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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익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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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18일 21시 06분 등록
어떤 우유제품 티비 광고다
밖에서 싸우고 돌아온 어린 아들을 아버지가 혼내고 있다. 아들이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고 울먹이며 말하자 아버지는 은근히 기대에 찬 표정으로, 아마도 아들을 보는 그 순간부터 가장 하고 싶어했음직한 질문을 던진다.

이겼냐?

아들이 씨익 웃고 아버지도 기분이 좋은 표정이다. 아니, 아버지가 웃으니 아들이 기분이 좋아졌나? 아무튼... 겉으로는 친구와 싸우지 말고 잘 놀아야지... 하는 지극히 교육적 내용을 담고있는 광고 같지만 마지막에 뒤통수를 친다. 이겼냐? 따라서 아들은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친구와 싸운 건 잘못한 일이지만 이기면 다 용서되는구나. 잠깐 혼나는 건 아무것도 아니구나. 왜 싸웠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자기가 먼저 싸움을 걸었을 수도 있고, 힘약한 친구가 당하는 걸 그냥 두고보지 못해 도와주다 싸웠을 수도 있다. 이기면 되는 거다. 저것이 자식을 둔 부모들의 일반정서로 비추어진다면, 또 묵인된다면... 안 될 일이다. 우유만드는 회사에서 책임지고 막아야 할 일 아닌가? 물론 짧은 시간내에 모든 것, 아니 그 이상을 보여주어야 하는 광고의 특성상 이야기의 많은 부분이 생략됐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신중하게 광고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제발 생각 좀 하고 광고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 세 번 사랑한다 말하기? 하루 세 잔의 우유? 하루 한 잔 또는 한 병 마시던 우유를 세 번으로 늘려 마시라면서 물건 팔아먹기 바쁜 상혼으로만 치부하기엔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내가 보기에도 그 보이지 않게 미칠 파장이 심히 우려된다.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많은 아빠들의 잘못된 자존심의 발현을 슬쩍 부추기며 그것이 아빠의 아들을 향한 사랑인양 포장해서 보여주고는 아빠들의 공감을 얻어내려하는 잘못된 광고의 전형이라 생각된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비록 위에서는 이기적인 사람으로 비쳐졌지만 우유를 마셔야 할, 그래서 더욱 사랑 받고 상처를 치유 받아야 할 사람들은 바로 위와 같은 아빠들인 것 같다. 모든 세상 아빠들은 자기 자식이 남의 자식들보다 잘났으면 하는 소박한(?) 바람을 안고 있다. 그 마음 너무 잘 알지만 남을 이기기 전에 먼저 아이들의 교과서에 나오는 대로 서로 배려하고 감싸주고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여유와 믿음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는 없는 것일까? 사랑한다면 그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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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진
2005.04.19 20:24:42 *.247.50.145
저도 저희 애가 싸우고 오면 화부터 나는데 거기다가 지고 오면 더 열받더라고요. 내 자식이 아픈만큼 남의 자식도 아픈 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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