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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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ion Dollar Baby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 클린트 이스트우드(프랭키), 힐러리 스왕크(매기), 모간 프리먼(스크랩)
‘Million Dollar Baby’는 모든 상품이 1센트에 판매되는 1센트 가게에서 백만불 이상의 가치를 가진 물건을 발견한다는 말로 '예상하지 못했던 허름한 곳에서 보물 같은 진귀한 것을 얻는다'거나 '뜻밖의 순간에 행운처럼 소중한 사람을 만난다'는 뜻으로 사용된다.
[기억나는 대화]
Tough ain’t enough
거친 걸로는 충분치 않다.
복싱은 거꾸로인 경우가 많다.
때로 펀치를 날리려면 뒤로 물러서야 하듯이
하지만, 너무 떨어져서는 주먹을 날릴 수 없다.
복싱은 열정만 있으면 다 되는 것 아니냐고 그런다.
‘프랭키’는 그런 친구가 먼저 포기한다고 말한다.
자신만 볼 수 있는 꿈 때문에 모든 걸 거는 것이다.
복싱은 모든 것이 거꾸로다.
왼쪽으로 가려고 할 땐 오른 발가락을 움직이고, 오른쪽으로 움직일 땐 왼쪽 발가락을 움직인다.
고통이 다가와도 그 속으로 뛰어든다.
자신부터 보호하라.
자기 보호가 우선이다.
누구나 질 수 있다. 이걸 극복해야 챔피언이 된다.
걸레질하는 사람들,
음식을 나르는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아나?
나에게 기회가 없었다고 얘기하지.
자넨 메기에게 기회를 줬어.
모쿠슈라(Mocuishla) : my darling, my blood
나의 소중한, 나의 혈육
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알았으면 한다.
[영화에 대한 소감]
슬픔은 내적인 울림이다. 안으로부터 울려서 저도 모르게 새어 나오는 것, 그것이 슬픔이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한 겹 가려진 채 마음과 마음으로 전해지는 대화와 분위기로써 내적인 울림에 이은 잔잔한 슬픔을 전달한다. 영화는 아버지와 딸에 대한 이야기이자, 그들의 희망과 꿈, 그리고 그에 잇닿은 비극에 대한 이야기이다.
1. 매기(힐러리 스왕크)
그녀는 자신만 볼 수 있는 꿈 때문에 모든 것을 건다. 그녀는 어려움 속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으며, 꿈에 대한 열망으로 어떤 고통도 참아낼 수 있다. 그녀는 복싱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증명하고자 하며 그것 외에 다른 방법을 알지 못한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그녀의 분투와 노력이 스크린 속에서의 그녀를 보석처럼 빛나게 한다.
그녀에게 닥친 불행은 참혹하고 안쓰럽다. 삶에 있어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기 마련이지만 그녀의 오르막은 너무도 짧은 것이었기에 아쉽고 허망하다. 삶이란 자기 확인의 과정이기에 희망과 꿈이 무너진 삶은 견뎌내기 어렵다. 꿈이 나아가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그저 버티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 그것은 그녀에게 너무 가혹한 일이다. 그녀는 이미 성취를 이루었으되, 안타깝게도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다. 그녀의 비극 앞에 우리가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2. 프랭키(클린트 이스트우드)
그는 늙은 아이리쉬 카톨릭 신자로 낡은 복싱체육관을 운영한다. 딸에게 보내는 편지는 늘 반송되어오며, 예이츠를 읽고 고대 게일어를 배우는 것이 낙이다. 그는 서른 둘 여자 복싱선수인 매기를 통해 자기 자신과 잃어버린 열정을 되찾는다. 그리고 그는 항상 그녀가 그녀 자신을 먼저 보호하기를 원한다. ‘언제나 자신을 보호하라’, 이것은 또한 그가 그 자신에게 들려주는 얘기이기도 하다.
