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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8일 11시 32분 등록

논어論語가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 약 오 만년 전, 일조각(출판사)에서 나온 이민수 저, 「논어해설(論語解說)」이란 책을 읽고서부터였습니다. 그 전까지는 고리타분한 책이라고 여겼지요. 신영복 선생님의 『강의』중 논어 부분을 읽다가, 「논어해설」에서 재미있게 보았던 구절 몇 가지가 떠올라 이를 옮겨보려 합니다.

1. 바탕이 아름다움입니다

子夏問曰 巧笑倩兮 美目盼兮 素以爲絢兮 何謂也
子曰 繪事後素 曰 禮後乎
子曰 起予者 商也 始可與言詩已矣 -「八佾」

자하가 (『시경』 위풍衛風 「석인」碩人 구절의 뜻을 공자에게) 질문했다.
“’아리따운 웃음과 예쁜 보조개, 아름다운 눈과 검은 눈동자, 소素가 곧 아름다움이로다’ 이것이 무슨 뜻입니까?”
공자가 대답했다. “그림은 소素를 한 다음에 그리는 법이지 않는가.”
자하가 말했다. “예를 갖춘 다음입니까?”
공자가 말했다. “네가 나를 깨우치는 구나! 더불어 시를 논할 수 있겠구나.”

이 대화의 핵심은 이를 테면 미(美)의 형식과 내용에 관한 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소와 보조개와 검은 눈동자 같은 미의 외적인 형식보다는 인간적인 바탕이 참된 아름다움이라는 선언입니다. - 신영복, 『강의』 중에서 (P.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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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수 저, 논어해설(論語解說)」에서는 위(衛)나라 군주(君主)의 부인인 장강(蔣姜)의 아름다움을 비유한 첫 구절인 ‘巧笑倩兮 美目盼兮 素以爲絢兮’를 다음과 같이 풀이합니다.

방긋 웃는 입맵시 사랑스럽고
반짝이는 눈맵시 아름답네
흰 바탕에 무늬 놓았네

아름다우면서도 생동감 있는 여인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멋진 번역입니다. 미인을 묘사하는 글 중 이보다 더 멋진 표현은 또 없는 것 같습니다. 과연 살아있는 여인에게서 저처럼 빼어난 아름다움을 찾아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듭니다.

동양고전의 위대성은 이러한 시詩의 세계와 예술의 경지에 있는 것 같습니다. 동양은 인간의 경험을 심미적 인식방법으로 접근하였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과 철학은 분리될 수 없습니다. 즉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대자연에 대한 심미적 인식, 그 이상의 것에 대하여 아무런 유용성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미인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저 표현 하나 얻었으면 됐지, 뒤에 이은 예(禮)를 갖추니 마니 하는 언급들은 뭐 필요 있겠는가 하는...그런 급진적인(?) 생각을 해봅니다.;;


2. 안다는 것

子曰 由아 誨女知之乎 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是知也 -「爲政」

공자가 말하기를, “유야, 너에게 안다는 것을 가르쳐 주겠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하는 것, 이것이 아는 것이다” 했다.

이것은 ‘안다는 게 무엇이냐’는 상투적인 질문에 대한 똑 부러진 대답입니다. 아는 것을 안다고 하고 모른다고 하는 것(知之爲知之 不知爲不知), 이게 곧 아는 것이라고 공자는 얘기합니다. 더 이상의 다른 얘기는 필요 없을 것 같습니다.

명말(明末) 청초(淸初)의 사상가이자 문학자인 왕부지王夫之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有不知則有知, 無不知則無知

모르는 것이 있으면 아는 것이 있기 마련이고
모르는 것이 없으면 아는 것이 없기 마련이다.


3. 호색好色

子曰 吾未見好德 如好色者也 - 「子罕」

공자가 말하기를, “내 아직 덕(德) 좋아하기를 색(色) 좋아하듯이 하는 자를 보지 못했다”.

‘호색(好色)’이란 미인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미인을 사랑하는 정도로 열렬하게 덕(德)d을 사랑하는 인간을 나는 아직 만나본 일이 없다고 풀이 합니다.

인상적인 구절입니다. 우리가 성인이라고 칭하는 공자라는 인물도 사람들이 색(色)을 밝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인정한 것이로구나...하고 제멋대로의 해석을 하고는 퍽이나 안심했던 오 만년 전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역시 동양사상은 행동하고 느끼고 기뻐하고 슬퍼하며 사랑하고 미워하는 인간과 그 인간을 둘러싼 대자연에 대한 심미적 인식방법을 취하고 있는 것입니다. - -;;;


IP *.237.20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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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03.28 11:46:54 *.247.50.145
서당에 온 느낌입니다. 감히 말씀드리건데 철학선생님이 되는 것이 어떠하신가요? 느낌이 바람과 같이 하다가 예술을 불러내다가 하시는 모습이 동양철학까지 님의 미치지 않는 바가 어디인가요? 정말 부럽습니다. 조만간 뒤따라 베껴봐야지 하는 욕심이 납니다. 숙제하심을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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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03.28 12:49:15 *.150.115.69
오만년 전에 읽으셨다고요??? 입맵시라는 표현 넘 좋네요. 덕보다 색을 좋아하는 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임. - 성성설(成性說)을 주창하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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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일
2005.03.28 15:36:18 *.237.201.115
노진님/고맙습니다. 병곤님/오! 새로운 학설이군요...성성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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