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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13일 18시 11분 등록

'내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의 분량이 많아 파일 첨부로 대체 하였습니다.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김용규 지음, 휴머니스트)

 

I. 저자에 대하여

김용규 (1952~)

철학자, 소설가, 한국의 움베르토 에코

필명 : 전령의 신 '헤르메스'

서울 청파동 자그마한 정원이 있는 예쁜 벽돌집에서 피아니스트인 아내와 호기심 많은 딸과 살고 있음

 

 

Biography

튀빙겐 대학교와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함

 

저서

- 알도와 떠도는 사원 (2001)

- 영화관 옆 철학카페 (2002)

- 데칼로그 (2002)

- 타르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 (2004)

- 다니 (2005)

- 철학 통조림 시리즈 (2005)

- 철학 카페에서 문학읽기 (2006)

- 설득의 논리학 (2007)

- 기적의 양피지 캅베드 (2009)

-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2010)

 

 

◆ 저자를 위대함에 이르게 한 7가지의 길

    : 이번 리뷰에서는 김용규 선생님과의 서면 인터뷰로 대체합니다.

 

서면인터뷰 요청에 대한 김용규 선생님의 회신내용

 

김경인 선생님, 안녕하시죠.

 

일이 있어 지방에 다녀오느라고 답이 좀 늦었습니다.

보내주신 질문들은 나름 성실히 답해서 첨부파일로 동봉합니다만,

답을 하다 보니 오해를 피하기 위해 미리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아시다시피, 세상에는 예로부터 지금까지 많은 훌륭한 분들이 계셨고,

당연히 그분들이 남기신 훌륭한 책들과 말씀들이 있습니다.

그렇기는 해도 그 어떤 사람도, 책도, 말씀도 완전하지는 않지요.

 

제가 이처럼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저는 특별히 어떤 사람을 존경하지도 않고,

특별히 어떤 책을 좋아하지도 않고,

특별히 어떤 좌우명을 갖고 살지도 않는다는 것을 말씀 드리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바꿔 말하자면, 저는 숱한 사람들을 존경하고, 숱한 책들을 좋아하고,

숱한 좌우명을 갖고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제가 쓴 책들을 살펴보면 그것을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지금까지 10여권의 책을 쓰면서 다른 작가들보다 상대적으로 많은인용을 했지만,

다른 사람의 사상이나 글을 비판한 적이 거의 없지요.

가능한 한 긍정적이고 훌륭한 사상이나 주장들만을 골라 필요에 따라 인용할 뿐입니다.

 

질문에 대한 답은 푸른 색으로 적어 놓았습니다. 도움이 되시길 바라고요.

올 겨울이 유난히 추웠던 탓인지, 벌써 꽃 피고 새 우는 봄이 기다려 집니다.

기쁜 나날들 되시길 빕니다.

 

김용규

 

서면인터뷰 내용

1) 철학자의 길(신학전공, 철학 저술가)을 걷기로 결심하신 시기와 계기가 궁금합니다.

 

저는 본디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아 과학자가 되고 싶었는데요, 대학입시에서 낙방을 하는 바람에 재수를 하면서 우연히 철학 책을 보게 되어 흥미를 느끼고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가끔은 과학자가 되지 못한 것이 아쉽기도 합니다. 여기까지가 질문하신 내용에 대한 ‘사실적이고 공식적인’ 대답입니다. 그런데 제 나이가 올해로 60인데요, 살면서 숱한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은, 사람의 삶이 자기 뜻대로만 되는 것은 아닌데, 그것이 꼭 나쁜 것도 아닌 것 같다는 것입니다. 아마 제가 철학을 하게 된 데에는 그럴만한 내가 모르는 어떤 좋은 이유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2) 철학자로서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시는 가치(좌우명, 아포리즘) 가 궁금합니다.

