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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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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1일 15시 36분 등록
아파트 베란다에 놓아 둔 화분들이 제대로 크질 못하고 말라 죽곤 했다. 나무나 화초에 많은 애착을 깆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아파트 살이의 삭막함을 메우고 가끔 꽃 구경이나 할까 하고 놓아 둔 화초나 나무들이 자꾸 말라 죽어가는 것이다.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 것일까? 나무 키우는 솜씨가 없어서 그런 것일까? 여러 생각이 스치면서 말라 죽은 나무를 대신하여 새로운 화분을 가져오는 일들을 이제 그만두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다 아파트 단지 내에서 나무를 잘 키우는 고수라는 소문이 있는 한 아주머니로부터 화분의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얘기를 간접적으로 전해 들었다. 아파트 내에서 화분의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느냐 없느냐의 관건은 바람이 통하느냐 통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문을 꼭 닫아 놓을 것이 아니라 베란다 문을 열어 나무들이 바람을 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이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나무들의 코에 바람을 씌워주어야 한다?! 나무에게 바람은 생명이었던 것이다. 바람이 통하느냐 통하지 않느냐에 따라 생명이 죽고 사는 것이다.

하긴 길거리나 공원의 나무들은 바람이 불어 살랑거릴 때 기분 좋아 보인다. 움직이지 못하고 늘 제 자리에 있는 나무들에게 바람은 그들을 움직이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면 식물들에게도 생명의 특징인 활동과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나무의 활동은 바람에 의한 흔들림으로 해서 생겨나고 그 결과, 그들은 성장하는 것이다.

사람의 경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인간은 고난과 시련, 흔들림을 통해 성장해 가는 운명을 타고났는지도 모른다. 또 그럴 때 제대로 된 인생을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러한 흔들림이 없다면, 그는 변화가 없는 정체된 삶 속에서 바람이 통하지 않아 생기를 잃어가는 나무와 같은 신세가 되는지도 모르는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스스로 바람을 찾아나서야 한다. 자신을 흔들면서 외부적 자극을 가해 줄 무언가를 찾아나서야 하는 것이다. 인간은 나무나 화초가 그러하듯이 그저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외부의 자극이 불어오기를 기다릴 수는 없다. 자신의 몸과 마음 속으로 부드럽게 스며들어서 자신을 흔들어주고 성장시켜 줄 바람을 찾아 나서야 하는 것이다.

어느 시인은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이라고 얘기했다. 이 말은 혹시 자신이 계속 흔들리며 살아왔다는 또 다른 표현인 것은 아닐까.

흔들림 없는 성장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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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2005.04.12 00:55:19 *.42.252.177
나비의 팔랑거리려면 햇빛이 실려야 하고 꽃봉오리가 열리려면 바람이 힘이라는 여행가이자 숲해설가의 말씀이 떠오릅니다. 바람이 통하지 않아 생기를 잃어간다 이 문장이 나를 붙잡습니다. 생각해 보라고요. 어디 숨구멍이 막혔는지 꽉꽉 닫아버린 곳은 어디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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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5.04.13 00:07:54 *.111.251.128
흔들림 없는 성장은 없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한편으로 흔들리면 흔들리는 대로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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