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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8월 18일 10시 10분 등록

연구원 북리뷰에 올렸다가 가만히 살펴보니, 연구원이 되는게 상당히 어려운 과정이군요.
그런데 욕심이 조금 나긴 나네요...처음 인사드립니다. 하모니리더십카페 매니저입니다.
좋은 책, 감동있는 구절로 자주 만나뵙도록 하겠습니다.

http://cafe.naver.com/harmonyleadership/460


치유하는 글쓰기

박미라 지음
한겨레출판사 2008.11.14
펑점
인상깊은 구절
질문은 우리를 젊게 하고, 답변은 우리를 늙게 한다 - 쿠르트 마르티
질문과 답변은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 김채미

 

 사진을 찍으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첫째, 어떤 사물을 집중해서 충분히 가까이에서 찍으면 그냥 눈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예술가들이 마이크로렌즈로 접사해서 찍는구나)

 

둘째, 내가 아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조금만 떨어져서 사진에 담아도 참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 항상 지나가는 길, 여행가서 보는 풍경, 그냥 스쳐지나가는 그 풍경도 내가 부딪히고 매일 부덤하게 느끼며 살아가는 것보다 약간 확장된 전체의 개념(예, 배를 타고 나가서 항구사진을 찍는다거나, 매일 달리는 서울숲과 한강을 찍어본다거나)이 되었을 때 그 속에 들어가있는 나의 삶의 일부가 가치있고 아름다워 보인다.

 

이런 개념과 비슷하게 나에 대한 것들, 내가 느끼는 것들을 글로 쓰는 것, 아름다움의 차원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위로가 되지만 다른 사람을 치유할 수도 있는 힘을 가진다. 나의 경우는 벌써 4년전부터 글을 쓰기 시작하여 지난 6월에 하모니 리더십 카페를 오픈하였다.

 

이 책을 읽고보니 내가 왜 그토록 글을 써내려갔었는지 거꾸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책은 사실 4년/5년전에 읽었으면 나에겐 훨씬 좋았을 책인 것 같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나는 확신을 점점 가진다. 글이란 신비한 힘에 대하여...

 

100% 외향적이고 상처없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은 절대 읽지 말아야 할 책이다. 인생을 살면서 뭔가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과 아픈 상처가 치유되지 않고 더 자꾸만 커져가는 것을 느낄 때 실천해 볼 수 있는 '치유하는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게 요령과 용기를 주는 책이다.

 

지식을 자랑하는 글, 화려한 문체로 현혹하는 글이 아니라 솔직하게 자신을 성찰하고 인생을 살면서 크고 작게 상처를 받으면서 배워가는 것들을 아름다운 글로 승화시키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상처곁에서 오래 서성인 당신에게 = 닫힌 문을 너무 오래 쳐다보고 있는 당신에게

 

치유하는 글쓰기는 인간의 치유를 지향하기 때문에 치료가 아닌 치유 healing 라는 개념을 선택했다. 치유하다 heal 의 어원 whole이 전체성이나 완전성을 의미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치유는 여러가지 요소를 온전하게 통합한다는 뜻이다. 인간은 개인적이면서 집단적인 존재이고, 선하면서 악한 존재이며, 육체적인 몸을 가진 유한한 존재이면서 정신적인 존재이고, 더 나아가 영적인 무한존재이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자연과 분리된 문명의 주인공이다. 또 인간은 저마다 다른 행복론과 가치관을 가지고 살지만, 각자의 내면에도 수많은 가치관과 상반된 생각들이 공존한다. 아니, 그 모든 것이 균형감과 항상성을 가지고 공존할 때 비로소 온전함을 갖는다. 치유는 결국 온전함을 획득하는 작업이다.
치유의 주체는 전문가가 아니라 치유를 원하는 나 자신이다. 치유하는 글쓰기는 글쓴이의 판단, 자발성과 주도성을 최대한 존중하고 격려한다. 결국 혼자서 하는 작업이고 본인이 원할 때만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 

 

하늘은 복 없는 사람을 내리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자라게 하지 않는다. - 명심보감 성심편

 

글쓰기가 쓰는 이와 읽는 이 모두에게 그토록 치유적이라는 사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그리고 이 세상 그 어떤 글도 함부로 취급해도 될 만큼 무의미하지 않다는 사실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나는 진작 그들의 글과 이야기속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그의 글이 가진 힘, 그러니까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고통의 한가운데를 통과하는 그의 저력에 감동했다. 과거의 기억을 촘촘하게 기록해낸 치열함 때문에 울었던 것이다. 그녀의 글을 통해 우리의 과거가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늘 말을 나눌 상대가 자기 곁에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때는 당신 자신 속에서 상대를 찾아야만 합니다. - 잘랄 앗 딘 알 루미, 사막을 여행하는 물고기

 

발설도 내면의 힘이 있어야 가능하듯이, 반대로 비밀을 지키는 데도 힘이 필요하다. 