 

말씀 드린 대로, 저는 많은 보편적 가치들(자유, 평등, 박애, 정의 등등)을 사랑하기 때문에 어떤 특별한 가치(좌우명, 아포리즘)를 갖고 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젊은 시절에 좋아했던 글귀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란트 러셀의 자서전에서 읽은 그의 좌우명인데요, 혹시 도움이 될까 해서 적습니다.

 

사랑에 대한 갈구 (longing for love), 지식에 대한 탐구 (search for knowledge),

인간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동정심 (unbearable pity for suffering of mankind)

   

 

3) 깨달음의 경지를 나눌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어른, 즉 가장 존경하시는 분은 누구신지요?

 

말씀 드린 대로, 저는 너무 많은 분들을 존경하기에 특별히 존경하는 분이 없습니다.

 

 

4) 가장 감명 깊게 읽으신 책이 궁금합니다.

 

역시 말씀 드린 대로, 저는 너무 많은 책들을 감명 깊게 읽었기 때문에 특별히 감명 깊은 책은 없습니다. 그렇지만 책에 관해서 한 가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세상에는 약간의 책들이 있고, 그 책들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있고, 헤아릴 수 없는 쓰레기들이 있다는 것이지요. 권하고 싶은 말은 “인생은 짧으니 책을 읽어라”입니다. 제가 말하는 책은 대개 고전을 말합니다. 그것도 가능하면 원전으로 읽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5) 하루 평균 저술활동에 얼마의 시간을 할애하시는 지요?

 

저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오래 전에 사회생활을 접고 오랜 세월을 집안에서 삽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집안에서 맡은 일이 가사인데요, 가사라는 것이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데다 돌발적인 일들이 자꾸만 생기는 것이라서, 일정하게 시간을 정해놓고 일하지는 못합니다.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읽고 쓰고 하지요.

 

 

6) 선생님의 종교가 궁금합니다

 

저희 집안은 4대째 기독교 신자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이고요.

 

 

7)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이란 무엇인지요?

 

제가 생각하는 ‘신’은 ‘제게 좀 야박하신 분’ 같습니다. 제게 좀 더 잘 대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요. 농담입니다만, 가끔은 솔직한 심경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개인이 체험하는 신은 때로는 ‘너무나 감사한 분’이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나 야속한 분’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다 주관적인 생각이고요,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은, 제 책에 적힌 대로, ‘우주 만물을 포괄하는 무한자이자, 그 안에서 우주 만물을 창조하고 소멸시키는 자이고, 우주 만물에 낱낱이 관여하고 참여함으로써 그것들을 오직 자기 의지대로 이끌어 가는 유일자이지요.

 

 

※ 강연 동영상

김용규 선생님께서 한겨레와 YES24에서 주관한 '아름다운 책 이야기'에서 강연하신 내용 중

일부를 담은 8분짜리 동영상 입니다. 강연내용을 스크립트로 만들어 함께 첨부했습니다.

 

강연 동영상 보기

강연 스크립트.doc  

 

※ 사진

김용규선생님1.jpg

출처 : YES24 홈페이지, 한겨레와 YES24에서 주관한 '아름다운 책 이야기'에서 강연

(http://www.yes24.com/24/ChYes/VideoDetail?videoNo=765)

 

김용규선생님2.jpg

출처 : 2010년 12월 19 한국경제신문 인터뷰

(http://www.hankyung.com/news/app/newsview.php?aid=2010120907531)

 

 

◆ 내가 본 김용규 선생님 (나의 언어로 평가하기)

국내 저자였음에도 저자에 대한 기록이라고는 '독일 튀빙겐 대학교와 프라이부르크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공부함' 이란 정보밖에는 없었다. 그나마 저자의 다른 저서를 통해 '서울 청파동 자그마한 정원이 있는 예쁜 벽돌집에서 피아니스트인 아내와 호기심 많은 딸과 살고 있다'는 사실만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다. 저자의 '출생연도'도 힘들게 찾아낸 인터뷰 기사에 나와 있는 나이를 역산하여 알아낼 수밖에 없을 정도로 저자에 관한 정보는 철저히 '비공개' 였다.

