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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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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9일 15시 39분 등록
누구나 한번은 친구, 연인, 동료와 이야기를 하다가 중간에 말이 끊긴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 침묵의 순간이 어색하기 보다는 오히려 편안한 대화로 느껴지는 것이다. 요즘 '7080콘서트'라는 TV 프로그램을 자주 보는 편인데 예전 대학가요제 출신 가수들이 오랜만에 나와서 그 시절 노래를 부르면 나도 덩달아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순간 굳은 살이 박혀 통기타를 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시간의 흐름이 거기서 머물게 된다. 두 경우 다 한껏 몰입되어 있는 공감의 순간이다. 이런 공감의 순간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행복감이 커질 것이다.

공감은 '타인의 사고(思考)나 감정을 자기의 내부로 옮겨 넣어, 타인의 체험과 동질(同質)의 심리적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사전에 정의되어 있다. 대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을 통해 상대방의 입장과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이다. '옳거니, 그래 맞어'하며 맞장구를 쳐주고 추임새를 넣어 주는 것이다.

현대는 공감(共感)이 부족한 시대라고 한다. 남자들은 뇌의 구조 때문이지 모르겠지만 여자들보다 상대적으로 공감능력이 떨어진다. 21세기가 여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근거는 바로 공감능력 때문이다. 요즘 인터넷에서는 '공감놀이'가 유행이라고 한다. '공감놀이'란 네티즌들이 하루동안 겪었던 사소한 일들에 의미를 부여한 것으로 서로 비슷한 경험이나 유사한 생각을 했다는 점을 공유함으로써 글쓴이와 덧글을 올리는 독자간의 공감을 얻어내 친밀감을 쌓는게 특징이라고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얼마나 쌍방향 공감 커뮤니케이션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를 엿볼 수 있다.

때때로 우리는 동정(sympathy)와 공감(empathy)을 혼돈한다. 공감은 상대방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것을 말하고 동정은 상대방의 입장과 처지를 딱하게 여기는 것, 연민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자신의 관점을 버리고 상대방의 처지가 되는 것은 동정이다. 반면 공감은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면서도 자신의 관점을 잃지 않는 것이다.

동정을 하여 무조건 위로를 주는 것은 좋지 않다. 고민을 상담하는 사람이 자신의 문제를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조언자의 입장에서 상대방과 이야기를 나누다 동정을 느끼게 되면 나도 모르게 좀처럼 상대방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못하게 되고 확실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어야 할 것 같은 강박감에 빠지곤 한다. 안타깝고 위로를 해주고 싶은 대목이 있어도 바로 바로 위로하기보다는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이야기를 다 마치면 공감해주고,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루이제 린저가 '생의 한가운데서'에서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털어 놓음으로써 그와 가까와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환상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와지는 데는 침묵 속의 공감만한 것이 없습니다.'라고 말한 것의 의미가 바로 이것이 아닐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충분히 공감해주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로와 힘을 얻는다. 어떤 상담가의 말에 따르면 한국의 주부들은 눈 하나 깜짝 않고 주의를 기울여서 3시간만 이야기를 들어주면 99%는 문제가 해결되어 스스로 돌아간다고 한다. 한번 말하고, 두번 듣고, 세번 맞장구 쳐주는 것이다.

공감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 못지 않게 자신의 상태를 상대방에게 오해없이 표현해 주어야 한다. 마음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 내 마음이 닫혀 있으면 상대방이 아무리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 하더라도 불가능하다. 병아리가 태어날 때 그 알이 저절로 깨지는 것이 아니라, 병아리가 먼저 알 속에서 껍데기를 쪼고, 어미가 바깥에서 동시에 알을 쪼아야 병아리가 세상에 무사히 나올 수 있다는 줄탁동시(줄啄同時)처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 져야 한다. 역지사지 해보는 습관이 필요하며 독서 등을 통해 간접 경험을 넓히는 것도 좋을 듯하다.

바야흐로 수평적인 네트워크 사회로 변화하면서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소통 능력이 절실해졌다. 지능, 업무능력, 기술의 능력만으로는 부족하고 감성(emotion)과 공존(network)이, 즉 공감(empathy)이 요구된다. 공감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내가 먼저 배려를 해 주어야만 가능한 가장 아름다운 현상이다. 금새 눈물이 나고 금새 웃을 수 있는 것, 그게 공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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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5.04.12 23:53:32 *.111.251.128
누군가에게 공감을 받는다는 것은 그 사람은 나의 지지자라는 것과 같은 의미라고 말해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공감을 받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공감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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