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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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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2일 02시 49분 등록
30년을 넘게 살아 오는 동안 '이거 하나는 참 잘 했다' 싶은 것이 뭐가 있을까 가끔 생각해 본다. 별로 떠오르는 장면은 없지만 주로 쓰는 아이디 하나는 잘 만든 것 같다.
잘 만들었다고 확신하는 이유는 주변의 반응 때문이다. PC통신을 할 때 처음 만들었던 아이디이니 사용하기 시작한지가 거의 10년이 되어간다. 그 사이에 사람들에게 아이디를 노출 시키는 일이 많아졌고 간간이 아이디가 참 괜찮다는 반응을 접하곤 한다.

FINDFREE

PC통신을 처음 시작한 건 1995년 무렵이다. 당시 한 PC통신 업체에 가입하면서 아이디라는 생소한 것을 만들어야 했다. 영문과 숫자만을 합쳐 8자를 넘지 않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이 쓰는 것과 중복되지 않아야 한다는 제약 조건이 있었다. 잠깐 고민하다가 답이 잘 떠오르지 않아 조건에 부합되는 대로 대충 적어 넣었는데, 나중에 가까운 사람들에게 그 아이디를 말해줘야 할 때마다 별 의미 없는 아이디를 지었다는 생각에 후회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그래서 또 다른 업체에 가입할 때에는 조금 신중하게 지어내기로 했고, 그 결과물로 나온 것이 'FINDFREE' 이다.
당시의 여러 상황을 회고하면 그다지 유쾌하지는 않다. FINDFREE라는 아이디는 다소 절박한 상황에서 떠오른 것이다.

8, 9년 전..
지방에 위치한 어느 유업체의 생산라인에서 일하고 있었다. 입사 목적이 다소 모호했던 탓에 시간이 흐를수록 회사 생활이 힘겹게 느껴졌다. 직장 생활은 으레 그런 것이라는 주위 사람들 얘기에 동의하기 싫었다. 왜 내가 지금 그곳에 와 있나 싶었다. 곰곰이 따져 보니 그 곳은 내가 가고 싶어서 간 것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에 기대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간 것이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회에서 정해준 보이지 않는 룰에 의해 움직여 왔던 것이다.

보이지 않는 커다란 힘이 알게 모르게 나를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어느 순간부터 그 힘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을까? 사회가 제시해 준 길로 순순히 따라가면서부터 그러했다. 때가 되면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기르고 노년 준비를 하는 도식적인 길로 들어서면서부터 시작된 불행이었다. 왜 그 길로 가야 하는지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은 채 무작정 들어서면서부터 생긴 일이었다.
그 힘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나를 믿어보기로 했다. 내 의지대로 생활하고, 내 뜻대로 행동해 보기로 했다. 이전에 나를 통제했던 모든 힘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잘 길들여진 애완견보다는 자기 뛰고 싶은 대로 뛰어다니는 야생마가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FINDFREE'

내 욕망에 어느 정도 충실해질 때까지 현실은 무시하기로 했다. 그것이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한도내에서... 이미 오랜 시간동안 내 욕구는 무시하고 사회적 욕구에 충실해 왔기에 그 정도의 '방종'은 허용하기로 했다.
'나는 길들여지지 않는다', '개인독립만세' 등의 책을 읽어댔고, 사회 통념과는 무관하게 자신의 의지대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구속'이라고 느껴지는 것은 최대한 멀리 밀어 두었다. 그 바람에 '아름다운 구속' 이라고 하는 것까지 멀찌감치 밀어 두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아름다운 구속'을 하찮은 것으로 평가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나도 사람인데 그런 구속을 받고 싶을 때가 왜 없겠는가. 그런 반면에 사회적으로 정해진 룰을 무작정 따라가고 싶은 마음은 지금도 없다. 정말 구속 당해도 좋을만한 대상이 나타난다면 무작정 들어갈 것이다. 말뿐인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한동안 구속이라고 생각되는 것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았다. 그런 의지 의 결과인지는 몰라도 이제는 어느 정도 스스로 내 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느낌이다. 소기의 성과를 냈으니 아직 확고한 결심은 없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스스로를 아름다운 구속으로 밀어 넣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싯점에 이르면 새로 가입하는 사이트의 아이디도 바꿔야 할지 모르겠다.
'FINDLOVE' 같은 것으로....
IP *.111.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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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04.19 20:51:19 *.247.50.145
아이디를 바꿀때면 아주 좋은 선물을 하나 드리지요. 대신 이전 아이ㄷ디(FINDFREE)는 제게 물려주시면 대를 이어 충성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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