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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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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2일 11시 22분 등록
문 밖에서 문을 두드려 본적이 있는가?

그다지 꼼꼼하지 못한 성격 탓에 나는 어쩌다 한번씩 현관문과 길게 얼굴을 맞대고 있어야 하는 일이 생기곤 한다. 열쇠를 두고 갔기 때문이다. 식구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많은 생각이 든다. 이런 일이 반복되는 자신의 꼼꼼하지 못함에 대한 자책도 하고 일단은 춥고 배고프기도 하다. 이런 서글픈 시간이 좀 길어 지면 세상에 혼자 버려 진 거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언제가 반갑게 맞이해 주던 그 문은 언제 그랬다는 듯이 차갑게 나와 세상을 가로막고 있다. 문밖에 서 있는 막막함을 마주하면 저절로 절실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돌이켜서 생각해 보면 그 문에 맞지 않는 열쇠인데 언제나 문은 그 열쇠로 쉽게 열렸다. 처음엔 행운이라 생각했지만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당연한 것이 되어 버렸고, 바른 열쇠를 찾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데 어느 날 더 이상 그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다.

이 열쇠가 나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히 생각하거나 고민하지 않아도 ‘요령’의 열쇠로 세상을 향한 문이 쉽게 열렸던 것이다. 대학과 직장 생활을 통한 나의 10년은 어쩌면 그렇게 쉽게 열렸기에 나에 대한 고민과 성장이 정체된 ‘잃어버린 10년’이 되어 버렸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보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세상이 나에게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와 같은 ‘도움’과 ‘효용’이라는 가치에 묻혀 ‘내’가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으며 살았던 것이다. 정확한 명령어를 치면 그에 해당하는 결과물을 내어 놓는, 명령어가 틀리면 아무런 것도 내어 놓지 못하는 그런 기계와 같은 사람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한다.

연구원 활동을 계기로 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해보고자 한다.
열리지 않는 문 앞에 서서, 진정한 열쇠가 되기 위해 흩어져 있는 내 자신을 찾고자 한다. 이미 내 것처럼 느끼고 있는 내가 내 자신에게 했던 포장들을 깨고, 요령의 열쇠를 버리고 눈물 나도록 절실하게 피곤함에 눈이 감기도록 고민과 성찰을 해보고자 한다.
아직은 막막한 것이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그것을 차곡차곡 구축해 가는 주변 동료들을 보면은 나만 뒤쳐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쉽지는 않겠지만 이번 연구원 활동이 내 삶의 중요한 점을 찍을 수 있는 사건이 될 것이라 믿는다. ‘나를 찾아가는 여행’에 있어 중간에 막다른 길도 만나고 예기치 않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겠지만 이 길의 한 장을 마치는 날은 비록 돌아서 왔을 지라도 성장한 자신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이 번 여행은 정말 흥미진진한 것이 될 것이다. 여름 휴가보다도 연휴보다도 더 기다려 지고 기대되는 바로 그러한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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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이
2005.04.12 13:06:54 *.72.66.253
세나님이 문을 열어젖히면 멋진 리듬악기들로 박수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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