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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25일 02시 21분 등록

천일야화(千一夜話)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천 하루 동안 이어진 이야기
<아라비안 나이트>라고도 불리는 페르시아 설화에는 사산 왕조의 샤흐르야르 왕이 등장한다. 이 왕은 자신 몰래 노예와 간통한 아내에 대한 분노로 아내를 죽이고 세상의 모든 여자를 증오한다. 그리고 새 신부와 결혼을 하여 초야를 보내고는 다음날 신부를 죽여 버리는 행동을 되풀이한다. 이제 나라 안의 신부가 될만한 여자들은 모두 피신했거나 아니면 죽어버리게 되자 왕은 분노가 더해간다. 그때 한 대신의 딸인 세헤라자드라는 여인이 자청하여 이 왕과 결혼을 한다. 그의 사악한 행동을 멈추게 하기 위해 세헤라자드는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새벽쯤 되면 이야기를 중간에서 멈춰 버린다. 왕은 이야기의 끝을 듣고 싶어 하며 처형을 다음날로 연기한다. 또 다음날이 되면 세헤라자드는 그 이야기를 끝내고는 다른 재미있는 이야기를 시작하다가 멈춘다. 이런 관계가 천일하고도 하루 넘게 지속되는 것이다. 마침내 왕은 자신의 본성을 되찾아 사람들을 죽이는 일을 멈추었고 두 사람은 행복한 여생을 보냈고 나라도 잘 다스렸다는 줄거리이다.

'관성(慣性, inertia)'이라는 폭군
우리는 순간순간 무언가 자극을 받고 근사한 계획을 세우고 변화를 꿈꾼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그 계획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그러다가 또 다른 순간에 또 다른 변화를 찾다가 또 다시 주저앉고 마는 평면적인 순환의 틀 속에 머무른다. 그러다보면 초야를 맞이할 신부가 없는 왕처럼 어느 순간 더 이상 함께 노력할 계획조차 만들 수 없는 자신을 보게 된다. 우리들 자신이 변화의 싹을 보살피지 못하고 죽여 버린 것이다.

어디 개인뿐이랴! 조직에서도 끝없이 변화가 찾아온다. 많은 조직원들은 왜 변화해야 하는지 알지도 못한 채 강요된 변화의 파도에 휩쓸린다. 많은 이들이 그냥 떠내려간다. 다행히 떠내려가지 않고 겨우 살아남았다고 안심하고 있는데 해일처럼 또 다른 변화가 덮쳐 온다. 아득할 뿐이다. 그러다보면 조직 내에는 축적과 성장은 없고 혼란과 둔감함만 남게 된다. 변화를 시도한 사람이나 조직원들은 이제 창조적인 파괴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관성'이라는 폭군의 지배를 순순히 받아들인다.

이렇듯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변화를 죽여버리는 ‘관성(저항)’이라는 폭군이 살고 있다. 이 녀석은 내일을 못 보는 근시안에다가 움직이지 않고 정지하고만 있으려는 성질이 있다. 변화의 득실을 따지기에 앞서 무조건적으로 거부하고 보는 아주 답답한 놈이다.

무엇이 폭군을 변화시켰을까?
천일야화를 보고 대뜸 왕이 너무 단순한 사람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가 단지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이야기를 질질 끌었거나 자극적인 이야기만 했다면 왕은 점차 흥미를 잃어 그녀를 살려주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의 이야기는 왕이 배신감에 눈이 멀어 그동안 잊고 있었던 모험과 꿈에 대한 욕망을 꿈틀거리게 했고 사랑과 베품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분노를 잠재운 치유의 묘약이 담겨 있었던 것이다. 무력이나 논쟁이 아니라 관계와 지혜로서 사람을 감복시키고 변화시켜낸 것이다.

개인은 물론이고 조직의 지속적인 변화는 힘든 일이다.
지속적인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해서는 천 하루 동안 개인이나 조직 속에 살아 있는 폭군을 잠재울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물론, 우리는 매일 자신에게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폭군을 무력화시키는 이야기가 아니라 폭군을 흥분시키는 이야기를 쉼 없이 읊조리고 있다. 폭군을 제일 흥분시키는 이야기가 무엇일까? 타인과 환경을 원망하고 탓하는 이야기이다. 또, 자신이나 조직을 끝없이 비난하는 이야기이다. 폭군을 미쳐 날뛰게 하는 그 이상의 흥분제는 없다. 그래서 변화는 단명하고 만다.

변화는 반복이다
내가 나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매일 희망과 격려의 언어를 들려주는 ‘네버엔딩 스토리’가 변화인 것이다. 그 이야기를 어디서 캐낼 것인가? 그 이야기는 책에 있고 다른 사람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다. 나와 조직에 맞는 천 하루 동안의 이야기들을 캐내어 매일 들려주고 이를 실로 꿰어 내야 한다.

그렇다면 오늘 당신은 무슨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고 있는가?
당신에게 매일 밤 모험과 사랑을 이야기해줄 그 여인을 당신은 가졌는가?
당신의 조직에는 관성이라는 폭군을 영원히 잠재워 주는 그 여인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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