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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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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7월 28일 14시 31분 등록


 

"퇴계 선생은 유교의 최고봉이다. 정암 조광조 이후로는 견줄 만한 분이 없다. 재주와 배짱은 정암에 미치지 못할지 모르겠으나, () () 탐구하여 자세하고 은밀한 데까지 드러내는 것은 정암이 미치지 못한다."

 

율곡이 퇴계를 평가한 말이다. 율곡과 퇴계 조선을 대표하는 학자요 유학계의 쌍벽이지만, 위대한 학자의 학문적 생각은 서로 다르다.  퇴계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은 사단과 칠정을 대립되는 것으로 보고, 고봉 기대승의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은 칠정을 사단 속에 포함시켜 본다. 율곡은 고봉의 입장을 계승하였으니 퇴계와는 다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조선 사회의 분위기를 감안하면, 율곡의 퇴계 평가는 학자 모두 높은 경지의 인품과 학문을 이루었음을 보여 준다.

 

퇴계를 이해하려면, '주희' '성리학'부터 알아야 한다. 주희는 남송 시대의 학자다. 그는 새롭고 창의적인 학설을 제시하기보다는 여러 사람들의 학설을 모아서 버리고 취하는 뛰어난 학자였다. 주희는 유교를 철저히 파고들어 정리했다. 물론 유교의 사상을 종합하여 체계화를 시도한 학자는 주희 이전에도 있었다. 특히, 북송 시대 5명의 유학자 주돈이, 정호, 정이, 장재, 소옹이 유명하다. 이들을 '북송 5' 부른다. 유교를 체계화시키는 정점에 주희가 있었고, 주희가 집대성한 유교의 주류 학파가 '성리학'이다.

 

주희의 위대함은, 유교 경전을 정리한 대목에서도 엿볼 있다. 유교는 공자가 체계화한 사상( 종교적 관점에서 부르는 )이다. 모든 종교에는 바이블이 있다. 유교의 바이블은 13권이다. 유교 13경이라 부른다. 13 중에는 논어(論語)》와 맹자(孟子)》 뿐만 아니라, 《예기(禮記)》,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 《춘추곡량전(春秋梁傳)》, 《효경(孝經)》 일반인들에게 낯선 책들도 있다. 주희는 유교를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며 '사서' 정리하고, 사서의 주석을 집필하는데 몰두했다. 사서(四書)는 대학(大學)》, 논어(論語)》,  맹자(孟子)》, 중용(中庸)》의 네 경전을 말한다. 『대학』과 『중용』은 원래 《예기(禮記)》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주희가 중요도를 설파하며 따로 떼어놓았다. 그러므로, 사서는 주희의 영향력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후, 사서삼경은 유교를 배우거나 가르침에 있어 가장 핵심이 되는 경전이 되었다. (참고 : 삼경(三經)은 시경(詩經)》, 서경(書經)》, 주역(周易)》의 세 경서를 일컫는다.)

 

퇴계 이황(李滉, 1501~1570)‘동방의 주희’로 추앙되는 위인이다. 43살이 해에 주자학의 정수라 불리는 주자대전을 입수하여 탐독함으로, 주자의 저술에 대해서는 완벽에 가까운 경지까지 통달하였다고 한다. 이렇듯 퇴계는 고려 말에 전파된 성리학의 정착에 한 획을 그었으며, 16세기부터 사회 주도층으로 성장한 사림 세력의 활동에 이론적 근거를 세웠다. 그는 정치, 사회적 개혁을 추구하기보다는 인간의 본성과 세계에 대한 원리와 이치를 탐구한 학자였다.

 

퇴계는 '위기지학(爲己之學)' 어떠한 것인지를 삶으로 보여 주었다 점에서 탁월하다. 위기지학은 자신의 인격 수양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으로, 성리학의 궁극적인 목적이다. 퇴계에게 공부란 '심성을 올바르게 갈고 닦는 '이었다. "세상에 나가 관직을 맡든지 집안에서 조용히 은거하든지, 때를 만나든지 만나지 못하든지, 선비는 오직 자신의 몸을 닦으며 올바른 의리를 지킬 따름입니다." 퇴계는 출세나 명예에 대한 욕심은 마음 공부의 적이니 마음을 비우라고 조언한다. "이익과 손해, 출세와 명예 등을 담아두지 않는 마음을 지닌다면, 병통의 절반 이상이 이미 나은 바와 다름없습니다."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신창호 교수가 엮어 지은 『함양과 체찰』은 퇴계의 마음 공부법을 담은 이다. 공부에 대한 퇴계의 철학서인 <자성록> 비롯한 퇴계의 주요 작품에서 '공부론'이라는 키워드를 따라 가려 뽑은 책이다. 책은 퇴계의 생애와 학문을 70 페이지에 걸쳐 소개(1)하고, 선생의 마음 공부법에 대한 200 페이지의 (2) 구성되어 있다. 3부는 '마음을 다스리는 실천의 지혜' 하여 수신십훈, 퇴계연보 등이 부록으로 실었다. 핵심이 되는 2부는 4개의 절로 구성되어 있는데, 절의 제목을 보면 내용을 가늠할 있다.

