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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26일 08시 35분 등록

 

늦은 봄 연구원 오프 수업에서 선생님께선 작가를 포함한 모든 예술가들은 첫째 역사의식, 둘째 사회의식, 셋째 공감대 형성 그리고 여기서부터의 모든 깨달음을 자신의 삶에 녹여낼 줄 알아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우린 드디어 이 모든 것을 삶에 담아낸 한 예술가의 책에 도달하였으니 다름아닌 칠레 아니 라틴 아메리카가 낳은 세계적인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자서전이다..

네루다가 처음부터 민중시인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처음에는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담아내는 서정성 넘치는 작품으로 먼저 이름을 얻기 시작했던 그였지만, 수많은 민간인이 학살되는 스페인 내전을 경험하면서 그의 삶 또한 역사와 함께 대격동의 흐름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스페인 내전.

수많은 지식인들과 심지어 피카소까지를 포함한 많은 예술가들이 공산주의 선언을 하게 만든 비극적 현대사. 2차 세계대전에 묻혀 겉으로 드러나는 역사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지만, 네루다의 표현을 빌자면 동시대 예술가들의 혼을 온통 뒤흔들고 삶을 뿌리부터 바꿔놓은 일대 혁명적 사건.

1930년대 스페인은 대공황에 따른 경제불황으로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면서 계급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게 된다. 1936년 2월 총선결과 사회당, 좌파 공화당 및 공산당 인민전선이 승리하여 토지 개혁을 포함한 혁명적 정책들을 시행하자 이에 스페인 지배 계급인 지주, 자본가 및 로마 카톨릭 교회의 불만이 고조되어 같은 해 7월 모로코에 머물고 있던 프랑코와 스페인 군부 세력이 반란을 일으킨다.

결과는 프랑코 파시스트 반란군의 승리였고, 1975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스페인은 파시즘 독재정권 치하에 놓이게 된다. 내전 중 사망한 민간인 수는 무려 5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특히 반란군을 지원한 독일인들의 폭격 사건이 악명높다 (이것이 바로 피카소가 "게르니카"에서 다루고 있는 부분이다).

"고통받으며 투쟁하고, 사랑하며 노래하는 것이 내 몫이었다.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을 세상에 나누어주는 것이 내 몫이었다. 빵도 맛보도 피도 맛보았다. 시인이 그 이상 무엇을 바라겠는가? 눈물에서 입맞춤에 이르기까지, 고독에서 민중에 이르기까지, 그 모든 것이 내 시 속에서 살아움직이고 있다. 나는 시를 위해 살아왔고, 시는 내 투쟁의 밑거름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상을 받았는데, 이런 상이란 나비 날개에 묻은 꽃가루처럼 덧없는 것이다. 내가 받은 제일 큰 상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멸하지만 실제로는 정말 받기 어려운 그런 상이다. 어려운 미학적 연찬을 거치고 수많은 언어의 미로를 통과한 끝에 민중시인이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내가 받은 상이다 (파블로 네루다 자서전 262~3쪽)"

자신의 말처럼 스페인 내전이후 파블로 네루다는 삶이 투쟁이고, 투쟁이 시가 되는 민중시인의 길을 걷게 된다. 그리고 결국 1971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지만, 시인의 말처럼 진정 그가 자랑스러워했던 것은 끝까지 민중시인의 길 위에 있었다는 점이다.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죽은 시인이다. 그러나 리얼리스트에 불과한 시인도 죽은 시인이다.. (394쪽)."

그래서일까. 그가 묘사하는 망명생활 부분을 읽다보면 쉽게 책장이 넘어가질 않는다. 사람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실어나르는 말들도 피를 흘리며 처절하게 험준한 산맥을 넘어간다. 그리고 그렇게 도달한 피난처. 그 곳에서 그들은 춤을 추고, 따듯한 온천수에 몸을 담근다. 시인이라 그럴까..? 굉장히 격렬하고 투박할 수 있는 도피의 장면이 마치 한 편의 의식을 행하는 그것처럼 그려지고 있다.

"만약 내 시에 어떤 의미가 있다면, 골방에만 틀어박혀 있지 않고 무한히 펼쳐진 공간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경향일 것이다. 나의 한계를 넘어서야만 했다. 그렇다고 또 다른 문화의 틀 속에 가둬두고 싶지도 않았다. 내 자신이 되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 고향 개척지 사람들이 이 땅을 넓혀갔듯이 나 자신을 넓히려는 노력이 필요했다.. (388~9쪽)."

자신의 말 그대로의 삶을 온 몸으로 살아온 시인.
그리고 그 삶은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한 권의 책.
한 사람의 일생과 한 시대의 역사가 묵직하게 느껴지는 책.

마지막 책장을 덮고 창 밖을 내다보면, 지금 내가 어느 시간대, 어디에 있는지 얼핏 헷갈린다.
그만큼 이 한권의 책에 시인은 자신의 전부를 담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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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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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8 14:30:43 *.210.3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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