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 조회 수 4796
  • 댓글 수 2
  • 추천 수 0
2010년 4월 2일 21시 39분 등록
 

[나무야 나무야] 글 그림 신영복


정갈하다. 마치 깊은 산 속을 지나다 나무 밑에서 솟아오르는 맑고 찬 샘물을 만나는 게 이런 느낌일까. 그리 길지 않은 스물다섯 꼭지의 글은 모든 것을 토해내지 않아도 온몸을 흔드는 울림을 주기에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토와 역사의 뒤안에서 띄우는 엽서’라는 문장처럼 글은 이 땅 이곳저곳을 밟고 다니며 지나온 역사를 그리고 현대의 삶을 돌아본다. 그 돌아보는 시선 속에는 항상 우리와 함께 있으나 항상 잊고 사는 땅이 있고 무엇보다 역사가 있다.

살면서 모르고 있던 부끄러운 삶의 모습들. 책은 한 자루의 죽비처럼 그런 모습들을 내리친다. 남루한 우리의 삶과 생각을 사정없이 내리친다. 꼬집어 들이대지 않지만 머리에 찬물을 끼얹는 듯한 서늘한 은유가 있다.


한산섬에서 저자는 네 가지 모습의 충무공을 만난다. 연이은 승전 뒤에 삼도수군통제사로 우뚝 서는 게 한 가지 모습이요, 왜군과의 대치상황에서 긴장하고 있는 게 또 하나의 모습이다. 죄인이 되어 압송되는 모습, 옥에서 풀려나와 패전의 비보를 듣고 통곡하는 모습도 있다.

무엇보다 저자가 깨달은 것은 이 모든 충무공의 모습이 백성들 속에서 발견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충무공은 난중일기에 군관 병사 노인과 노비의 이름까지 일일이 기록했다. 백성들 속에 서 있는 충무공의 모습이 그의 참모습인 것이다. 저자는 충무공의 탁월한 전략도, 연전연승의 신화도 이러한 백성들에게서 나왔음을 깨달았다고 말하고 있다. 백성 속에 우뚝 서 있었기에 충무공은 역사 속에서도 우뚝 서 있다.


2010년 3월 충무공의 후예들이 서해바다에 있었다. 그들은 차디 찬 바다에 잊지 못할 슬픈 역사를 썼다. 병사였고 백성이었던 그들의 이름은 곳곳에서 불려 졌으나 충무공처럼 가슴으로 그들의 이름을 기록하는 이는 없는 것 같았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남편이었고 누군가의 아빠였을 수병들은 한 마디 말도 없이 사라졌다. 후배들을 구하겠다고 달려 온 노병도 서해에서 사라져 갔다. 전설이라고 불린 노병은 사라져 갔다. 아무도 그들을 죽었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은 그 말을 감당해 낼만한 무쇠 같은 가슴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누구는 울었고 누구는 한숨을 쉬었고 누구는 울음을 억누르며 그저 지켜봤다.

백성들 속에 함께 있는 또 다른 충무공은 보이지 않았다. 백성들의 눈물을 걷어내겠다고 수없이 많은 말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어떤 울림도 주지 못했다. 울림이 없는 말들은 백성들의 눈물을 거두지 못했다. 말과 글을 쏟아낸다고 울림을 주는 것은 아니다.


역사는 언제나 말을 하지 않는다. 한마디의 말도 없지만 모든 것을 담고 있고 모든 것을 보여준다. 역사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는 각자의 몫이다. 역사를 만들어 온 백성을 보지 못하면 역사를 단지 승자의 기록으로만 여길 뿐이다. 역사 속에 숨어있는 수많은 눈물을 보지 못하면 눈물을 가리려고만 할 뿐이다. 충무공은 백성들과 함께 서 있음으로 역사 속에 우뚝 섰다. 백성들과 함께 먹고 함께 잠들고 함께 웃고 함께 울었다.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면 함께 울기라도 해야 한다.