 

답답한 마음에 '휴머니스트' 출판사에 전화를 걸어 저자의 이메일 주소를 알아내어 메일을 보냈다.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짤막하게 적고,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독서 수련'의 취지를 설명 드린 다음 서면 인터뷰를 요청 드렸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부족한 사람의 글을 고운 눈으로 보아주셨다니 감사합니다.

더구나 저자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해주셔 더욱 고맙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렇다 하게 내세울 게 없는데다 또 내세우고 싶어하지도

않는 사람이라서 '저자에 관한 탐색'에는 썩 적합한 사람이 아닙니다.

질문지를 보내시면 성의껏 답은 하겠습니다만, 할 말은 많지 않을 듯 합니다.

날씨가 다시 추워졌습니다. 건강하시고요, 기쁜 일 많으신 나날 되시길 빕니다.

김용규

 

메일 내용을 보고서야 저자에 대한 정보가 왜 '비공개'였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정말로 ''을 잘 모르는 사람이다. 30여 년 살아오며 종교를 가져본 적도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본 적도 없었다.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나는 ''에 대한 아주 짙은 농도를 가진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색안경은 그들의 신을 믿지 않는 비 신자들을 '마귀' '사탄의 아들'로 매도하며 배척하는 아주 일부의 독실한 신도이자 친지이기도 한 몇몇 분들로 인해 생겨났다. 이런 나에게 저자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그 손 끝이 가리키고 있는 것을 보라는 큰 울림을 전해주었다.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 이 책을 통해 기독교 신학을 처음으로 진지하게 접할 수 있었고, '' '철학'에 대한 많은 오해의 풀 수 있었다. 이는 내게 있어 해빙(解氷)과도 같았다. 나의 앎의 영역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했던 '' '철학'에 대해 이처럼 친절하게 안내해준 책을 그 동안 나는 본적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에 대해 느낀 것은 저자는 신(기독교의 신)을 사랑하시는 사람이고, 사랑하는 분이 받는 오해를 안타까워했고, 또한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뼈저리게 통감하고 인정했다. 서면 인터뷰의 마지막 질문 두 항목을 저자의 종교와 신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에 대해 여쭈었던 것이 바로 이 때문이었다.

 

저자의 이번 저서는 3년간의 칩거를 통해 나온 결실이다. 고대의 플라톤부터 중세의 교부들과 스콜라 철학자, 그리고 근대와 현대 철학의 흐름을 꿰고 있는 스케일에 입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얄팍한 지식과 교묘한 재탕 끓이기 식의 책들이 난무하는 현실 속에서 방대한 넓이와 깊이를 가진 현자의 책을 읽은 수 있다는 것은 우리에게 행운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저자의 현대 문명에 대한 문제제기 '인간은 가치를 떠나서는 그리고 가치를 배제해서는 결국 난관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고, 세상을 세상답게 하는 것은 결국 가치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가치의 위기를 겪고 있고, 회복할 수 없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법으로 '작은 이야기가 없는 큰 이야기는 공허하며, 큰 이야기가 없는 작은 이야기는 맹목이다. 그래서 우리가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를 함께 함으로써, 다시 말해 전근대적인 신과 영웅들의 이야기도 하고, 근대적인 이성과 혁명에 관한 이야기, 탈 근대적인 개인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도 늘어 놓아서 그것들이 서로 견제 하면서 또 보완하도록 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 수도꼭지의 비유로 피상적 이해의 위험성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나야말로 저자가 이야기 한  잘못된 곳에 수도꼭지를 박아 놓고,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욕지거리를 하던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러나 저자의 친절한 설명과 안내 덕분에 수도꼭지가 있어야 할 제대로 된 위치와 그 뒤로 이어진 배관을 따라 맑은 물이 샘 솟아나는 발원지까지 다녀올 수 있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탁하고 흐린 색안경 하나를 벗어 던질 수 있었다.

