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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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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30일 22시 40분 등록
아래 글은 아들과 딸을 둔 평범한 한 주부가 쓴 글입니다.
글을 읽고 난 뒤 얼마간 코로 맡을 수는 없지만
향기가 도는군요...
삶의 향기가...


# 삼십년 차이

과묵한 여덟 살 짜리 아들에 비해,
다섯 살 짜리 딸아이는 필요 이상으로 말을 즐겨 한다.
저녁 준비를 하고 있던 어느 날,
아들이 울면서 내 품속으로 뛰어들어왔다.

"잉잉...., 엄마. 쟤가 자꾸 말대꾸 해."

아들은 분하다는 듯 제 여동생을 가리켰다.

"아들! 너 쟤랑 몇 살 차이야?
세 살이야. 세 살.
세 살 많은 놈이 그렇게 쩔쩔 매냐?"

늘 여동생에게 밀리는 아들이 답답해서 난 가슴을 탕탕 쳤다.
그런 내 마음을 아는 지 모르는 지,
딸아이는 어디서 꺼냈는지 때아닌 파리채를 흔들면서,

"사내아이가 울긴 왜 울어? 사내아이가?"

하며 빈정거렸다.
순간 나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딸! 너 저기 가서 손들어!"

딸은 쭈삣거리며 내가 가리킨 구석으로 가서 쭈그리고 앉았다.
하지만 벌 설 생각은 하지 않고 까만 눈망울을 이리저리 굴리더니
잽싸게 두 손을 뒤로 감추는 것이었다.

"어쭈? 너 엄마가 손 들으라고 한 말, 못 들었어?"

하지만, 딸은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하게 말했다.

"난 손 없어."

너무나도 태연한 대답에 나는 약이 바짝 올랐다.

"그럼, 뒤로 감춘 건...., 대체 뭔데?"

그러자 딸은 감춘 손을 천천히 빼내며 말했다.

"이거?"
"그래, 바로 그거!"

내 인내는 한계시점에 다달아 목소리가 있는 대로 갈라졌다.

"이건...., 날개야~"

딸은 기다렸다는 듯이 가볍게 날개 짓을 하기 시작했다.
핫~
난 딸아이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앙증맞은 동작에 어이가 없어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이때,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아들이 한마디 던졌다.

"엄만 쟤랑 몇 살 차이야?
삼 십 년 차이지? 맞지? 삼 십 년? 그치?"

삼십년..

강산이 세번이나 변했을 시간인데도
지지고 볶는 삶의 모습은 변함이 없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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