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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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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9월 1일 09시 22분 등록
월요일 아침입니다.
지난 주말 어떻게 보내셨어요?
모처럼 어제는 볕이 났는데...
근교 산에라도 다녀오셨나요?
어제 북한산 대성문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 바로 내가 저렇게 갇혀서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문득... 들더라구요...
새장같은 세상을 훌훌 털고
날아간 한 시인의 글과...
그 글에 대한 또 한 시인...
그 역시 갇혀 살지만...
논평을 한 번 읽어보세요...


식구라곤 들꽃과 산새들뿐이니…

“덥기는 덥지요. 고추밭에 빨갛게 익은 고추를 안 따고 놔두었더니 그만 뚝뚝 떨어져버렸네요. 집에 있는 꼬추들은 잘 간직하고 있겠지요. 이 더위에 꼬추가 축축 늘어져서 떨어지지 않도록 잘 붙들어 매두시기 바랍니다. 연락 사항 남겨두시고요. 저 개울가에 있습니다. 뭐하냐고요. 빨래하지요.”

자동응답기에 녹음을 해두고 밀린 빨래를 한다. 몇 번 입고 나갔더니 후줄후줄해진 모시, 삼베 옷가지들을 빨아서 풀을 먹인다. 이번엔 모처럼 밀가루풀을 쑤지 않고 찹쌀풀을 쑨다.

- 박남준의 '꽃이 진다 꽃이 핀다' 중에서

전주의 모악산 어귀 오두막집에서 혼자 사는 시인의 산문입니다. 그이는 반백의 머리로 혼자 밥해 먹고 혼자 빨래도 하고 꽃도 보고 글도 쓰지요. 때로는 청승이겠으나, 때로는 그 ‘청순함’이 돋보이는 꽤 멋진 사내입니다.

이 사내가 사는 법 중의 하나가 외출하기 전에 자동응답기에 늘 자기 목소리를 은근하게 남겨놓는 것입니다. 식구들이라고는 개울가의 버들치와 들꽃과 산새들뿐이니 전화를 대신 받아줄 이가 없는 거지요.

‘고추’와 ‘꼬추’의 대비가 재미있지요? 이렇게 더운 날, 전화선을 통해서라도 이런 유쾌한 이야기를 들으면 더위도 한풀쯤 기가 꺾일 것 같지 않습니까. 용건이 없어도 그 메시지를 듣기 위해 전화를 하는 매니아들이 생겼다고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께도 그이의 전화번호를 알려드리고 싶지만...... 그냥, 혼자 있게 놔두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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