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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1월 29일 10시 11분 등록

저자는 미술평론가다. 대학에서 미학을 가르치는 교수이기도 하지만

대중적이지 않은 주제, 미술작품, 건축물, 그림, 문자 등의 아름다움을 대중적 글쓰기를

통해 일반 대중에게 친절히 설명해 주는 우리나라에서는 몇 되지 않는 대중을 위한 미학

평론가다. 더구나 그는 지난 정권의 문화재청장을 지낸 고위 관리였다. 교수라는 직위, 단

 한 번의 권위로도 평생 목에 힘을 주며 살아갈 수 있는 이 나라에서 문화재청장이라는

정부 고위직 수장까지 역임한 그의 이력에 비하면 그의 글은 질박하다.

 

반면, 사물을 보는 그의 눈은 매섭다. 그 눈에서 작품에 투영된 작가의 의도는 미적 스킬, 디테일,

작품의 구도, 기술적 난이도 등과 함께 결국, 한 올도 걸치지 못한 채 벗겨 지고 농락 당한다.

198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문에서 순위에 오르며 등단했던 그의 이력은 이미

문단에서 인정받은 시각이다. 많은 저서들이 있지만 그를 '유홍준'으로 그리고 문화재청장으로

만드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저서는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시리즈다.

 

이태리의 대작가 '조르조 바사리'와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의 저자 '아르놀트 하우저'의 글에서

많은 참조를 얻으며 그는 답사기를 통해 그의 통사적 지식과 통찰의 지혜를 녹여낸다.

여섯권의 시리즈는 모두 베스트셀러 반열에 오르며 인민적 사랑을 받고 답사 여행 붐을 일으

키기도 했는데 나는 그의 글을 읽고 고등학교 보충수업을 '농때이' 치며 경주에 간 기억이 있다.

 

여섯번째 답사기 책은 경복궁에서 시작한다. 이 땅에서 현존하는 가장 아픈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그의 글에서는 그 아픔은 아픈데로 우아함은 우아한데로 이리저리 들고 나다 보면 미학적 우월함

만 남는다. 물론 각 건축물 별로 역사적 의미와 인간적, 공간적 역할을 조목조목 설명할 때는

인민과 하나 되고자 했던 조선조 군주제 위정자들의 현명함도 엿 볼 수 있다.

           

순천의 선암사와 거창, 함양의 정자를 말할 때는 그의 육성이 그러하듯 구수함에 흠뻑 젖는다.

자신이 문화재청장으로 재직하며 실제 했던 일들이 곁들여져 설명될 때는 죽은 문화재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는 듯 하다. 

   

'천지 변화를 통으로 잡아 수제비국으로 끊여내는 것 같은 장관."

 육당 최남선, 선암사에서 보는 조계산 능선을 보며 했던 말을 설명할 때는 그 표현에 나도 모르게

무릎을 쳤었고

 

'싸인 12도 각도의 아름다움' 의 영암서터 돌계단의 곡선을 소개할 적에는 흐트러진 자세를 고쳐

앉도록 만들었다.

 

솔까, 이미 그는 그 자신이 문화재를 말하는 대중의 문화재가 되었다. 어찌 되었건 대중은 저자로 하여금

장수하여 더 많은 '문화재 말하기'를 요구할 것이고 그는 그 요구들을 버선발로 나가 맞이 할 것을

우리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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