3. 스크랩(모건 프리먼)
그는 109번째 시합이 자신의 생에 있어 정해진 횟수라고 생각한다. 매기와 프랭키를 거들고 이어주는 동시에 한편 그들을 향해 관찰하는 시선을 던진다. 그들을 설명하고 그들에 대한 관객의 이해를 돕는다. 마치 달관한 듯한 모건 프리먼(스크랩)의 나레이션은 이 영화를 이끌어가는 또 하나의 힘이다. ‘육체가 쇠함은 지혜를 뜻하는 것(bodily decrepitude is wisdom)’이라는 예이츠Yeats의 경구는 -그의 실력이 아직까지 녹슬지 않았음을 보여주긴 하였지만- 그에게 아주 잘 들어맞는 얘기이다.
4. 클린트 이스트우드(감독)
영화 속에서 프랭키는 예이츠를 읽는다. 과연 원래의 각본에 저런 장면이 들어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왜 예이츠일까? 저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자신의 속내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싶어 연출한 장면이 아닐까?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예이츠를 통하여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인생은 비극적이라는 걸 생각하기 시작하는 때부터 진짜 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인간이 인생은 비극이라는 것을 투철하게 인식하고 이것을 극복할 때, 이것은 비극적 정신이 되고 비극의 주인공은 의연하게 비극에 대처한다.
비극은 질적인 문제다.
도대체 어떻게 그가 비극을 피할 수 있으랴.
- 예이츠 W. B. Yeats
만 74세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자신이 알고 있거나 혹은 깨달은 삶의 변증법을, 인생에 대한 질문과 대답을, 영상으로 표현해 보고 싶었을 것이다. 인생이란 '아름다움은 추함을 필요로 하듯(fair and foul are near of kin, and fair needs foul; Yeats)', 모순된 삶의 양면성 속에서 피어나는 얘기들로 점철되어 있다. 그는 삶에 있어서의 비극을 영상으로 이야기해보려고 하였고, 일정 부분 성공한 듯 보인다.
삶에 있어 어디에도 정답은 없는 것이며, 적절한 질문에 대해 적절한 대답이 있을 뿐이다. 아마도 그는 그가 생각하고 느끼는 삶의 또 다른 진실이나 인생의 단면들을 계속해서 영상을 통해 이야기 해 보려고 시도할 것이다. 그의 시각으로 보고 느낀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소통하는 것, 그것이 그의 일이 아니겠는가.. 그가 다음에 또 어떤 영상을 들고 나올지 기대하는 마음이다.
[만약 내가 감독이라면]
전체적인 스토리의 흐름을 뒤집는 연출은 하지 않을 것이지만, 부분적으로 몇가지 개연성 있는 변화를 시도 해 볼 것이다.
#1.
프랭키가 매기의 일을 성당 신부와 상의하는 장면을 좀 더 의미심장하게 영상에 담아 볼 것이다. 밝은 빛 아래에서 드러난 가벼워 보이는 대화보다는 약간의 음영과 함께 고해성사의 형식을 빌어 ‘프랭키’의 고뇌와 번민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해 볼 것이다. 그는 이미 결심이 섰으면서도 신부에게 조언을 구한다. 그가 의지하는 절대자에게 자신의 결심과 미래 행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동시에 스스로는 자신을 용서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한 그의 마음 속 비극을 무겁게 드러내 보이고 싶다.
#2.
매기의 비극적인 사고 후 병문안 온 매기의 가족들에 대한 묘사는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어느 정도 상황에 맞는 적절한 장면의 연출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상식에 해당하는 정도의 감정과 대사를 부여한 후, 뒤이어 어쩔 수 없이 드러나는 추한 탐욕을 묘사함으로써 현실성 있게 매기가 그녀의 가족들과 이별을 고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3.
프랭키가 숲 속 오두막에서 은둔하는 생활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으로 엔딩 영상을 잡아내겠다. 운명을 피하지 못하고 찬바람 속에서 이지러진 자기 모습을 드러낼 수 밖에 없는 한 늙은 사내의 영광되고도 쓸쓸한 모습. 글쎄, 도대체 어떻게 그가 비극을 피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나 이제 일어나 이니스프리로 가리
욋가지 엮어 진흙 바른 오두막 집을 짓고
거기서 평화를 맛보리
평화란 천천히 내리는 것
베일이 드리운 아침에서 귀뚜라미 우는 저녁이 내리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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