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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2월 28일 16시 49분 등록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는 칼 융의 제자를 만난 뒤 자기내면 탐구 결과를 "데미안"에서 풀어놓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칼 융을 직접 만난 후 집필 한 작품이 바로 "싯다르타"아고 하고... 데미안을 읽은 뒤 헤세의 통찰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독자들의 진정한 기쁨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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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작가가 싯다르타라는 작품을 썼다.
그 자체로 충분히 놀라웠다.

사상을 향한 그의 깊은 사유 앞에, 데미안에서 이미 보여준 사고의 깊이에
그가 펼쳐놓은 동양 사상은 혹은 진리의 세계는 어떨지 궁금해 시작한 '싯다르타'.

책이 얇아서이기도 하지만, 중간에 멈추기 어렵다.
진리에의 여정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어서, 그냥 단숨에 끝까지 가야 하는 길이라고나 할까..

등장인물들은 이러하다:

고타마: 당대의 깨달은 자.
싯다르타: 고타마의 수하에 들어가지 않고, 스스로 세상 모든 것을 경험하여 깨달음의 길을 걷는 자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고타마 싯다르타는 석가모니 부처의 세속명이다.
그러니까, 헤세는 고타마 싯타르타라는 한 인물을 해체시켜 두 사람으로 등장시킨다
즉, 싯타르타가 세상을 통해 고타마 (=깨달은 자)가 된다고 해야 할까..?)
고빈다: 싯타르타의 어릴적부터 친구로서, 고타마를 만난 후 싯타르타와 헤어져 수도자의 길을 걷는다.
바수데바: 또 하나의 깨달은 자로, 자연을 상징하며 싯타르타를 깨달음의 길로 인도한다.
카마라: 싯타르타가 세속에서 사랑한 여인. 고급창녀이지만, 싯타르타의 됨됨이를 알아보는 지혜를 지닌 여인.

이야기는 이렇게 흐른다..

싯타르타는 슬퍼하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어릴 적 부터 친구인 고빈다와 함께 깨달음의 길을 떠난다.
그러던 어느 날, 깨달은 자 고타마를 만나 친구인 고빈다는 그의 수하로 들어가 수행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싯타르타는 자신만의 길을 고집하며 세상으로 들어간다.

세상 속에서 그는 지혜로운 고급 창녀 카마라를 만나 마음껏 사랑에 빠진다.
그녀와의 사랑을 유지하고자 그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상인으로부터 장사의 세계에도 눈을 뜬다.
그렇게 얼마간 여자와 부 그리고 기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누리는 삶에 빠져들지만
그럴수록 조금씩 공허와 허무 그래서 그것을 상쇄시킬 더 큰 쾌락에의 탐닉만이 커져가는 생활이 반복된다.

그러던 어느 날, 더 이상의 세속적 삶을 견딜 수 없음을 깨닫게 된 날,
세속의 삶이 환멸의 극치에 달한 어느 날 사랑하는 카마라와 마지막 사랑을 나누고 그녀 곁을 떠난다.
하지만 지혜로운 여인, 카마라는 잡지 않는다. 싯타르타의 영혼은 세상에 속하지 않았음을 이미 알고 있었기에..

카마라의 곁을, 그러니까 세상 부귀영화로부터 떠난 싯타르타는
젊은 날 카마라에게 가던 그 길에서 만났던 뱃사공 바수데바를 다시 만나 그의 곁에 머문다.

뱃사공 바수데바..
그는 경청할 줄 아는 이였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알고, 싯타르타의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알고, 강물의 이야기를 경청할 줄 아는 자.. 바수데바 곁에서 싯타르타 세속 오욕을 씻어내리고 그 자리를 자연에 귀기울이는 것을 채워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고타마가 열반에 들게 되고, 싯타르타가 떠난 뒤 모든 세속적 생활을 접고 고타마의 제자가 된 카마라가 그의 열반식에 참가하기 위해 싯타르타의 아들을 데리고 구도여행을 하던 도중 싯타르타가 머물고 있는 강 주변에서 뱀에 물려 죽게 된다.

이 때, 바수데바와 싯타르타가 그녀와 아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녀는 싯타르타의 품 안에서 최후의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녀가 죽은 뒤, 싯타르타가 아들을 거두게 되는데..

