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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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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3월 31일 21시 00분 등록
주간 칼럼 2 - 실패

평생을 같이 하겠다고 약속한 친구가 있었다. 15년 전에 만나 열정적인 20대를 함께 보냈고 30대 초반을 같이 지낸 친구였다. 교사가 되고 싶어 했고 돈 벌면 고등학교를 세우고 싶어 했던 덩치 큰 그러나 마음은 착한 친구였다. 그 친구를 좋아하고 존경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학생 운동을 같이 했었는데 어느 날 서류 작업을 하느라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컴퓨터를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이 별로 없던 때라 몇 번을 날려 버리는 것을 보았다. 혼자 끙끙대며 컴퓨터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며 잠들었는데 이 친구는 밤을 꼬박 세워 거의 이틀에 걸쳐 그 작업을 마무리 하는 것이었다. 미련한 짓인가 원래 바보인가 할 정도로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한편으론 그 우직한 성미가 맘에 들었다. 충청도 사람이 원래 그런 건가 싶었는데 같이 일을 해보니 기획력과 집중력이 대단하였다. 덩치에 걸맞게 괄괄한 타입에 의리에 죽고 사는 친구였다.
학생운동을 한 후 교사로의 발령은 포기하고 몇군데 직장을 다니다 나랑 사업을 같이 하기로 결정하였다. 97년 1월 11일 우린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으며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였고 몇 달 동안 고생을 죽도록 하였다. IMF가 우리라고 비켜갈 리가 있겠는가. 가지고 있는 차를 팔면서까지 어려운 시기를 보냈고 얼마 지나지 않아 IMF 때문에 우리가 살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바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그 친구의 분석과 새로운 사업파트로의 전환이 매 시기 적절하게 우리를 일어설 수 있게 하였다.
3년 후 친구는 결혼을 하였고 사랑하는 애인을 보내는 마음마냥 가슴 한 구석이 슬펐던 기억도 남는다. 5년전 친구는 IT업을 해 보고 싶다면 독립의 생각을 말했을 때 기꺼이 도왔고 성공하기를 누구보다도 더 바랬다. 1년이 지난 다음 서울로 사업 근거지를 옮겼고 그 이후로는 사업에 대한 관계가 서로 단절되었다.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 사업을 하기로 하였다. 서로가 성공할 줄만 알았지 세상 어려운 줄은 몰랐다.
1년전에 천안으로 다시 내려와서 열심히 노력하던 그 친구는 결국 사업을 접었다. 무엇이 그 친구를 어렵게 만들고 사업까지 접게 만들었는지 잘 모르지만 그 친구의 마음을 생각하면 속이 아프다. 그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공언했던 그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나를 포기하고 내가 가진 것을 정리하고 그와 함께 무엇이던 새로이 시작하는 것이 맞을 것인가? 내가 그와 함께 남은 삶을 같이 하는데 무엇이 내 마음을 주저하게 하는가? 또 다른 실패를 두려워하는가? 누가 있어 그가 기댈 언덕이 되어 줄 것인가?
심란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하루 종일 서성이기만 하였다.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사무실을 정리한다고 하는데도 가 보질 못했다. 전화만 하고는 다른 말은 하질 못하고 끊어 버렸다.
양평에서의 기억이 새롭게 생각났다. 그가 잘하는 일이 무엇일까? 그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까? 그의 기질과 장점이 무엇이더라... 그가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의 기질과 장점을 살리고 하고 싶어 하고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면 좋지 않을까? 그래 그러면 될거야 그래서 다시 시작하는 거지 뭐. 나의 1년을 다시 시작하더라도 그의 재기를 도울 수 있다면 그와 함께 새롭게 시작하자. 내가 가진 것을 다 준다 하더라도. 내가 그를 도와 그가 나를 빛나게 할 것이다.
이 아픔이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가르쳐 줄 것이다. 양평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했듯이. 그의 아픔을 함께 할 수 있는 내가 있어 그가 외롭지 않게 만들어 주어야겠다. 한잔 하자고 전화하고 지금 나가야겠다. 그를 뜨겁게 안고 다시 시작해야 하므로.
오늘이 그가 문 닫는 날이다.
IP *.247.5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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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5.03.31 23:33:36 *.111.251.128
나에겐 그런 친구가 몇명이나 될까 생각해 봅니다. 친구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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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영
2005.04.01 04:19:07 *.228.108.70
참 어려운 시기이겠지만, 그 친구분.. 참 행복한 사람입니다... 많이 부럽 습니다... 그저 곁에 머물러 준다고만 해도 큰 힘이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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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기원
2005.04.04 11:52:54 *.212.46.31
제가 생각하는 하느님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유기적이고 조화로운)가 하느님이라 생각합니다. 그 소중한 친구와의관계는 신이고 하느님입니다. 그 친구의 길 친구만이 할수있는 길을 찾을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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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일
2005.04.06 00:53:46 *.58.17.34
친구분의 새로운 삶이 기운차게 펼쳐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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