하자면 나의 내부에 있는 원시인의 세계, 의식이 다달를 수도 없고 해명할 수도 없는 세계였다. (p.299)

 

내가 그 책의 집필에 열중하는 동안, 나는 프로이트와의 결별을 예시하는 꿈을 꾸었다....

나는 이꿈을 분석하기 시작했다. ‘세관’과 관련하여 나는 ‘검열’이라는 낱말을 떠올렸다. ‘경계’와 관련해서는, 한편으로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생각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프로이트와 나의 경계를 생각했다.

그 무렵 프로이트는 나에게 권위가 상실된 존재이긴 했으나 그래도 여전히 우월한 인격을 의미했으며 나는 그에게 부성을 투사했다. 그 꿈을 꾸었을 즈음에는 아직도 그러한 투사를 없애지 못하고 있었다. 그와 같이 투사가 일어나는 곳에서는 우리가 더 이상 객관적인 존재가 되지 못하고 분열된 판단을 고집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우리가 의존적이 되고 다른 한편으로는 저항을 느끼게 된다 그 꿈을 꾸었을 때에도 나는 여전히 프로이트를 존중하면서도 동시에 그에게 비판적이었다. 이런 분열된 태도는 내가 아직도 그 사태를 의식하지 못하고 어떤 성찰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나타냈다. 이것은 모든 투사의 특징이다. 그 꿈이 나로 하여금 이러한 사태를 명확하게 파악할 필요성을 느끼게 해주었다. (p.303)

꿈의 마지막 문장이 프로이트의 잠재적인 불후성을 암시하는 듯이 여겨지긴 했지만, 나나ㅡㄴ 그 꿈으로 정말 충격을 받았다. (p.304)

나는 이 혐오스러운 것들에 신물이 나고 싫증이 나서 이렇게 생각했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 자연이나 인간마구간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도시인들이다.'(p.307)

당신은 그것이 어떤 의미가 있다고 여깁니까. 그것은 어디서부터 온 것입니까 (p.315)

끝없는 환상의 흐름이 펼쳐졌다. 나는 방향 감각을 잃지 않고 길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나는 낯선 세계 속에 속수무책으로 서 있었다. 모든 것이 내게는 어렵고 이해하기 불가능한 듯이 보였다. 나는 줄곧 팽팽한 긴장 속에 살았다. (p.325)

처음에 나는 환상을 내가 지각한 대로 '장중한 언어'로 꾸미기 일쑤였다. 그것이 우너형의 양식에 어울리기 때문이었다. 원형은 열정적으로 말하고 심지어 과장하기까지 한다. 그런 언어양식은 나를 당황하게 하고 기분을 언짢게 했다. 마치 누가 못으로 석고 벽을 긁어대고 칼로 접시를 긁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으므로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나는 무의식이 스스로 선택한 양식으로 모든 것을 받아쓰는 수밖에 없었다. 자주 나는 그것을 귀로 듣는 것 같았고, 나의 혀가 말을 꾸미는 것처럼 느끼기도 했다. 그리고 스스로 중얼거리는 말을 나 자신이 듣는 경우도 있었다. 의식의 문턱 아래서는 모든 것이 펄펄 살아 있었다. (p.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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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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