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동이

재동이는 서른 넘은 총각이야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지
좀 웃기는 이름이지
다섯 살 짜리 이름 같잖아 ?

난 옛날에 어린아이들 이름은 어른이 되면 바꾸는 줄 알았어
어른 이름은 멋있었어
수염 난 얼굴에 딱 어울린다 생각했어
우리들 이름은 좀 시시했어
어린애들 이름이니까
커서 멋있는 이름을 하나 가져야겠다 생각했거든

재동이는 어렸을 때 이름을 그냥 가지고 있나 봐
그 재동이가 진짜 웃겼어

내가 직접 본 이야기는 아니지만
김 팀장이 밤이 이슥하여 그만 그 장면을 목격했다는군
별이 밤하늘에 가득했대
산들이 어두움 속에 묻히고
어둠이 짙어지면서
별들이 점점 살아나기 시작했대
막 주먹만큼 커져 곧 떨어질 것 같았대
눈물처럼 반짝이다 주르르 흐를 것 같았대

저기서 들판 위에 재동이가
삼각대를 펼치더라는군
아, 별을 찍으려나 했대
삼각대 위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느닷없이 앞으로 뛰어 가더라는군
별 떨어진줄 알고 얼른 하늘을 살폈대
그러나
찰칵 찍은 것은 재동이 제 얼굴이라더군
삼각대 카메라 앞에 떡 버티고 서서
얼른 제 얼굴 내밀었다는군

그 얘기하면
재동이는 씩 웃고 말아
제 얼굴 별처럼 찍고 싶었던
다섯 살 머스마처럼





그 여자 선희

그녀는 여간내기 아니야
음식점 뚱뚱한 아줌마 말론 귀찮아 죽겠대
그녀 나타나면
온 몽골이 시끄러워진대

파 내놔라 고추장 내놔라 된장 내놔라
돼지고기 재워달라 냉커피 타내라
거의 약탈 수준이래
내가 보긴 그 음식점 아줌마도 보통은 아니었어
털리는 걸 즐기는 괜찮은 아줌마였어

젊고 섹시한 팀장이 놀렸어
그녀 온선희는 피오나 공주 같대
내가 얼른 물어보았지
변하기전 아니면 변한 후 ?
그가 잠시 망설이다 말했어
그녀 눈은 변하기 전이나 변한 후에나 변하지 않아요

서울에 돌아온 후
어딘가 붙어 있던 슈렉 포스터를 보고
그녀가 정말 피오나같다고 웃었어

그녀는 와글와글 시냇가의 둥근돌 같았어
자갈밭 빨리 흐르는 시냇물 같이 유쾌했어
웃음도 끝내줬지
왕창 웃고 나서 웃음 관리해야 한다며 호호대다 또 왕창 웃곤 했어

그녀는
고객의 눈을 가진 안내인이었어
나는 참 궁금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하고
어느 날 쉽게 알게 되었지
그녀가 이 일을 즐긴다는 것을
우리처럼 즐거운 여행자라는 걸

여행가듯 온갖 것을 챙기고
빠진 것을 또 챙겨 넣고
밤새 배낭을 쌌다 풀고 또 싸는
덜렁이 챙김이처럼
다음날 여행을 즐긴다는 것을

그래서 몽골에 가면
그녀 선희를 찾아야 한다

공자도 그랬거든
지지자 불여호지자
호지자 불여낙지자

즐기는 자 인생을 얻으리





그 사람 쑤일이와 양푼 비빔밥


우린 정말 놀랬어
그가 그렇게 변할 줄 몰랐거든
남자라곤 여섯 밖에 안되는데
그 중 두 사람이 그때까지 거의 벙어리였어
별 말도 없고 하여
그런가 보다 했지
그가 바로 그 거의 벙어리 중 하나였지

그런데 그 대낮에
호요르자갈 식당에서
그가 침묵을 깨고 하늘로 천장 뚫고 올랐지 뭐야

우린 가지고 간 음식들을 두 개의 큰 양푼에 나누어 담았어
각본은 온갖 나물 넣고 거대한 양푼 비빕밥을 만들어 먹는 것이었지
갑자기 이 남자가 다른 사람 손도 못대게 하는거야
팔 걷어 붙이고 달려드는데
난 그렇게 진지한 요리사는 처음 보았어
물론 그렇게 열정적인 남자도 처음 보았어

한 양푼은 남자와 여자의 합작품이었고
또 한 양푼은 완전히 그만의 작품이었어
솔직히 맛은 별로였어
그러나 태도는 거장의 모습 그대로였어
아마 시스틴 성당의 천장화나
플로렌스 부르넬리스키의 돔도 그런 몸짓으로 만들어 졌을 거야
얼마나 멋있었다고
그대 그 모습 보았다면 반하고 말았을 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