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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0월 19일 12시 26분 등록

이 책은 그림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다.
물론 그림은 색색으로 아름답다. 나는 소설속의 인물을 그림 속에서 찾기를 고심했다. 밀레와 스미스라는 사람을 대체 어떻게 그렸나를 봤는데, 그건 별로 중요한게 아닌 것 같다. 어쨌든 그림은 이야기를 잘 따라가고 있고, 잠시 쉬어가게 해준다. 그림 중에 마음에 드는 것은 밀레의 만종을  변형하여 그린 것이다. 

이런 변형들을 볼 때마다  여전히 원본은 대체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다. 대단히 매력적인 원본(원형)은 무엇을 담았는가이다. 

이 책은 그림보다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만든다. 그것은 나에게 직접적으로 질문을 해오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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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011_031.jpg

1892년 3월, 나는 망통이라는 프랑스의 작은 바닷가에서 아주 기분 좋은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스미스라는 부자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안데르센의 동화같은 거죠. 한 어린아이가 작은 새 한 마리를 기르고 있었습니다. 새는 노래를 아주 잘 불렀습니다. 그런데 어린아이는 작은 새를 잘 돌보지 않았죠. 새는 배가 고프고 목도 말랐습니다. 노래소리는 점점 작아지고 슬퍼졌습니다. 결국 새는 죽고 말았습니다. 어린아이는 슬퍼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죠. 그리고 친구들을 모두 불러모아 작을 새를 위해 정중하고도 성대한 장례식을 치러 주었습니다.
이해하겠어요? 이것은 마치 시인을 굶어 죽게 한 다음, 시인을 위해 호화스럽고 장중한 장례식을 치러 주는 것과 같아요. 장례식에 쓸 돈을 시인에게 미리 주었다면 그는 굶어죽지도 않았을 테고, 어쩌면 더 훌륭한 시를 썼을지도 모르죠. 얼마나 슬픈 일입니까? 이런 일은 정말....."(6쪽)

스미스의 말이 이 소설의 주요 사건이고, 이 소설을 읽는 사람이 고민해야할 삶과 죽음의 수수께끼이다.

<세 친구의 비밀>
클로드와 칼과 나(스미스)는 화가수업을 위해 프랑스 곳곳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다가 브르통 마을을 유랑할 때, 화가 프랑수아 밀레를 만났다. 돈이 바닥 났을 때 칼은 제안을 했다.
"... 너희들도 알다시피 역사상 많은 위대한 화가들은  굶어 죽은 후에야 인정을 받았어. 감히 말하건대, 진정으로 위대한 화가는 살아 있을 때에는 아무도 알아주질 않아. 그가 죽은 후에야 비로소 그림을 인정받게 되고, 게다가 그림값도 높이 치솟게 되지. 이 원리에 따르자면 우리 네 사람 가운데 한명이 죽어야 해."

칼의 제안은 흥미롭다. 이렇게 하면 화가로서의 삶을 계속 살게 되는 것일까?

저택의 주인에게 밀레의 그림을 팔 때의 장면에는 인간의 허영심이 들어있다. 칼의 계획은 인간의 이런 속성을 꾀뚤었고, 스미스는 그것을 알기에 일부러 과장하여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나는 이런 그림(저택의 주인이 살만한 그림, 과장하여 팔아야 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가? 소장하는 그림을.... 소통하는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은 예술가의 응석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 나는 칼의 계획에 동의할 수 있을까?

"아, 프랑스와 밀레의 서명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겠군요."
그가 밀레의 서명을 알아보지 못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견문이 좁다는 것을 들키고 싶지 않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 그렇지!" 이것이 밀레의 그림이지. 잠시 기억이 나지 않았을 뿐이에요. 아마 머리가 혼란스러워서 그랬을 겁니다." (23쪽)

과거에는 팔프랑조차 받지 못했던 그림값으로 팔백프랑을 받고 팔았다.

매일 나는 한 장의 그림을 팔았습니다. 절대로 두 장 이상은 팔지 않았습니다. 나는 언제나 고객에게 말했습니다.
'제가 프랑수와 밀레의 그림을 팔아버리다니, 정말 바보입니다. 그는 지금 병이 심각해서 삼 개월 이상 살지 못할 거라고 합니다. 그가 죽게 되면 그의 그림을 갖는다는 것이 아주 어려워질 텐데....'
삼 개월 동안 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밀레의 이름을 널리 퍼뜨린 후,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소문도 덧붙여 퍼뜨렸습니다. 특히 지방 신문 기자에게는 빠뜨리지 않고 소문을 냈습니다. 신문에 밀레에 관한 새로운 기사가 실리면, 그 기사를 오려서 밀레의 그림을 샀던 ㅗ든 사람ㅇ들에게 부쳐 주었습니다.
칼은 더욱 지독했습니다. 그는 파리의 큰 신문사 기자를 통해 밀레의 명성을 세계 각국에 알렸습니다. 그는 밀레의 '만종' 그림을 이천 이백프랑의 고액에 팔았습니다. 이것은 밀레의 그림 중에서 가장 비싼 것이어씁니다.  (26쪽)
"밀레는 죽은 밀레의 친척으로 가장하고, 우리들과 함께 관을 들고 자기의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이상이 스미스의 이야기였습니다.
"아! 이런 일이 있다니?밀레가 자기 관을 들다니!"

"당신의 이야기는 정말이라고 믿기 어렵군요."
"그렇습니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지요?"

"... 이번에는 하느님이 천재를 굶어 죽게 하지 않았어요. 천재가 마땅히 받아야 할 보답을 다른 사람의 주머니 속에 옮기지도 않았고요. 이것들은 모두 우리 스스로 얻은 것입니다."(31쪽)

 

31쪽의 내용은 마크 트웨인의 삶과 예술, 에술가에  대한 생각인 것 같다. 이 소설은 질문을 던진다. 내가 계속 창작활동을 하려는 데 그것으로 밥벌이를 못한다면 어찌할까를 미리 생각하게 한다. 미리서 경험해 보는 것이 좋다.

나는 이 사건을 친구 둘에게 이야기하여 물었다. 자신은 이렇게 하고 싶은가? 이 소설 속의 밀레처럼 자신의 작품을 팔고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면 이렇게 하겠는가를 물었다. 다시는 밀레로 살지 못하고 이름을 감춘채로 계속 예술활동을 해야 한다면 하겠는가를 물었다.  한 사람의 답변은 자신은 자신의 이름으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니 굳이 이렇게 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다른 한 사람은 이런 질문이 처음인가 보다. 답을 못한다.

내 경우에는 예술가는 창작만을 위해 사는 게 아니고, 창작을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소통이란 점을 배제하면 예술은 자기 혼자만의 놀이가 된다.  그런 놀이는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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