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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일 02시 12분 등록

타율에서 자율로의 전환(transition from heteronomy to autonomy )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킨들링(kindling)현상과 탈감작화(desensitization)
변화의 원리를 소개하기 위해 조금은 머리 아픈 이야기를 소개해야 할 것 같다. 의학에서는 경련과 의식상실을 보이는 신경계 질환인 간질(epilepsy)의 원인 모델로 킨들링 현상을 들고 있다. 킨들링(kindling)이란 간질이 없는 동물의 뇌에 전극을 삽입하여 간질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의 역치 이하의 전기 자극을 반복적으로 가하면 결국 간질이 발생할뿐더러 이를 지속하면 어느 순간 외부 전기자극이 없더라도 자발적으로 간질이 발생하는 현상을 말한다. 즉, 역치이하의 자극이라도 충분한 횟수의 자극을 충분한 시간동안 가하면 더 이상의 외부적인 자극이 없더라도 자발적인 반응이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다.

한편 알레르기 질환이나 공포증의 치료로 탈감작 요법이 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선 알레르기가 있는 어떤 사람에게서 반응을 유발하는 원인물질(알레르겐)을 찾는다. 다음에는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의 소량의 원인물질을 투여한다. 그리고 충분한 시간이 지나 둔감하게 만든 후 점차 그 양을 늘려나가면서 투여함으로써 역치 이상의 자극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억제시키는 요법을 말한다.

축적효과(accumulation effect)
역치이하의 자극을 주었는데 왜 킨들링 현상에서는 반응이 발생하고 탈감작화 치료에서는 반응이 둔감해질까? 그것은 단순화해서 말하면 자극의 인터발에 따른 축적효과가 발생하느냐 않느냐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의학적으로 타당하지 않는 설명일 수 있지만 역치이하의 자극이라도 제로상태로 도달하기 전에 추가적인 자극이 발생하여 자극의 효과가 축적되다 보면 어느 순간 반응이 발생한다. 반대로 자극에 대해 세포의 전위(electric potential)가 제로상태로 다시 떨어진 후 또 다른 자극이 주어지면 세포의 반응성이 떨어져 결국 큰 자극이 주어지더라도 별다른 반응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변화(개혁)피로 증후군(change fatigue syndrome)
위에서 예로 든 의학 이야기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결국 변화를 원한다면 축적효과가 나타날만한 긍정적 자극을 지속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삶 속에서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는 여러 자극을 받는다. 자신이나 타인에게 찾아온 불행이나 위험에서, 좋은 책이나 TV 프로그램에서, 혹은 회사에서 좋은 강의를 듣거나 종교생활 속에서 새롭게 변화할 자극을 받곤 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적절한 추가 자극을 확보하지 못하면 예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복귀하게 된다. 아니 오히려 예전의 지점보다 더 후퇴할 수도 있다. 좀처럼 더 큰 자극이 아니고서는 변화의 몸짓을 취하지 않고 움츠리고 말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변화에 대한 ‘탈감작(desensitization)’과 ‘내성(tolerance)’이 발생하고 만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되었을 때 우리는 ‘변화(개혁)피로 증후군’에 걸렸다고 할 수 있다. 국가, 기업, 조직, 개인 등 어떤 곳이든 변화가 어려운 이유는 여기에 있다. 결국 축적 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 관점에서 반복적인 자극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재테크에서 축적된 종자돈이 중요하듯이 변화에서도 결과물들이 소멸되지 않게 축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성(autonomy)을 획득하는 방법
사랑하는 사람에게 작은 선물을 자주하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가끔씩 큰 선물을 해주는 것이 더 좋을까? 같은 액수의 금액이지만 조카를 볼 때마다 작은 용돈을 자주 주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어쩌다 한번씩 많은 용돈을 주어서 생색을 내는 것이 좋을까? 사람마다 의견이 각각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율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한번 강렬한 외부자극보다는 강하지 않은 외부자극이라도 짧은 간격으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자극이 충분하게 반복되면 축적이 이루어지고 축적이 지속되면 어느 순간 반응이 내재화된다. 이후로는 강요나 타율은 필요 없다. 이 닦는 것이 습관이 되면 이 닦지 않는 것이 괴로움이 되듯 자율적인 변화가 찾아오면 변화하지 않는 것이 불쾌하고 괴롭게 된다. 바야흐로 자기점화가 이루어져 변화의 자율성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가랑비에 옷 젖어 보셨나요?
변화의 자율성이 탄생하는 순간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그 순간은 마치 여러 번 시도한 끝에 종이뭉치의 불이 장작불에 옮겨 붙어 활활 타오르는 뜨거운 순간이다. 몇 바가지의 물로 말라버린 구식펌프에서 지하수가 콸콸 쏟아져 나오는 시원한 순간이다. 플라스크의 용액에 숨을 죽이며 조금씩 시약을 떨어뜨리다가 어느 순간 마술처럼 용액의 색깔이 확 바뀌어 저절로 탄성이 새어나오던 어린 시절 실험시간으로 돌아가는 놀라운 순간이다. 그 순간이야말로 오랫동안 숨죽이고 있었던 내면의 자가발전소가 굉음을 내고 꺼지지 않는 불꽃을 터뜨리는 순간이다. 이 순간이야말로 양적 축적이 질적 전환을 이루어 낸 즉, 변화의 변증법이 구현된 순간이다.

주도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란 결국 ‘가랑비에 옷 젖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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