 

저자는 방대한 독서와 저술 활동을 통해 신성 불가침 영역에만 머물러 있던 ''을 우리 곁으로 데려온다. 뿐만 아니라 니체의 말처럼 신을 죽이고, 가치를 상실하고 있는 이 시대에 과감하게 문제를 제기한다. 문제제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대안과 해법도 함께 제시한다. 이러한 저력 있는 지식인과 같은 나라, 동시대에 살아 숨쉬고 있다 것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마도 스승께서 저자를 우리에게 소개해주신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II. 내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

내 마음을 무찌르는 글귀_서양문명을 읽는코드,신.doc

  

 

III. 내가 저자라면

◆ 전체적 구성에 대하여

두꺼운 책의 분량과 '신과 철학'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지레 겁을 먹었다. 그래서 역시 책을 받자마자 과감하게 4권으로 분책을 했고, 마인드맵을 통해 목차부터 베껴 적었다. 4 9 85개의 꼭지 글(지은이의 말, 각 부의 들어가는 말, 맺음말 포함)로 구성된 적지 않은 분량이었다. 지은이의 말(프롤로그)에 나와 있는 '수도꼭지' 비유에 감탄하며, 나와 궁합이 아주 잘 맞는 책일 것이라는 좋은 느낌을 갖고 여행을 출발했다. '신과 철학' 모두 내가 잘 모르고, 그 때문에 지금까지 요리조리 피해온 분야이기도 했다. 그런 무거운 주제를 어쩌면 이렇게 맛깔 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서양철학의 본고장에서 철학과 신학을 전공한 저자는 '디아트리베'라는 고대의 수사학을 활용한 전개를 통해 나와 같은 사람들의 머리를 무겁게 만드는 '신과 철학'이란 주제를 굴뚝에 하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숲 속 통나무 오두막 카페 벽난로 앞에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편안한 분위기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갔다. 나는 이러한 전개방식이 이 책이 가진 최고의 묘미라고 생각한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지은이의 말'을 통해 저자는 피상적 이해의 위험성을 '수도꼭지' 비유로 설명한다. 수도꼭지 뒤의 세계 다시 말해,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심층적 이해 없이는 해결책이 없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현대문명의 가치몰락 위기에 처해있다는 사실을 문제로 제기하고, 그 전제로 현대문명은 서양문명의 지대한 영향을 받았고, 서양문명은 기독교에 큰 영향을 받았으므로 그 원류인 기독교 신에 대해 이해함으로써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한다.

 

1 '신이란 무엇인가'를 통해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에 나오는 신의 이미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저자는 신은 우리가 오해하고 있는 것처럼 인간과 같은 형상을 띠고 있지 않으며, 그러므로 존재자체의 내적 본성으로 이해하기를 주문한다. 1부는 이 책의 관문으로 기독교가 히브리적 종교론과 그리스적 존재론의 융합으로 탄생되었으며, 신을 ① 존재 ② 창조주 ③ 인격성 ④ 유일자, 이렇게 4가지 속성으로 설명함으로써 바로 이러한 기독교의 신이 서양문명의 원류가 되어 현재에 이르기까지 학문과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음을 피력한다.

 

2 '신은 존재다'에서는 신은 모든 존재물의 바탕이며, 모든 존재물은 신이라는 존재 안에서 존재를 부여 받아 존재함을 존재의 사다리, 시간화와 탈시간화의 개념, 신에 대한 증명, 메타노이아 등을 통해 설명한다. 3 '신은 창조주다'에서는 신은 내적 법칙인 '말씀'에 의해 모든 존재물을 창조한다고 주장하며, 이를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론, 시간과 영원의 차이, 진화론과의 관련성, 언어놀이 이론 등을 통해 설명한다. 4 '신은 인격적이다'에서는 신은 부단히 피조물들과 관계하여 그들은 오직 신 자신의 의지대로 이끌어가고 있음을 운명, 예정, 섭리 그리고 아테네와 예루살렘으로 상징되는 관점의 차이를 통해 신의 인격성을 피력한다. 5 '신은 유일자다'에서는 신은 우주마저 자신에게 포괄하며, 무소부재하고, 신의 바깥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그야말로 유일한 존재임을 플라톤과 플로티노스의 일자개념과 삼위일체론을 통해 설명한다. 또한 처음 이야기를 시작한 '천지창조'가 있는 시스티나 성당으로 되돌아와 수미일관으로 신에 대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