 

1 싹을 잡아 당긴다고 벼가 빨리 자라지 않는다.

2 앎과 행동은 함께 굴러가는 바퀴다.

3 마음을 붙들어야 참다운 공부가 완성된다.

4 넓게 보라, 교류하라, 그리고 통하라.

 

각각 조바심을 버리기, 실천의 , 함양과 체찰의 중요성, 겉핥기식 공부의 지양을 강조한 내용이다. ( 책으로 대기업의 사업부에서 독서코칭을 진행한 바에 의하면) 퇴계의 생애와 학문을 소개한 1부는 쉽고 재미있지만, 마음 공부법을 다룬 2부는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2 중에서도 마음 수련을 다룬 내용은 일부 적용하고 싶은 정도의 감동이 있지만, 퇴계가 다른 학자들과 서신을 주고 받으며 사상의 오류를 지적하고 토론하는 내용이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다. 이는 저자가 퇴계의 핵심 사상을 친절하게 설명하지 않은 , 퇴계의 음성을 그대로 들려주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력으로 보아 무지해서가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쉽게 다가서고자 노력의 일환으로 보인다. ( 노력이 성공적인지는 모르겠다.)

 

사색과 공부를 즐기는, 다시 말해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즐기는 분이라면 2부도 즐겁게 읽을 있을 것이다. 퇴계의 문체와 명료함은 특히 서신에서 빛난다고 한다. 책에 소개된 퇴계가 후학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읽다 보면, 겸손하면서도 시비를 그냥 넘어가지 못하는 학문적 엄격함을 자주 만날 있다. 중요한 대목은 별지를 두어 자세히 설명하는 철저함, 후학에게도 배울 바가 있으면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퇴계의 겸손함 등이 내게 감동을 주었다. (퇴계의 서신 가장 유명한 것은 고봉 기대승과 사단칠정론을 두고 8년간 진행된 서신 토론이다. 그들의 서신은 『퇴계와 고봉, 편지를 쓰다』는 책으로 한글로 2003년도에 출간되었다.)

 

책의 제목인 '함양' "고요하여 움직이지 않으며 아직 펼쳐지지 않는 마음을 수렴하여 본성을 보전하는 공부" 말한다. 마음공부라고 있으며, 존양이라고도 한다. '체찰' "몸으로 직접 살피는 일로 욕심에 빠지거나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사람의 욕심을 제거하는 공부"이다. 성찰이라고도 한다. (p.93) 제목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대변한다. 『함양과 체찰』은 위기지학의 달인, 퇴계의 모습을 설명한 책이다. 성리학의 달인으로서의 퇴계를 엿보고 싶다면, 『성학십도』을 읽으면 된다. 『성학십도』는 퇴계가 어린 선조에게 성리학을 10개의 그림으로 설명한 책이니까.

 

개인적인 감상을 덧붙이며 글을 맺는다. 퇴계의 마음은 항상 학문과 자연에 머물렀기에 벼슬과 관직을 거부했다. 책의 1부에는 국보급 인재인 퇴계를 천거하고 싶었던 명종과 이를 고사하려는 퇴계의 줄다리기가 묘사된 대목이 있다. (p.40~43, 51~52) 서로를 아끼고 존중하는 군신을 보며, 아름다움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의 정중함과 간절함의 마음을 느꼈다. 이것은 감동을 받은 대목이고, 다음은 아쉬움을 느낀 대목이다. 퇴계가 들려준 이야기들은 마땅히 추구할 만한 훌륭한 가치들이다. 하지만, 땅을 살아가는 인간의 현실적인 입장에서 어떻게 실천해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조언 없었다. 책은 명예와 부를 추구하는 '위인지학' 빠진 현대인들에게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공부가 아닌, 자기 수양을 위한 공부를 하라" 메시지를 준다. 메시지는 유익하지만, 디테일한 지침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한계다. 퇴계가 관념론자이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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