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김용관
  • 조회 수 3520
  • 댓글 수 0
  • 추천 수 0
2003년 9월 1일 09시 22분 등록
월요일 아침입니다.
지난 주말 어떻게 보내셨어요?
모처럼 어제는 볕이 났는데...
근교 산에라도 다녀오셨나요?
어제 북한산 대성문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 바로 내가 저렇게 갇혀서
살고 있구나"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문득... 들더라구요...
새장같은 세상을 훌훌 털고
날아간 한 시인의 글과...
그 글에 대한 또 한 시인...
그 역시 갇혀 살지만...
논평을 한 번 읽어보세요...


식구라곤 들꽃과 산새들뿐이니…

“덥기는 덥지요. 고추밭에 빨갛게 익은 고추를 안 따고 놔두었더니 그만 뚝뚝 떨어져버렸네요. 집에 있는 꼬추들은 잘 간직하고 있겠지요. 이 더위에 꼬추가 축축 늘어져서 떨어지지 않도록 잘 붙들어 매두시기 바랍니다. 연락 사항 남겨두시고요. 저 개울가에 있습니다. 뭐하냐고요. 빨래하지요.”

자동응답기에 녹음을 해두고 밀린 빨래를 한다. 몇 번 입고 나갔더니 후줄후줄해진 모시, 삼베 옷가지들을 빨아서 풀을 먹인다. 이번엔 모처럼 밀가루풀을 쑤지 않고 찹쌀풀을 쑨다.

- 박남준의 '꽃이 진다 꽃이 핀다' 중에서

전주의 모악산 어귀 오두막집에서 혼자 사는 시인의 산문입니다. 그이는 반백의 머리로 혼자 밥해 먹고 혼자 빨래도 하고 꽃도 보고 글도 쓰지요. 때로는 청승이겠으나, 때로는 그 ‘청순함’이 돋보이는 꽤 멋진 사내입니다.

이 사내가 사는 법 중의 하나가 외출하기 전에 자동응답기에 늘 자기 목소리를 은근하게 남겨놓는 것입니다. 식구들이라고는 개울가의 버들치와 들꽃과 산새들뿐이니 전화를 대신 받아줄 이가 없는 거지요.

‘고추’와 ‘꼬추’의 대비가 재미있지요? 이렇게 더운 날, 전화선을 통해서라도 이런 유쾌한 이야기를 들으면 더위도 한풀쯤 기가 꺾일 것 같지 않습니까. 용건이 없어도 그 메시지를 듣기 위해 전화를 하는 매니아들이 생겼다고 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당신께도 그이의 전화번호를 알려드리고 싶지만...... 그냥, 혼자 있게 놔두죠, 뭐.
IP *.229.146.33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8 [뽕공자연교감소풍]수확의 기쁨 file [1] 정야 2018.08.07 2654
57 (서평)나의 길을 선명하게 비추어주는 수희향의『진짜공부』 엄콩쌤(엄명자) 2018.12.19 2142
56 (서평)'나는 무엇을 잘할 수 있는가'를 읽고 엄콩쌤(엄명자) 2019.01.05 2574
55 나만의 북리뷰 #1 [관계를 읽는 시간] 문요한 정승훈 2019.03.27 2433
54 나만의 북리뷰#2 [관계를 읽는 시간] 문요한 정승훈 2019.04.02 2365
53 나만의 북리뷰#3 [관계를 읽는 시간] 문요한 정승훈 2019.04.11 2303
52 나만의 북리뷰 #4 [관계를 읽는 시간] 문요한 정승훈 2019.04.18 2638
51 나만의 북리뷰 #5 [가족에게 권하는 인문학] 김정은. 유형선 정승훈 2019.05.01 2637
50 나만의 북리뷰 #6 [운을 경영하라] 수희향 [1] 정승훈 2019.05.15 2855
49 나만의 북리뷰 #7 [아빠 구본형과 함께] 구해언 정승훈 2019.06.14 2951
48 독서인 서평이벤트에 참여했어요 file 정승훈 2019.08.12 2807
47 나만의 북리뷰 #8 [아빠 구본형과 함께] 2 정승훈 2019.08.12 2559
46 처음 올리는 글 ㅡ 첫 인사를 대신하여 [2] 빈잔 2021.04.21 1950
45 나를 변화 시킨 이야기 빈잔 2021.04.21 1815
44 재미로 플어 보는 이야기 하나. [3] 빈잔 2021.04.22 1889
43 노년의 수다는 약이다 빈잔 2021.05.09 1766
42 오래 사는 사람들. 빈잔 2021.07.17 1882
41 숫자의 의미 [3] 빈잔 2021.09.21 2128
40 삶의 가치. 빈잔 2021.11.13 1491
39 아름다운 끝맺음 빈잔 2021.12.06 1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