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름을벗어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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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바꾼 세상, 구글이 바꿀 미래
『구글드,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타임비즈, 2010
1998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OS시장 전체의 90% 이상을 점유하며 자신감이 넘치던 시기였다. 그해 한 인터뷰에서 가장 두려운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빌 게이츠는 예상과 달리 넷스케이프,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오라클, 애플 등 '막강한 적수'들을 언급하지 않고 "누군가 차고에서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지 않을까 두렵군요"라고 대답했다. 공교롭게도 바로 그 1998년, 빌 게이츠의 악몽은 현실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의 한 차고에서 스탠퍼드대학원 동창생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막강한 검색엔진을 무기로 구글을 차린 것이다. 구글은 불과 10년 만에 시가총액 1,400억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포털 업체로 성장했고, 2009년 또다시 <포춘> 선정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50대 기업'에 꼽혔다. 위성 지도 프로그램인 ‘구글 어스’를 통해 지구 반대편 다른 나라의 환경을 옆집 보듯 알 수 있고, “구글이 못 잡아내는 정보는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구글의 검색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경지에 올랐다. 구글은 거기다 이미 미국 5대 방송사의 광고 수입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인터넷 광고로 벌어들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 모바일 검색 점유율이 98.29%에 달한다는 경악스러운 조사결과도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 구글에 맞서 모바일 검색 사업을 강화하려는 경쟁 사업자들에게는 한 마디로 맥빠지는 소식이다.
이 책의 제목인 구글드(Googled)는 '구글에게 당하다' 또는 '구글이 만들어낸 획기적인 변화'를 뜻하는 신조어인데, 이밖에도 구글링, 누글러, 구글노믹스 등 자고나면 구글 관련 신조어가 하나씩 생길 정도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포춘>은 혀를 내두르며, "구글에 대한 최대 위협은 구글 자신의 성공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구글이 최고 기업으로 떠오른 비결은 뭘까? '20세기 100명의 기자’로 뽑힌 <뉴요커> 수석 칼럼니스트인 켄 올레타는 3년 여 간의 심층 취재를 바탕으로 내놓은 『구글드,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에서 ‘소비자 중심적인 사고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그가 구글을 지켜보면서 얻은 교훈은 명확하다. 구글은 비즈니스 관점이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성공했다.
구글이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기업,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떠오르기 전에 인터넷 검색엔진 분야의 최고 기업은 야후였다. 야후는 인터넷 검색의 중요성을 깨닫고 효율적인 검색엔진을 개발하여 서비스를 제공하였는데 한 가지 실수를 한 점이 있다. 사람들이 인터넷 검색을 하기 위해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일단 접속을 하면 그런 사람들을 가능한 한 자신의 웹사이트에 묶어 두면서 부가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려 하였다. 반면에 구글은 첫 메인 페이지에 배너 광고가 전혀 없다. 그러면 구글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구글은 굳이 자신들의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묶어 놓기 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웹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여기서 구글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클릭 당 가격을 매김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구글의 검색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보다 많은 기업들이 구글의 검색 서비스를 통해 그들의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를 원했고 이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구글의 검색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상호 보완작용을 불러일으켰다. 구글의 경영진들은 자신들이 뭘 하고자 하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들이었고,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을 위해 보다 효율적일 수 있을까에 천착해 성공을 거뒀다.
구글에선 누구나 회사 경영에 대해 말할 수 있고, 누구든지 반대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라도 자기만의 연구팀을 구축할 권리가 있다. 전례 없는 구글의 민주적 경영 방식은 흔히 '70-20-10 방침'이라고 불린다. 연구 인력의 70%는 기초 사업을 관리하며 업그레이드하고, 20%는 미래 발전 사업에 매달리고, 10%는 부가적인 서비스를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평범한 생각과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 자유롭고 비범한 자들이 민주주의를 등에 업고 토론을 통해 정진하는 기업이 구글이다. 구글은 실리콘밸리 최고 스타 기업인 애플과 사업에 접근하는 방식은 물론 기업 문화와 비즈니스 모델 자체도 크게 다르다. 애플이 태양의 왕같은 스티브 잡스를 중심으로 한 중앙통제식 문화를 가진 반면 구글은 일반 엔지니어들이 경영자들에게 상향식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민주적 문화를 갖췄다. 그러나 지난 5월 서울디지털포럼 2010 기조연설을 맡은 켄 올레타는 구글의 '엔지니어 중심의 문화'가 세계시장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지니어 문화라는 것은 측정하는 행동을 좋아하는데 엔지니어들은 민족주의나 자존심 등 측정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기업은 세 종류다. 물결을 일으키는 자, 물결에 간신히 올라타는 자, 그리고 물결에 쓸려 없어지는 자.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 역시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는 세찬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만다. 저자는 이 책에서 150명의 구글 임직원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경영회의 현장까지 생중계함으로써, 초강력 폭풍을 몰고 올 인터넷 세계의 가공할 변화와 구글이 주도하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렇다고 단순히 구글의 좋은 면이나 훌륭한 점을 찬양하고 본받자는 취지는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구글이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지, 그 화려한 성공의 길 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무엇이고 아직까지 터지지 않았으나 구글 안에 잠재되어 있는 폭탄은 무엇인지, 이런 것을 함께 들여다보고 고민해보자는 글이다. 구글은 정녕 소비자를, 사용자를 위하는 도덕적인 집단인가,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의 신뢰조차도 이용하려고 하는 매우 똑똑하고 야심찬 기업인가. 세상을 더 좋게 바꾸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제 기분에 취해 이제 더 거대해진 불도저를 이리저리 몰고 다닐 뿐인가. 이 책은 구글이 바꾼 세상과 구글이 바꿀 미래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를 던져주고 있다. 최근 구글의 스트리트 뷰(Street View)가 전 세계적으로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고, 구글코리아도 개인정보 무단수집 혐의로 전면 압수수색을 받았다. 구글이 차제에 '사악한 짓을 하지 말라(Don't be evil)'는 자사의 모토가 진정한 신조이자 실제 가치관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걸 지켜보고 싶다. 이래저래 당분간은 더 '구글드(Googled)' 해야 할 것 같다. -끝-
* 기획회의 279호 (2010.9.5) 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