 

글이 있기 전에 말이 있었고, 말이 있기 전에 삶이 있었던 것이다. 삶->말->글이지 글->글 이 아니며 삶이 없는 글은 씌어질 수 없다. 만약에 그런 글이 있다면 그것은 엉터리 글이요, 생명이 없는 죽은 글이다. - 이오덕, 삶을 가꾸는 글쓰기 교육

 

삶에 밀착된 글쓰기, 또는 삶의 이면을 봄으로써 인생을 더 통합적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글쓰기


훈계 없이, 모범답안 없이 자발적 앎을 선사하는 글쓰기


평범한 사람들의 진솔한 글쓰기가 감동적인 이유가 또 하나 있다. 그들의 글은 뭔가를 가르치지 않으면서도 많은 자발적인 앎을 우리에게 선사한다. 작가의 권위에 눌리지 않고 우리가 얻고 싶은 지혜를 얻으면 되는 것이다. 

 

내 불행이 누군가의 행복이 된다면 언젠가 나도 행복으로 삼을 만한 남의 불행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서로의 불행을 징검다리 삼아 우리는 생의 매 고비를 죽지 않고 건너가게 되는 것이다. 

 

나는 받아들였다. 이것은 내가 가야 할 길의 일부, 내 여행의 일부라고. 더 이상 고통과 싸우지 않고, 그것이 왔다가 가는 것을 다만 응시할 뿐이다. - 마야 트레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기

 

글을 쓸 때 누군가와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도 한다. 대화의 상대는 일기장이나 마만의 블로그일 수도 있고, 또 내면 깊숙이 감지되는 어떤 존재이기도 하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고통을 혼자 짊어져야 한다는 외로움은 서서히 사라지고, 비로소 나는 안온해진다.
생각과 감정을 글로 옮기게 되면 생각의 파도에 휩쓸리지 않으면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집중적인 고민을 할 수 있게 된다. 다음 단계로 생각이 발전하는 것이다. '자, 그래서 내 고민의 핵심이 뭐지? 뭐가 제일 근본적인 문제인거야?' '그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거지?'라고 묻는 단계가 올 것이다. 

 

글쓰기의 중요한 치유기능

1. 내 밖에 보관하기
2. 내면과의 대화
3. 자기 자신을 솔직하게 만든다.
4. 거리두기 : 직면하게 되면 오히려 담대해진다. 피하고 외면할 때는 한없이 두려웠는데, 돌리고 있던 고개를 들어 똑바로 쳐다보면 오히려 견딜 만해지는 것이다.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던 일들도 글로 써서 다시 읽어보라.

정신분석이나 심리학에서도 '관찰하는 자아'의 힘을 기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무의식이라는 창고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많이 알수록 의식의 힘은 강해진다.


잘보는 능력 = 아무런 선입견 없이, 잡념도 내려놓고 세밀하게 지켜보는 것
보는 행위 = 눈을 통한 시각적인 봄이 아니라 온몸과 온 의식을 동원한 알아차림, 마음챙김, 위빠사나 명상을 통해 훈련


위빠사나 명상 - 석가모니 부처님의 수행법, 위 vi = 뛰어나다, 빠사나 pasane = 보다
몸, 느낌, 마음, 법 = 네갖 영역을 지켜보는 훈련, 이 네가지 영역에서 현재 일어나는 모든 현상을 주시하고 그것에 집중함으로써 결국 우리는 존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체험으로 알아차리게 된다. 보는 행위가 집중적인 노력을 통해서 고도로 훈련될 때 존재의 본질까지 꿰뚫어볼 수 있는 능력과 힘을 얻게 된다. 

 

고통에 찬 달팽이르 보게 되거든 충고하려 들지 말라. 그 스스로 고통에서 벗어나올 것이다.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라. 풀과 돌, 새와 바람, 그리고 대지 위의 모든 것들처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 장 루슬로

 

우리 모두는 부모나 친구나 사회가 칭찬하는 방식대로 사느라 너무 지쳐있다. 

 

내 문제나 고민이 큰 상태에서 상대의 고민을 듣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특히 상대의 고민이 내 문제와 유사할 때는 그 문제에 휩쓸려서 고통이 몇 배로 배가된다. 내가 문제를 자각하고 있는 경우엔 그나마 낫다. 무의식에 분노를 잔뜩 담고 있는 사람이 상대의 분노를 다루다보면 원인도 모른 채 에너지를 소진하게 된다. 그러므로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때는 심리적으로 비교적 건강한 상태에 있어야 하며, 자아경계선이 분명한 상태에서 상대와 거리두기를 할 수 있으면 좋다. 그 모든 인생의 고난을 경험하고 극복한 살이라면 더 좋을 것이다. 그들은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때, 그 어떤 비극적인 이야기에서도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는 능력이 있다. 