 

'새로운 출발'이란 제목의 맺음말을 통해 저자는 본문을 통해 이야기한 신에 대한 설명이 궁극적으로는 '지은이의 말'을 통해 제기했던 현대문명의 가치몰락이라는 문제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니체를 인용하여 가치몰락을 '신의 죽음'으로 표현했고, 바우만의 표현을 빌려 탈근대화된 현대사회를 '사냥꾼의 시대'로 비유하며, 오늘날 현대문명의 '유동하는 공포'의 현존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저자가 이러한 현대문명의 문제점에 대하여 앞서 펼쳐 놓은 신에 대한 설명과 연관 지어 도출한 결론은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를 함께 이야기 하자'는 것. 앞서 상반, 대립하는 히브리 종교와 그리스 철학의 불가능한 종합을 이룬 기독교적 통합 방식(탈 시간화의 논리, 다원적 이성, 페리코레시스 등)을 시도하여 큰 이야기와 작은 이야기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모순과 역설을 통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와의 즐거운 대화는 지난 30여 년간 가졌던 기독교에 향한 색안경을 맑히고, 마음의 빗장을 열게끔 해주었다. 그러나 내게 있어 철학과 신학은 여전히 무거운 주제였다. 책을 읽고 난 후 즐거운 여행을 마쳤다는 뿌듯한 마음도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혼란스럽기도 했다. 이 책이 궁극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서양문명을 이해 하기 위해 기독교의 신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인지, 기독교의 신을 이해하기 위해 서양문명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인지 헷갈렸기 때문이다. 지은이의 말과 맺음 말을 통해서 저자의 의도가 전자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본문에 나온 신의 4가지 속성과 연결 짓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만일 지은이의 말과 맺음 말을 읽지 않고 본문만 읽었다면 나는 아마도 이 책이 '기독교 신 안내서' 정도로 여겼을 것 같다.

 

또한 기독교의 신을 설명함에 있어서 조금은 개신교적 관점으로 편향되어 있는 것은 아니었나 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그리고 플라톤, 플로티노스, 아우구스티누스 등에 대한 내용이 많은 비중을 차지한 반면에, 서양문명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아리스토텔레스, 스콜라 철학, 토마스아퀴나스 등에 대한 비중이 적어 내용의 균형 면에서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잘못된 곳에 깊게 박혀있던 나의 수도꼭지를 제대로 된 곳에 옮겨 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신에 관한 이야기가 회자될 때, 얼굴을 찡그리며 귀를 닫을 필요가 없어졌다. 사람의 무지를 씻어주고, 고정관념을 타파하고, 앎을 실천으로 옮기는 책, 그런 책이 좋은 책이라면 이 책은 정말 좋은 책이다.

 

 