여기서 또 한번 싯타르타의 인간적 고뇌가 시작된다.
아들을 향한 집착을 끊어내지 못하는 아버지로서의 고뇌..

그러던 어느날, 그러한 싯타르타의 애정이라는 이름의 집착을 견디지 못한 아들이 아버지의 곁을 떠나게 된다.
상처받은 싯타르타를 강가로 데려가 바수데바는 싯타르타 역시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아버지의 곁을 떠나 수행의 길로 들어섰음을 일깨워 준다. 모든 부모는 아이가 혹여나 잘못될까봐..라는 애정 속에 집착을 숨겨두고 있음을 말이다.

그리고 아버지와 아들, 그 아들이 커서 다시 아버지가 되어 자신의 아버지가 했던 그대로 자신의 아들에게 반복하는 그것. 이 사이클이야말로 인간이 벗어날 수 없는 윤회의 사이클임을 더불어 일깨워준다..

그 순간 싯타르타는 강물을 통해 그것이 인간만의 윤회가 아닌 세상모든 만물의 윤회임을 깨닫게 된다.
돌이 어느 날 흙이 되고, 흙이 다시 식물이 되고, 식물이 동물이 되고, 동물이 인간이 되고...

그러나 바수데바는 그것이 깨달음이 아니라 진정한 깨달음은
그렇게 돌에서 시작한 생명체가 인간이 되어 다겁생의 윤회를 거치다보면 깨달은 자가 될터이니
지금 이 순간, 돌 안에도 "신성"이 있음을 깨닫는 것이 진리라 일깨워 준다..
(즉, 인간들은 다겁생이라는 "시간"의 개념에 발목잡혀, 돌= 신성임을 깨우치지 못한다고 한다.
시간을 따라 두루마리처럼 수없이 태어나고 죽기를 반복하는 다겁생의 생명 순환에서 "시간 개념"을 빼버리면 오늘 이 순간, 지금 당장 돌=신성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 놀랍다...시간의 초월. 아! 하고 불이 번쩍인다..).

그러므로 돌은 돌이지만 동시에 신성이다.
나는 나이지만, 내 안에 신성이 존재한다.
당신은 당신이지만, 당신 안에 신성이 존재한다.

이 세상 일체중생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만물 안에 신성이 깃들어 있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신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다.
우리가 깨닫지 못할 뿐..
(이것이 바로 화엄경의 요지인데, 그걸 체득하게 되는 것이 헤세의 작품에서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이윽고 바수데바는 "구도의 길"은 없음을 말한다.
진리는 목적을 갖고 구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 눈 앞에 완전하게 펼쳐진 세상을 발견하는 일일 뿐이라고...
(이 말은 데이비드 호킨스를 포함한 무수히 많은 현자들이 반복해서 하는 말이다.
그렇기에 고빈다처럼 너무 많은 말에, 교리에 메이지 말고
자연의 심성 그대로, 가장 순수함으로 진리를 발견하라고 말이다..).

그러므로 세상을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눈 앞에 펼쳐진 완벽히 아름다운 세상을 매순간, 모든 존재를 사랑하는 일이라고.
그리고 그걸 위해서는 지식이 아닌 지혜가 필요할진대
지혜는 지식과 달리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아닌 본인 스스로 깨우쳐 가야 할 뿐임을...

눈 앞에, 사과 씨 안에 온 우주가 있다는 화엄의 세계가 펼쳐지는 것과 같은 작품이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바람에 날려 빙글 돌다가 방향을 잃고 땅바닥에 굴러떨어지는 낙엽과 같은 존재요.
하지만 드물게도 별처럼 확고한 자기의 궤도를 가는 사람이 있소.
그들은 바람에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자기 내부에 그들 나름대로의 법칙과 궤도를 가지고 있소
(헤르만 헤세의 "싯타르타" 95쪽)"

진리 혹은 우주에 주파수를 맞추면
그 다음은 삶이 저절로 순환을 만들어 간다..

AUM...
우주를 단 한 음절로 표현하는 소리, "옴"..
어쩌면 우리는 이 단 한 음절 외에는 그 어떤 말도 필요없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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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중국 경극을 세계적인 예술로 발전시킨 매란방의 일대기 영화 "매란방" 리뷰: http://blog.daum.net/alysa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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