 

각기 나름의 진실이 있다. 나름의 진실이란 절대적인 객관성의 기준에 맞추어 판단한 것이 아니라 '나 혹은 그가 체험한 주관적 진실'이다. '사실'과 유사한 개념일수도 있겠다. 당시 정황이야 어찌 됐든 말한 이는 그런 느낌을 느꼈던 것이 사실이다. 

 

타인에 대한 공감은 결국 나 자신의 문제와 연결된다. 

사람들은 글만 보면 예리한 분석가나 신랄한 비판자가 되려고 한다. 어쩌다 우리는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바, 작품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지혜나 공감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잘못된 점, 문제점부터 찾아내는 전문가가 되어버렸을까. 비판은 정확한 것이든 그렇지 않든 자칫 상대의 생명력과 창조성을 짓밟는 행위가 될 수 있다. 상대가 그 비판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을 때는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러니 칭찬이 우선이다. 좋은 점과 강점과 미덕을 먼저 칭찬한 뒤에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쌓였다면 조금 진지한 언어로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눌 수도 있지만 반드시 혹독해질 필요는 없다. 사실 칭찬도 습관이 된다. 자기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칭찬을 해주기 시작하면 칭찬하고 싶은 부분이 점점 더 많이 보인다. 칭찬을 받고 자신감을 얻은 사람이 마음의 여유를 찾으면 스스로 균형을 잡을 수 있게 되고, 또 자신의 매력을 더 잘 발휘하게 되기도 한다. 

 

모든 의견은 투사이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내면처럼 세상을 판단한다 - 토머스 아 켐피스
우리는 상대에 대해 내리는 모든 규정과 판단이, 그리고 상대에게서 느끼는 대부분의 감정이 투사라는 사실을 알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거기에서 배울 수는 있지만 그것으로 상처입고, 그것에 갇힐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제레미 테일러가 '꿈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는 꿈꾼 사람만이 아 룻 있다'고 강조했듯이 내가 쓴 글, 나의 작품, 그리고 내 인생이 가진 진정한 의미는 나만이 알 수 있는 것이다. 

 

죽음의 수용소에서, 빅터 프랭클 - 삶의 의미와 목적이 인간의 실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를 상실했을 때 심리적인 문제가 생겨나며, 반대로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치료가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는 각자에게 주어진 인생의 사명과 의미를 찾아가기 위해서이며,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견뎌낼 힘을 갖게 된다. 

 

저널치료, 캐슬린 아담스 - 삶이 주는 은유나 상징에 관심을 가지고 직관을 발전시켜서 그것들이 주는 정보를 해독하라고 충고한다.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할 때마다 '이 상황이 내 삶의 어떤 은유이며,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 걸까?'라고 묻는 습관에 빠지라. 

 

누구에게나 반드시 얼마간의 비는 내리고 어둡고 쓸쓸한 날은 있는 법이니 - 헨리 워즈워드 롱펠로

 

가족은 우리 인생의 사인 혹은 메시지라고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증상들을 만들어내는 원천이다. 가정은 가장 깊은 사랑을 제공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상처를 주는 곳이기도 하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가장 큰 고통을 준다. 가족밖에서 경험하는 '첫경험' 역시 이후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 첫직장에서 갖게 된 근무태도나 경험 같은 것들이 이후 직장생활 내내 영향을 미친다. 그외에도 첫번째 상사와 동료, 첫 성관계, 첫번체 연인, 신혼 초, 첫인상, 첫공부습관 등이 대부분 우리 뇌리에 깊이 각인된다. 

 

우리는 너나없이 상처를 갖고 있으며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서 있을 뿐이다. 왜 유독 나만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하는가, 라고 슬퍼할 필요는 없다. 이제 남과 비교하기 위해 밖으로 향해 있던 시선을 거두고, 내면으로 돌아와 내 속에 웅숭거리고 있는 아이들을 하나씩 바라봐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눈물을 닦아주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커버렸기 때문에 누군가의 돌봄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나만이 나를 돌볼 수 있다. 그럴 나이가 된 것이다. 

 

우리의 혼잣말, 혹은 잡념이라고 일컫는 부분을 모두 끄집어내 기록해본다면 미친 여자가 지껄이는 얘기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난리법석일지도 모르겠다. 그게 우리의 내면이다. 그러니까 우리는 미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미친 여자를 나오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힘을 자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상인 것이다. 

