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커뮤니티

살다

여러분이

  • 신재동
  • 조회 수 1699
  • 댓글 수 3
  • 추천 수 0
2005년 4월 28일 00시 43분 등록
약 한달 간의 기간을 두고 진행되었던 프로젝트가 드디어 끝났다. 기한이 정해진 일이 대개 그렇듯 정해진 일자까지 일을 마쳐야 한다는 중압감, 한편으론 정해진 일자에 일을 끝내 보겠다는 의지, 몰입, 그 과정을 함께 나눈 사람들과의 교감, 그리고 그들과의 헤어짐 등등.. 이런 저런 여운이 많이 남는 작업이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인터넷 업체들끼리도 경쟁이 워낙 심해져서 거의 살아남느냐 도태되느냐 하는 수준이다. 도태되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해야 하고 그에 따라 상식적으로 봤을 때 제작 일정은 촉박해지며, 그에 맞춰 일하는 실무자는 '잘리지 않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그런 시스템으로 가고 있는 듯 하다. 그 바람에 야근은 일상회 되고 그래도 그쪽 직원들은 하루하루 과제를 해결하기에 여념이 없다. '만약에 잘리면'이라는 말을 그냥 무덤덤하게 내뱉어 가며....

주말에도 야근을 계속 할 정도로 강도 높은 작업이었지만, 나에게는 성과도 적지 않았다. 규모가 큰 회사에서 진행되는 일이다보니 프로젝트의 규모도 지금까지 수행했던 어느 것보다 컸고 이전에 사용했던 기술보다 더 세련된 기술을 사용해야 했다. 처음 써보는 기술, 그래서 수시로 관련 책을 뒤적여야 했고, 일을 하는 내내 내가 이 작업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을지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씩 흐르면서 새로운 기술에 대한 개념도 파악이 되고 작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내가 애쓰는 만큼 성과가 생기는 분야. 지금 당장 내 위치가 어떠하든 그 분야의 일은 나에게 딱 맞는 일인 듯 하다.

그 못지 않게 얻은 수확은 바로 사람이다. 스스로를 평가해 볼 때 일을 특출나게 잘했던 것은 아니다(물론 기본은 했지만). 다만 그 프로젝트의 일원으로 파견을 나갔기에 결과야 어찌 되건 그 일정동안 제대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애쓴다는 마음으로 일했다. 그 회사 직원들처럼 시간외 수당은 받을 수 없었지만 똑같이 주말근무도 하고 밤샘 근무도 싫은 표정 하나 짓지 않으며 함께 일했다. 그런 한편 나는 그저 나에게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는 것임에도 그쪽 실무자들의 극진한 배려를 받았고, 그로 인해 빡빡한 일정 등을 탓하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나에게 부여된 일만 처리해 나갔다. 적어도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지닌 채로....

지난 주, 드디어 서비스를 오픈했다. 기대했던 만큼의 매출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이번 프로젝트가 제대로 끝났음을 알 수 있었다.
이제 나의 임무는 끝났기에 떠나는 일만 남았다. 일을 끝마쳤다는 뿌듯함을 채 느껴보기도 전에 나는 또 어디론가 떠나기 위해 대기할 것이고, 그쪽 직원들은 또 다른 서비스를 오픈하기 위해 대기 상태다. 이리 급박하게 일이 진행되면 그 회사 계속 발전해야 그나마 직원들이 불안감을 덜 느낄텐데 하는 생각이 살짝 스쳐 간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가장 접촉이 많았던 그 회사의 직원과 아쉬운 감정, 격려의 말을 주고 받으면서 마지막 인사를 나눴고 나는 다시 내 자리로 돌아왔다.
한편의 연극을 끝내고 관객이 빠져나간 무대에 혼자 남아 있는 배우. 그 배우가 느끼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IP *.111.251.128

프로필 이미지
idgie
2005.04.28 20:47:32 *.42.252.142
부러워라.
프로필 이미지
숲기원
2005.04.29 07:32:34 *.82.18.232
재동님 축하합니다. 아름다운 끝은 설래임의 오늘이됩니다. 새로운 시작이있을 것을 축하드려요.
프로필 이미지
오병곤
2005.04.29 13:00:44 *.248.117.4
재동님 고생많았어요. 또 빨간줄 하나가 그어지는군요. ㅋㅋ 프로젝트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납기,비용,품질을 잘 관리해야 하지만 사람(피플웨어)에 대한 중요성도 무시할 수 없죠. 인생이 프로젝트 아닙니까?
덧글 입력박스
유동형 덧글모듈

VR Lef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699 부족함과 넘쳐남에 대한 단상(斷想) 신재동 2005.04.22 1859
3698 [5] 고수(高手) [1] 홍승완 2005.04.23 1899
3697 좋은나무는 쉽게 크지 않습니다. [4] 숲의기원 2005.04.24 2178
3696 <변화학 칼럼5> 천일야화(千一夜話) 문요한 2005.04.25 2046
3695 믿는 만큼 행동한다. 김성렬 2005.04.25 1891
3694 품질은 여유있는 자들의 행복한 비명? 오병곤 2005.04.25 2007
3693 주간칼럼5-작지만 강한 기업:어떤 성공 신화 박노진 2005.04.25 1681
3692 우유부단함에 대하여 손수일 2005.04.27 4095
» 프로젝트를 마치며.... [3] 신재동 2005.04.28 1699
3690 곽탁타의 나무사랑이야기 [2] 숲기원 2005.04.28 2043
3689 [주간칼럼_05] 글을 쓴다는 것 이익상 2005.04.29 1744
3688 [6] 무대 위와 무대 뒤 홍승완 2005.04.29 1731
3687 <변화학 칼럼6> 타율에서 자율로의 전환 문요한 2005.05.02 2241
3686 인터넷 키워드 이야기 - '소심지수 테스트'의 내용을 본 느낌 신재동 2005.05.02 1865
3685 [6] MECE 사고의 회를 뜨자 [1] 오세나 2005.05.03 4585
3684 [7] 기적의 시작은 어디인가? 오세나 2005.05.03 1745
3683 IT 시스템 구축에서의 변화관리 오병곤 2005.05.04 3238
3682 주간칼럼6-작지만 강한 기업:글로벌 스탠더드를 꿈꾸는 이들 박노진 2005.05.06 2307
3681 지금은 프로젝트 시대 오병곤 2005.05.08 1720
3680 <변화학 칼럼7> 칭찬은 사람도 춤추게 할까? [1] 문요한 2005.05.09 1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