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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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다. 그러나 그가 얼마나 유명한 작가인지는 알고 있다.
그의 문학적 재질을 논하기에 앞서 그는 이 시대에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을 쓰는 작가 중의 하나이다.
그런 그가 글쓰기에 대한 책을 썼다길래 집어 들었다. 과연 이러한 작가는 어떻게 글을 쓰는지 궁금해서. 무언가 반짝이는 영감을 어떻게 얻는지에 대한 마술같은 비법이라도 털어놓을지 모르잖아~라는 두근거림과 함께.
"작가가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 두 가지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 많이 읽고 많이 쓰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슬쩍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지름길도 없다 (176쪽)."
이런~!
어릴 적 나는 너무도 그럴싸하게 거짓말을 했는데 부모님께서 단박에 알아차렸을 때의 그 느낌이었다.
흥미로운 이야기 전개에선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스티븐 킹이 전수하는 글쓰기 비법이 "많이 읽고, 많이 쓰라"이다. 세상은 참으로 무섭다.. 진리의 세계란 정말 몸서리치도록 무섭다..
"... 8년이 넘도록 주기적으로 투고했지만, 이렇게 친필 메모를 받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메모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원고를 스테이플러로 찍지 마세요. 클립만 끼워 투고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입니다.' (46쪽)."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 작가인 스티븐 킹이 처음으로 출판사에서 받은 피드백이 원고에 대한 것이 아닌 고작 투고 방식이었다니..
"무슨 일이든 시작하기 직전이 가장 두려운 순간이다. 그 순간만 넘기면 모든 것이 차츰 나아진다 (333쪽)."
그나마 위로가 되는 천재의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건, 문장의 뒤에 나오는 "그 순간만 넘기면.."이겠다.
넘기면 스티븐 킹이 걸어간 그 길로도 걸어갈 수 있고, 못 넘기면... ?
스티븐 킹은 이 책에서 정상에 선 이래 한 동안 알코올 중독과 마약 중독에 시달렸다는 이야기도 과감없이 전해주고 있다. 정상에 오르기도 힘들지만, 정상에서의 삶또한 나약한 인간들에겐 마냥 낙원만은 아님을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내가 글을 쓴 진짜 이유는 나 자신이 원하기 때문이었다. 글을 써서 주택 융자금도 갚고 아이들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그것은 일종의 덤이었다. 나는 쾌감 때문에 썼다. 글쓰기의 순수한 즐거움 때문에 썼다. 어떤 일이든 즐거워서 한다면 언제까지나 지칠 줄 모르고 할 수 있다 (308)."
스티븐 킹이 만약 세상의 성공만을 위해 글을 썼다면 성공 뒤 알코올 중독과 마약 중독의 나락에서 헤어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러나 그는 부활했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멋진 자신만의 글 세계를 지니게 된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큰 힘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바람직한 글쓰기는 영감이 가득한 일종의 놀이이다 (186쪽)."
분명 스티븐 킹은 글로써 유명해졌지만, 글은 그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수단이나 방법은 아니었다.
그 이유, 그가 존재하는 이유 자체.
자신의 꿈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다면 세상이 나를 쥐고 흔들어도 다시금 제자리를 찾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오로지 스티븐 킹이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단순한 호기심에 집어들었던 책에서 다시 한번 모든 대가들의 치열함을 배우고 옷깃을 여미며 책장을 덮었다.
하얀 눈 꽃 위에 선홍색으로 피어날 단순한 열정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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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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