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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희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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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월 9일 10시 01분 등록
고구려 1

 

왜 <고구려>일까?
이 시점에 왜 난 고구려를 집어들었을까?

평상시 역사소설을 즐겨읽는건 사실이지만, 최근에는 한동안 접었던 장르였다.
그런데 문득 이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일까..?

한민족의 시조는 단군성왕이시다.
다음으로 한민족 5천년 역사에 가장 위용을 크게 떨친 인물이 광개토대왕이실터
그 시작을 알고 싶었다.

광개토대왕은 위대하시다.
치세당시 고구려가 가히 세상 중심이라 여길 정도였으니
한민족에겐 가히 천제라 불리울만한 왕중의 왕이시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을 홀로 이루시지는 않으셨을게다.
시대가 받쳤고, 무엇보다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역사가 대왕을 받쳤음에
그 시작이 어디였는지, 원류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런던차에 김진명의 "고구려"를 만났다.
그리고 작가는 다름아닌 고구려 증흥기를 열기 시작한 "미천왕"시대부터 이야기를 풀어내린다고 한다.

'이 책이다!'
번쩍 떠오른 생각 뒤를 작가가 지난 17년간 사료를 모으고 연구, 조사를 해왔다고 한다.
17년이라.. 그 옛날로 치면 어느 왕 하나의 치정기간과도 맞먹는 실로 오랜 세월이 아닌가.
무던하다못해 실로 끔직하리만치 인내의 화신과도 같은 작가들 앞에 다시금 할말을 잃었다.
이럴 때 독자는 작가의 붓 끝과 함께 호흡하며 그 리듬에 맞춰 책을 읽는 거, 아니 그들의 영혼이 이끄는 그 시대로 함께 여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게 아닐까 싶었다.

을불.
고구려 15대 왕으로 313년에 낙랑을, 314년에 대방을 정벌하여 고구려 증흥의 기틀을 마련하는 왕이다.
하지만 난 왕이 14대왕 봉상왕이었던 큰아버지 손에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민가로 피신해 겨우 화를 면하고 이후 소금장수를 하며 숨어지냈던 것은 몰랐다.

어릴때는 왕족들의 삶은 말 그대로 호화스럽고 편하기만 한 줄 알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들 역시 그들 나름의 삶의 무게를 지니고 태어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때에 따라서는 그 무게가 한 인간이 감당하기에는 참으로 무거웁다는 사실까지도.

1권에서 을불에서의 삶은 말 그대로 장해물의 연속이다.
고구려의 왕이 된다는 것은 꿈너머 꿈의 일로서, 기세가 하늘을 찌를 것같은 봉상왕에게 쫓기며 그야말로 목숨부지하기도 급급한 날들이다. 왕으로서 완성되지 않았고 그저 사지에 내동이쳐진채로 그릇이 되는지 어떤지를 시험받는 중이라고나 할까. 을불의 삶에 더해져 주변 정세의 움직임 또한 긴박하게 진행된다. 역사소설을 즐겨 있는 독자들의 원함을 부족함없이 채워주는 작가이다.

재미있다.
만약 한 자리에 앉아서 읽는다면 하루도 체 걸리지 않아 다 읽을 것 같다.

그러나 더 좋은건, 고구려 깊숙이 한 걸음 더 내딛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라가 일어나고 수많은 영웅들이 출현하는 건 삼국지뿐인줄만 알았는데
우리네 조상들의 한반도 땅도 그에 못지않게 영웅들이 펄펄 살아있는 피끓는 땅이었다.

고구려, 백제, 신라와의 나라 안 경쟁이 아니라
진나라와 낙랑 그리고 선비족들과 대등한 각축을 벌이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가슴을 뛰게 만든다.

역사를 알아가는 건, 내 혼을 일깨우는 일과도 같은 것 같다.
세상은 수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없다.
파도가 들이치고 내치듯이 시대에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나라들이 일어났다 스러지기를 반복할 뿐이다.

거기 그 끝, 현재라는 시간에 내가 있다.
수십년이 안되어 사라질 먼지와도 같은 존재이지만
육신은 사라져도 영혼에 품었던 생각들은 흔적으로 남을 것이기에
내 안에 숨쉬고 있는 오천년의 뿌리를 더듬어 본다.

좋은 책이다.
아주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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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앨리사의 북살롱
애니어그램 이야기- http://blog.daum.net/alysapark

IP *.118.5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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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2011.10.03 22:14:52 *.160.46.55
저도 서점에 갈때마다, 눈에 띄었지요. 읽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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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희향
2011.10.04 12:15:00 *.65.178.195
맑은님 방가요^^
네, 함 보셔도 좋을 책이에요. 재미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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