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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28일 13시 30분 등록

박이문 저, ‘노장사상老莊思想 -철학적 해석’(문학사상사)은 노자老子와 장자莊子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좋은 텍스트입니다. 노자와 장자를 ‘강의’와는 또 다른 방식과 관점에서 읽고 풀이합니다. 관련된 주요 내용을 인용하여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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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老莊의 인생관은 행복幸福의 철학哲學이다. 그들은 우리들에게 절대적 행복에의 길을 가르쳐 주려 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은 행복을 바란다>라고 말한 아리스토텔레스는 노장의 생각과 비슷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모든 인간, 아니 모든 생물은 즐거움을 찾으며, 즐거움 자체가 목적이다. 이러한 관점은 프로이트에 의해서도 지적된 바이다.

노장에 있어서 이 세상에서의 삶은 타락된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지락至樂의 조건이다. 노장은 삶을 찬양하고 행복을 구가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노장의 인생관은 니체의 인생관과 같다. 니체는 삶을 부정하는 기독교적 인생 대신에 노래와 춤과 흥에 넘치는 주신酒神 디오니소스Dionysos의 삶을 구가한다. 노장 과 니체는 향락 의 철학자, 행복 의 철학자 이다.

산다는 게 어떤 것인가? <소요逍遙>라는 개념은 노장 의 대답을 가장 적절하게 나타내는 말이다. 인생을 하나의 놀음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생은 희극, 즉 즐거운 것, 웃음에 찬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우리는 삶을 고통으로 보기 쉽다. 그래서 우리는 흔히 삶을 <지지고 볶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노장의 입장에서는 비록 지지고 볶게 못 살아도 인생은 하나의 놀이, 하나의 산책散策, 하나의 소요逍遙라고 볼 수 있다. 그렇게 봄으로 노장은 마치 희랍의 신화에 나오는 신, 미다스Midas가 만지는 것마다 모두 황금으로 바꿔 놓듯이 삶의 비극, 삶의 슬픔을 삶의 희극, 삶의 웃음으로 바꿔 놓는다.

삶을 하나의 소요, 즉 산책으로 본다는 것은 삶을 어떤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라고 보는 태도이다. 시인 발레리는 시詩와 산문散文을 춤과 걸음에 비유했다. 춤의 움직임은 자체가 목적이지만 걸음은 어떤 목표에 도달할 때 그 의미를 갖는다. 이와 같이 시에 있어서의 언어는 그 자체가 목적이며, 산문에 있어서의 언어는 어떤 의미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이다. 이와 같은 비유를 따라 우리는 노장의 인생관을 시에 비교할 수 있으며, 그 밖의 인생관을 산문에 비교할 수 있다. 노장은 삶을 하나의 시로 보는 것이다. 시에 있어서 언어는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 따라서 언어 자체의 축제이듯이, 노장의 시적 인생관을 따르자면, 인생은 딴 목적을 위한 수단이나 준비가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이다. 이와 같이 하여 삶은 그 자체가 하나의 축제가 된다.

노장에 있어서 근본적인 가치는 삶의 즐거움이다. 그러한 가치는 <지락至樂>이라는 말로써 가장 적절히 표현되고, 지락에 이를 수 있는 삶의 태도는 <소요逍遙>라는 말로써 가장 정확히 전달된다. 지락과 소요는 함께 노장의 이념을 밝혀 주는 개념이다. 또한 <道>는 위와 같은 이념, 위와 같은 행동을 뒷받침하는 형이상학의 차원을 차지한다.

노장老莊의 이념은 속죄를 삶의 과업으로 하는 기독교의 이념도 아니며, 업, 즉 일을 이념으로 하는 힌두교나 불교의 이념도 아니며, 윤리 도덕이란 이름 아래 수양을 강조하는 유교의 이념도 아니며, 인간적 힘과 개발을 강조하는 현대 인문주의적 이념도 아니다. 그것은 놀이•소요를 강조하는 조화와 행복의 이념이다. 노장에 있어서는 오로지 낙樂만이 최고의 가치이다. 그 밖의 모든 가치는 행복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노장老莊의 최고 가치는 삶, 하나 밖에 없는 이 세상에서의 삶이다.


IP *.237.20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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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요한
2005.03.28 23:43:11 *.245.167.128
잘 읽었습니다. 읽다보니 삶은 잠시 왔다가는 '소풍'이라고 했던 천상병 시인이 떠오르네요. 이번에 '강의'를 읽다보니 주역과 노장사상은 정말 따로 공부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소개해주신 책을 사면 잘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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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영
2005.03.29 02:11:28 *.80.165.110
어느것하나 좋다, 나쁘다를 논할 수 없고 모두가 깨우침이 있는 내용이지만.. 솔직히 저는 논어 보다는 노장의 사상에 더 깊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 후에라도 다시 볼만한 노장사상을 (쉽게) 설명 해 놓은 책을 추천해 주세요... 위의 책을 읽으면 될까요?? 수일님은 워찌하여 이렇게 두루두루 읽어 두시고서 저의 마음을 흐뭇하게 하시는지요... 든든한 학자를 만난듯 하여 기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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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일
2005.03.29 11:03:16 *.241.103.8
문요한/소개한 책, 괜찮습니다만 이미 요약된 걸 보셨으니..;; 문고판에 146페이지의 작은 책이거든요. 강막내/책에서 내용을 그냥 들어온 걸 가지고 그렇게 과찬의 말씀을 하시니, 제 얼굴이 뜨거워지옵니다. 자중하여 주시옵소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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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5.03.29 12:44:04 *.56.123.50
저도 아주 오래전에 동양고전을 처음 접했을 때, 논어 보다는 노장사상이 더 끌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강의'를 접할 때는 그런 느낌이 덜 했는데 아무래도 노장사상만을 따로 다룬 책을 나중에 봐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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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03.29 13:02:20 *.150.115.69
저는 이번 '강의'를 읽으면서 흔히 노자와 장자를 패키지로 묶어서 노장사상이라고 하는게 잘 이해가 안되더라고요. 제가 보기엔 차이점이 많던데... 아뭏든 노장사상에서 삶을 즐거움이라고 하니 서양의 에피쿠루스 학파가 생각납니다. 그리고 인간은 유희의 인간이 된다는 재미있는 해석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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