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좋은

함께

여러분들이

  • 이희석
  • 조회 수 4468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10년 12월 29일 00시 59분 등록

'올해의 책'이라는 제목의 글을 여러 개 읽으며 몇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중 3가지만 언급하고 물러갑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세요~


1. 올해의 책 ≠ 베스트셀러

국민일보의 박동수 기자님은 12월 24일자 칼럼에서 "올해의 책 선정엔 여러 기준이 적용될 수 있지만

판매 부수가 가장 중요시돼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고 썼습니다.

저는 판매 부수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책들이 판매 부수와는 무관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2005년과 2006년 연말, 직접 올해의 책과 베스트셀러와의 연관성을 비교해 본 적이 있습니다. 

출판저널와 3개 메이저 언론사의 '올해의 책'으로 공동으로 선정된 책에는

『블루오션 전략』이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와 같은 대박 베스트셀러가 있는가 하면,

『대담』이나 『강의』 와 같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책들도 있습니다.  

『대담』의 한 해 판매부수는 8,000부 정도였습니다.

책을 출간한 출판사의 팀장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니 크게 틀리지 않을 겁니다.

저도 그 해 『대담』을 읽었지요. 매우 유익한 책이었는데, 적게 팔려 아쉬워했던 마음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올해의 책은 베스트셀러와 일치하는 것은 아닙니다.

2005년도의 경우, 올해의 책 10권 중 4권이 베스트셀러라고 불릴 만한 판매부수였습니다.

많이 팔리지 않아도 좋은 책이면 올해의 책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판매부수는 올해의 책을 선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아니라, 고려할 여러 기준 중의 '하나의' 기준입니다. 

신간은 매혹적이지만, 그래서 고약합니다.
고전을 향한 관심을 앗아가기 때문입니다.



2. '올해의 책'을 바라보는 태도 한 가지

우리는 콜럼버스에게 "왜 오세아니아주는 발견하지 못했냐?"고 따지지는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모든 매체에게서 '궁극의 리스트'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진보성향의 언론사와 보수성향의 언론사가 선정한 목록은 당연히 다릅니다.

과학잡지와 인문계열의 교양지가 선정하는 목록도 다를 수 밖에 없지요.

독자로서 목록의 균형을 요구할 때에는 분별있게 요청해야 합니다. 

그들의 정체성을 흔드는 균형이 아니라, 그들의 전문 분야 내에서의 치우침이 없는 목록을 요청해야 합니다. 

어설픈 균형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치열함에 가까운 성실함을 요구하는 것이 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각 매체의 성격과 특징을 잘 파악하는 혜안이 아닐까요?

그리고 나에게 결여된 부분이 있음을 깨닫고, 그것을 보완해 주는 매체를 찾아내는 열정과 열린 마음 아닐까요?

과학도를 꿈꾸는 대학생이 뽑은 올해의 책 목록을 보며 '너는 왜 인문학이 없냐?'고 지탄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질문이 부드러운 권면 정도면 좋겠지만, 균형을 잃었다는 꾸짖음이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인생의 어느 시기에 극단을 향한 몰입이야말로 우리에게 성장을 안겨다 줍니다.

진정한 균형은 서로 다른 양 극단으로의 몰입을 통해 이뤄지는지도 모르지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물에 가서는 숭늉을 찾고,
방앗간에 가서는 떡을 찾는 혜안입니다.



3. 제목을 기억해 두는 것보다 유익한 것

좋은 책의 제목을 알아두는 것은 유익한 일입니다.

책을 읽을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에서뿐만 아니라, 그것 자체로도 이야기꺼리 하나를 더 가진 셈이니까요. 

그런데 독서가들 중에는 책 제목을 아는 지식이 책 내용을 이해하는 지식보다 앞서 있는 이들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하여 독서에 관련된 책을 출간한 저자들 중에도 이런 분들이 많습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좋은 책의 목록을 수집하는 일을 멈추고, 책 한 권을 잡아 진중하게 읽는 것입니다. 

진짜 실력을 키우고, 지성인의 사고력을 갖고 싶다는 꿈을 가졌다면 말이죠. ^^ 

명실상부는 전문가의 도덕이요, 목표입니다. 
이름과 내실의 균형을 추구합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글 : 자기경영지식인/ 와우팀장 이희석 hslee@eklc.co.kr

IP *.138.56.154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북리뷰 안보이시는 분들 일단 파일첨부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4] 관리자 2009.03.09 92157
498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하모니리더십 2011.02.15 4512
497 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 [꿈꾸는 다락방] -이지성 [1] 날고픈돼지 2011.02.13 4622
496 [먼별3-19]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 예술 너... 수희향 2011.02.10 4746
495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 김호진 2011.02.09 4475
494 억압받는 자들이 가야 할 길.. [위건부두로 가는 길] -조... 날고픈돼지 2011.02.07 4511
493 [먼별3-17] <헤르만 헤세의 "황야의 이리"> 천 개의 영혼 수희향 2011.02.02 4991
492 <북리뷰>아파트 신화의 덫에 걸린 사람들 -『하우스푸어』 구름을벗어난달 2011.02.01 4502
491 <북리뷰>풍경 너머로 흔들리는 부성의 부재-『내 젊은 날의... 구름을벗어난달 2011.02.01 4440
490 [먼별3-15]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칠레가 낳은 세계적인... [1] 수희향 2011.01.26 4799
489 북] 불안 - 알랭 드 보통 (Status Anxiety) [3] 하모니리더십 2011.01.20 4538
488 [먼별3-13] <스티브 킹의 자서전 "유혹하는 글쓰기"> 천재는... [4] 수희향 2011.01.19 4526
487 <북리뷰>한국판 잃어버린 10년이 온다-『2020 부의전쟁 in ... 구름을벗어난달 2011.01.17 4415
486 [먼별3-11] <자크 아탈리의 "깨어있는 자들의 나라"> 프랑스... 수희향 2011.01.12 4531
485 [먼별3-8] 우주를 떠도는 영혼 <서머셋 몸의 "달과 6펜스"... [2] 수희향 2011.01.05 4558
484 [북리뷰] 러브 마크 - 브랜드의 미래 lovemarks [1] [22] 하모니리더십 2011.01.02 5488
483 더나은 자본주의를 촉구한다 -『그들이 말하지않는 23가지』 구름을벗어난달 2010.12.31 4546
482 리뷰12-4 코리아니티, 구본형 인희 2010.12.29 4499
» '올해의 책'에 관한 3가지 단상 이희석 2010.12.29 4468
480 [먼별3-7] <독일문학의 구도자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수희향 2010.12.28 4934
479 2010년 나를 감동시킨 책들 [2] 이희석 2010.12.23 4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