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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8일 03시 19분 등록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또 하나의 신화!
나는 지난 4월 14일 아침 동이 틀 무렵까지 TV앞에 앉아 있었다. 그렇게까지 열광적인 축구 팬은 아닌데도 왠지 그날은 모처럼 히딩크 감독의 얼굴이 보고 싶었고 우리의 ‘태극 듀오’의 활약도 기대되어 좀처럼 잠들 수가 없었다. 잠을 설친 보람이 있었던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PSV 에인트호벤 팀은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을 이루어냈다. 그만의 어퍼컷 세레모니가 뒤따랐음은 당연지사! 또 하나의 월드컵 4강 신화가 이루어진 순간이었다.

히딩크 리더십
히딩크 감독을 떠올리면 아직도 2002년도의 신명과 가슴떨림이 전해온다. 3년이 지났다는 것도 믿겨지지 않는다. 그를 좋아하는 나로서 어떻게 그를 표현해야 제대로 표현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를 예술가로 표현한다면 축구를 통해 한 편의 대하소설을 완성한 작가라고나 할까? 아무튼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와 대표팀 운영방식은 리더십의 모범으로 일컬어져 오랜 시간 연구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가 일궈낸 업적에 대한 평가는 보는 이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 꿈틀거리는 신화를 이루어내기엔 그보다 나은 선택이 없었음은 이견이 없을 듯하다.

나는 그의 마인드 중에서 무엇보다 체력과 조직력을 중시했던 점을 높이 사고 싶다. 장시간의 과학적 체력강화 훈련이 도입되었고 실력위주의 선수임용과 즐기는 축구가 강조되었다. 식상한 지적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되짚어 생각해보면 핵심을 관통하는 지적이었다. 당시 한국축구는 기술과 골 결정력의 부재를 소리 높여 지적했지만 체력(기본)이나 조직력(정신력)은 강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이었다. 테스트 결과 많은 선수들이 기준 미달이었음이 밝혀졌고 시간이 흘러갈수록 그의 이야기가 옳았다는 것이 실전속에서 입증되었다.

그의 지도력은 이후 ‘히딩크 리더십’으로 불리우며 많은 조직과 기업들에서 받아들여졌다. 그 결과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고 어떻게 평가 되었는지 모르지만 많이 궁금하다. 이를 도입한 기업의 기초가 얼마나 튼튼해졌고 얼마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는 조직력이 발휘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여전히 단기적인 외형적 성장의 지표에만 매달리며 즐거운 일터가 아니라 전쟁터 같은 일터가 계속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대나무와 히딩크
대나무라는 식물은 좀 특이하다. 이름과는 달리 나무가 아니라 생물학적으로는 벼과의 식물이다. 일종의 큰 풀인 셈이다. 대나무는 모종을 심은 지 몇 년 동안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고 한다. 겉보기에는 자라지 않는 것이다. 그러다가 몇 해가 지나고 나면 무서운 속도로 자라는데 하루에 70cm가 넘게 자라날 때도 있다고 한다.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바로 이런 순간을 일컫는 말이다. 그럼 도대체 몇 년 동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바로 섬유질의 뿌리 구조를 땅속으로 깊고 넓게 퍼뜨려 성장의 기반을 이룬다고 한다. 그렇게 몇 년 동안 밑으로 파고들었다가 어느 시점에 용수철처럼 치고 올라오는 것이다. 그러한 성장이 가능한 또 다른 힘은 마디마디에 생장점(生長點)이 달려 있는 대나무만의 특징 때문이다.

그런 점을 보면 히딩크의 리더십과 대나무는 닮아 있다. 기본을 중시해서 내실을 다지고 결국 빠른 성장을 이루어내는 것, 스타플레이어를 중심에 놓고 경기를 풀어가지 않고 각각의 선수들에게 생장점을 부여하여 경쟁과 융화를 끌어냈다는 것을 보면 많이 닮아 있다. 비전을 향해 원칙과 소신을 지켜나가면서도 애정과 유머를 잃지 않았던 그에게서 하늘을 향해 시원하게 뻗으면서도 거센 바람에도 결코 부러지지 않은 대나무를 연상한다면 과연 비약일까?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그는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까지 이루고 나서도 배가 고프다고 말했다. 주도적으로 변화하는 사람은 늘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다고 느낀다. 그 목마름과 허기짐이 변화의 시작인 것이다. 그리고 변화의 실체란 많은 시간동안 외형적 변화가 없다고 보일 수도 있는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것’이다. 그러다보면 어느 날 문득, 봄비에 쑥쑥 자라나 있는 자신을 만날 수 있다. 그것이 혁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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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04.19 20:32:36 *.247.50.145
그렇내요. 튼튼하게 뿌리내리는 것이 혁신이네요. 저도 많이 배고픈데요. 히딩크는 일이 고프지만 저는 배가 고프거든요. 아직 저녁을 못먹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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