내가 저자라면

'지은이의 말', 서문의 역할을 하는 1, 신의 속성을 설명하는 2~5, 맺음말, 그리고 각 부의 개관역할을 하는 '들어가는 글', 개인적으로 이 책은 완전한 구성을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철학과 신학이라는 어려운 장르를 쉽고 친근감 있게 전개 했고, '천지창조'가 있는 시스티나 성당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고 이야기를 맺는 수미일관 한 구성을 통해 저자가 어려운 주제를 독자에게 쉽게 설명하기 위해 고심을 한 흔적을 엿볼 수가 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지은이의 말 + 맺음말' '1~5부의 본문'과 상호연관성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앞서 설명했지만 본문 내용만을 가지고서는 저자가 애초에 의도했던 서양문명에 대한 이해를 통한 현대문명의 가치몰락의 실마리를 찾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연관성이 아예 없다기 보다는 연관성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따라서 만약 내가 저자였다면 각 부 말미에 하나의 꼭지 글을 추가하여 신의 존재성, 신의 창조성, 신의 인격성, 신의 유일성이 현대문명의 가치몰락에 어떤 점을 시사하는지 혹은 어떤 해결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지 설명했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매력적이었던 것이 곳곳에 배치된 문학작품의 발췌였다. 그러나 아쉬웠던 점은 신과 관련된 문학작품 뿐만 아니라 좀더 많은 예술 작품들, 예를 들어 좀더 많은 조각과 회화들이 있었다면 저자가 의도했던 무거운 주제에 대한 가벼운 설명인 '디아트리베'가 좀 더 완성도를 가질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으로 내가 저자라면 만만치 않은 책의 분량으로 인해, 방대한 텍스트의 숲 속에서 독자들이 길을 잃고 헤매지 않을 수 있도록 도식화된 지도를 만들었을 것이다.

 

 

◆ 책의 구성을 도식화한 이미지

서양문명신.jpg

 

IP *.192.54.187

프로필 이미지
장윤영
2011.03.13 21:09:59 *.170.113.139
책 구성을 도식화하니 한눈에 들어오는군요~ 대단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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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경
2011.03.13 21:17:03 *.35.19.58
경인님, 당신은 진정 인간입니까? 직장 다니면서 이렇게 할 수 있다니 당신이 바로 신인 것 같습니다. 제가 너무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습니다연구원에 선발된다면 그 비법을 전수받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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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영
2011.03.13 22:38:42 *.41.245.54
김경인 선생님의 열정과 노력이 참 멋집니다.
4주간 경인님의 글을 보며 많이 배우고 감탄하고 또 한편으로는 부끄러워지곤했습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고, 4주간 레이스를 잘 마무리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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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경희
2011.03.14 01:51:36 *.47.133.186
부랴 부랴 글을 올리고 들어와서 보니, 역시 실망시키시는 법이 없군요.
어떤 분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마지막까지 책 읽고,  마음에 와 닿는 글귀를 적어내는데만도 버거웠는데,
어찌난 작아지는지.. 정말 멋진 작업 부럽습니다.
꼭 함께 활동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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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형
2011.03.14 07:35:04 *.160.33.89
애썼다.  매우 훌륭한 레이스였다. 
면접 준비 하도록 해라. 
프로필 이미지
2011.03.14 13:17:31 *.124.233.1
순간 일렁였던 작은 영광을 서둘러 해체하고,
묵묵히 다음 관문을 위해 나아가겠습니다.
스스로를 낮추는 또 낮추는 겸손한 마음으로 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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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
2011.03.14 10:43:01 *.138.118.64
경인님 축하드립니다.^^ 4주간 함께 해서 즐거웠어요.
프로필 이미지
2011.03.14 16:15:18 *.166.205.131
김용규저자와의 값진 인터뷰 내용 잘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프로필 이미지
2011.03.14 23:29:16 *.205.67.118
축하드립니다. 직장다니면서 어떻게 이런 멋진 리뷰들을 쓰실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이에요^^
프로필 이미지
yves saint laurent
2011.05.31 16:57:48 *.111.182.3
Wear your high heels in a sitting position and around the gianmarco lorenzi shoes home first. After a period of gianmarco lorenzi pumps time they will become comfortable and you gianmarco lorenzi boots will probably forget you are even wearing them.If you are giuseppe zanotti shoes planning to wear heels outdoors or at a club on the weekend, wear giuseppe zanotti boots them around the house for a few hours first until they feel natural.
프로필 이미지
christian louboutin
2011.08.16 12:23:35 *.117.80.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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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df
2011.09.07 20:35:26 *.161.15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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