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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0월 7일 17시 01분 등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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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 정영목 옮김
이레 2006.08.20
펑점
인상깊은 구절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구제불능일 정도로 따분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이 분명해지기 때문이었다.

 

 '여행의 기술'을 읽고 보통에 반하여 여러권 그의 글에 심취해보기로했다. 동물원에 가기라는 이 책은 산문집으로 인생을 살면서 어렴풋이 느끼는 점들을 더 분명하고 선명하게 자각할 수 있는 힘을 넣어주는 책이다. 사람은 더이상 발견할 게 없으니 동물원에 가보라던지, 가장 매력적인 장소인 공항에 가보라던지, 일상에서 우리가 조금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살아가면 훨씬 넓고 깊은 여유와 창의성을 가질 수 있게 해준다. 비행기에 대한 그의 유별난 애착은 비행기를 묘사하는 글에서 그냥 감탄사가 나올 정도이다. 그를 따라 글 여행을 하다보면 나도 보통이 아닌 감각을 가질 수 있을까? 아주 가볍게, 그러나 무릎을 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두시간 정도면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얇지만 그의 섬세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런 책이다.

 

 

 비행기는 넓은 세상의 상징으로, 그 안에 자신이 건너온 모든 땅의 흔적을 담고 있다. 그 영원한 이동성은 정체와 속박으로 답답해진 마음에 상상의 평형추를 제공한다.

비행기에서 구름을 보면 고요가 찾아든다. 저 밑에는 적과 동료가 있고, 우리의 공포가 비애와 얽힌 장소들이 있다. 그러나 그 모두가 지금은 아주 작다. 땅 위의 긁힌 자국들에 불과하다. 물론 이 유서 깊은 원근법의 교훈은 전부터 잘 알 던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차가운 비행기 창에 얼굴을 대고 있을 때만큼 이것이 절실하게 느껴지는 경우는 드물기에, 우리가 지금 타고 있는 것을 심오한 철학을 가르치는 스승이라 부를 만하다. 

 

이 모든 소란과 안달은 왜일까?
왜 이리도 절박하고 어수선하고 번민하고 고군분투하는 걸까?
그런 하찮은 것이 왜 이다지도 중요해진 걸까?
- 쇼펜하우어

 

매력적이지 않은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침묵하면 그것은 상대가 따분한 사람이라는 뜻이 되고, 매력적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구제불능일 정도로 따분한 사람은 바로 나 자신임이 분명해지기 때문이었다. 

 

노동자는 화장실에 들어가 흐느끼기도 하고, 실적 미달에 대한 두려움을 술로 달래기도 하며, 해고를 당하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기도 한다.
이런 감정적인 반응을 보면 작업장에 두 가지 요구가 공존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사업의 일차적 목적은 이윤의 실현이라고 규정하는 경제적 요구다. 또 하나는 경제적 안정, 존중, 종신직, 나아가 형편이 좋을 때는 재미까지도 갈망하는 피고용자의 인간적 요구다. 이 두가지 요구가 오랜 기간 이렇가 할 마찰없이 공존할 수 도 있지만, 이둘 사이에서 진지하게 어느 한쪽을 택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상업적 체제의 논리에 따라 언제나 경제적 요구가 선택된다.
임금에 의존하는 모든 노동자는 이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의 삶에서는 불안이 사라질 수가 없다. 노동과 자본 사이의 투쟁은 적어도 선진국에서는 이제 마르크스의 시절처럼 맹렬하지 않다. 그러나 노동 조건의 향상과 고용 관련법에도 불구하고, 생산 과정에서는 노동자들의 행복이나 경제적 복지가 여전히 부차적인 자리를 차지할 수밖에 없으며, 노동자들은 기본적으로 도구 노릇에 머물게 된다. 노동자가 아무리 선의를 보여주고 아무리 오랜 세월 일에 헌신한다 해도, 노동자들은 자신의 지위까 평생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 그 지위가 자신의 성과와 자신이 속한 조직의 경제적 성공에 의존한다는 것, 자신은 이윤을 얻기위한 수단일 뿐이지 감정적인 수준에서 늘 갈망하는 바와는 달리 결코 그 자체로 목적일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결국 노동자는 늘 불안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 휴가를 마무리할 시간이 다가오면, 일이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 쪽이 일을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는 것이 좋겠다. 그래야 우리의 슬픔을 그나마 다독일 수 있을 테니까. 

 

낙타의 눈썹은 마스카라를 잔뜩 발라놓은 것 같다. 속눈썹은 모래가 들어오는 것을 막기에 알맞은 생김새다. 

 

무엇을 먹고 마실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누구와 먹고 마실 것인가를 신준하게 고려해야 한다. 왜냐하면 친구 없이 식사하는 것은 사자나 늑대의 삶이기 때문이다. - 에피쿠로스

 

다른 사람들이 쓴 책을 읽다보면 역설적으로 나 혼자 파악하려 할 때보다 우리 자신의 삶에 관해서 더 많이 알게 된다. 위대한 책의 가치는 우리 자신의 삶에서 경험하는 것과 비숫한 감정이나 사람들의 묘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보다 이들을 훨씬 더 잘 묘사하는 능력 또한 중요하다. 독자가 읽다가 이것이 바로 내가 느꼈지만 말로 표현을 못하던 것이라고 무릎을 쳐야 하는 것이다.


이런 희미한, 그럼에도 치명적인 떨림을 포착하는 데 모든 관심을 쏟는 책을 일다보면, 그 책을 내려놓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작가가 우리와 함께 있다면 반응을 보였을 만한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우리의 정신은 새로 조율된 레이더처럼 의식을 떠다니는 대상들을 포착한다. 마치 조용한 방에 라디오를 가져다놓는 것과 같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정적은 어떤 특정 주파수에서만 존재했던 것일 뿐, 그동안 우크라이나 방송국에서 쏜 음파나 소형 콜택시 회사가 야간에 주절거리는 소리가 줄곧 방을 채우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 우리는 전에는 지나쳤던 것들에 관시믈 갖게 될 것이다. 하늘의 음영에 한 사람의 얼굴의 변화무쌍함에, 친구의 위선에, 이전에는 우리가 슬픔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상황으로부터 밀려오는 축축하게 가라앉는 슬픔에. 

 

나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왕좌에 앉아 있지만 그래봐야 내 엉덩이 위일 뿐이다. - 몽테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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