저자는 한산섬을 떠나오면서 묻는다. 우리시대가 발견해야 할 수많은 사람과 땅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시대의 이 땅과 사람은 또 다시 역사의 윤회를 거치는 모양이다.


IP *.163.65.193

프로필 이미지
2010.04.03 22:00:30 *.67.223.107
얼마 전에 더불어 숲 모임에서 강화도를 다녀왔어요.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 물줄기를 하나로 만든다음에
다시 하나는 서해로, 또 하나는 강화해협으로 흐르는데
그 모양이 마치 제비꼬리 같다고 하여 연미정이라 불리는 곳을 갔었습니다.

그곳에는 수령 500년이 된 느티나무가 두그루 늠름하게 서있었어요.
저절로 경의를 표하게 되었답니다. 아름답기도 했지만...
얼마나 많은 삶의 애환을 보고 들었을까,,,생각하니 저절로 고개가 숙여지더군요.

저기 멀리 박완서 선생의 고향인 개풍군도 보이고
홍수에 떠내려왔던  통일 소를 돌보아주던 섬?도 보였습니다.

강화학파의 흔적을 찾아 영재 이건창의 묘소도 둘러보았습니다.
이제서야 그의 생애를 재조명하며 묘역을 재정비하고 있었습니다. 
인삼 막걸리와 순무김치를 올려두고
이시대의 자라나는 새싹이 대표로 큰 절을 올렸습니다.

하곡 정제두의 묘도 참배하고  정지용  민영규 선생의 이름도 불러보았습니다.

<나무야 나무야 >154쪽에 철산리 강물얘기가  있고  48쪽에 하일리의 저녁놀 얘기가 있습니다.
다음 모임에서 만나면 강물과 바다를 주제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글 열심히 읽었다는  표를 내느라고 .....긴 댓글을 달았어요.  다음 글을 기다릴게요..
프로필 이미지
써니
2010.04.07 19:46:09 *.36.210.131
좋다. ^-^*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북리뷰 안보이시는 분들 일단 파일첨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4] 관리자 2009.03.09 90644
378 [책읽기 세상읽기] 희망은 깨어있네 [1] 2010.04.12 4583
377 위로의 달인이 전하는 인생수업 [2] 이희석 2010.04.07 4424
376 4-1리뷰 신화의 힘 조셉 캠벨 [1] 윤인희 2010.04.05 4879
375 북리뷰5 신화의힘 The Power of Myth [1] 신진철 2010.04.05 4695
» [책읽기 세상읽기] 나무야 나무야 [2] 2010.04.02 4796
373 '타이탄' 보다. 맑은 2010.04.02 4362
372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을 읽고 [4] 2010.04.01 4537
371 이 책은 알람시계이기를! [2] 이희석 2010.03.30 4535
370 고민하는 힘이 살아가는 힘! [2] 이희석 2010.03.26 4410
369 다석 마지막 강의 맑은 김인건 2010.03.24 4356
368 『고민하는 힘』- 강상중 [7] 이희석 2010.03.24 4780
367 '셔터 아일랜드'를 보다. [4] 맑은 김인건 2010.03.23 4400
366 [책읽기 세상읽기] 학문의 즐거움 [1] 2010.03.22 5105
365 다시올립니다 <4 카를융 기억꿈사상> [4] 신진철 2010.03.09 5984
364 광장으로 나와서 말씀해보세요. 고견을 듣고자 합니다. [3] 김혜영 2010.03.08 4425
363 < 카를 융 기억 꿈 사상 > 김연주 2010.03.08 4311
362 미션 4 카를 융 '기억 꿈 사상'-김창환 야콘 2010.03.08 4340
361 기억,꿈,사상 Review [1] 박현주 2010.03.08 4781
360 네번째 북리뷰_기억 꿈 사상 김혜영 2010.03.08 4385
359 4. 카를융, 기억, 꿈, 사상_저자, 구성 맑은 김인건 2010.03.08 43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