 

질문은 우리를 젊게 하고, 답변은 우리를 늙게 한다 - 쿠르트 마르티

질문은 우리를 젊게 하고, 답변은 우리를 성장하게 한다 - 김채미

 

떠나보내기 - 충분히 사랑한 것은 떠나간다.

낡은 에너지는 오랜 친구와 비슷하지만, 지금은 헤어질 시간입니다. 지금은 옛 친구가 자신의 길을 가고, 여러분은 여러분 자신의 길을 가야 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 샴브라

켄 윌버 - 인간의 의식의 단계를 아홉단계로 나누고, 단계마다 그에 맞는 자아가 형성된다고 말한다. 한 단계에서 형성된 자아는 그 단계읮 ㅓㅇ체성을 나타내기도 하비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발판이 되기도 한다. 의식의 성장이란 각 단계에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그때 우리는 과거에 만들어놓은 자아와 이별하고 다음 단계의 자아를 만나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의식을 성숙시키는가? 어떻게 이전 자아를 떠나보내고 좀더 성숙한 다음 단계의 자아를 맞이할 것인가? 충분히 사랑한 것들은 스스로 떠나가게 되어 있다고, 나는 믿고 있다. 가차없이 모질게 처내고 잘라낼 필요는 없다. 내 안의 부정적인 부분을 바라봐주고 그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공감하고 나면 그들은 어느 순간 길 떠날 채비를 하게 된다.


충분히 사랑하고 잘 떠나보내기 - 치유하는 글쓰기를 통해서 발견했던 불편한 감정이나 인간관계 중에서 뭔가를 떠나보내고 싶다면 그것을 상정하고 가만히 성찰한다. 그리고 작은 주제들로 나누어 글쓰는 시간을 갖는다.


 - 그것은 이제까지 나에게 어떤 힘이 되어주었나요?
 - 혹은 어떤 체험과 깨달음을 주었나요?
 - 떠나보내려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그것에 잘 가라는 인사를 하고, 마음으로부터 놓아준다고 상상합니다. 

 

글을 쓰면서 마음속에 강물이 흐르고 있다고 상상해본다. 그 강물은 머리와 가슴을 거쳐 몸밖으로 흘러나간다. 나는 그 물길을 막지 않는다. 혹은 바람이어도 좋겠다. 바람이 온몸의 구석구석을 휘돌아 내 손과 발끝으로 빠져나간다. 나는 그 바람이 내 몸 안에서만 맴돌지 않고 제 속도대로 빠져나가도록 허용하면서 글을 쓴다.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고,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 만족감을 가져온다면, 가치관에 기초한 삶은 충족감을 가져다준다. 충족감은 행복이나 만족감을 넘어서는 내적 감정이다. 그것으 지속적인 도취감이고 온전하게 자기 자신이 되었다는 느낌이다. 

 

이제는 정말 일하는 사람들이 글을 써야 한다. 농사꾼이나 행상과 어부와 노동자가 글을 써야 한다. 공연히 어려운 말로 젠체하는 글이 아니라, 삶속에서 절로 터져 나오는 내 생각과 내 느낌과 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는 글을 써야 한다. 그리하여 글이 온 세상에 강물처럼 흘러넘쳐야 한다. - 서정오, 글장이는 별종인가?

 

가장 편한 상대와 마주앉아 진솔한 대화를 나눌 때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특별히 위축되지도 않을 것이고 또 지나치게 과장하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그저 이해와 소통만 있을 뿐이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도 결국은 자기 자신을 비롯해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행위이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상대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쓰는 것이다. 제대로 말걸기, 제대로 소통하기가 가장 중요한 글의 역할이다. 그러려면 우선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내 글을 읽는 사람을 향해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나는 당신에게 관심이 있고, 그래서 내 얘기를 라고 싶어요' 하는 태도다. 그 다음은 물론 이해하기 쉽도록 기술하는 것이다.
그런데, 글이란 말보다는 지적인 매체이다. 그러다보니 말하기보다 글쓰기를 더 두려워하고 위축되는 사람들이 맣다. 말하기는 거의 본능적으로 구사하면서도 글을 쓸 때는 갑자기 긴장하고 막막해하는 것이다. 

 

우리가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그것은 무슨 의미인가? 우리는 자신을 위장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에게 문장력이 훌륭하다는 칭찬을 듣거나 으스대기 위해서라면 글을 잘쓰기는 어려울 것이며, 타인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도 힘들 것이다. 글을 쓰는 이유는, 그가 위대한 작가이든 아니면 치유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든 간에 누군가와 가장 자기답게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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