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쉬는날 특식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최미나양은 신랑인 불량 주부 구수한군에게 필요한 것을 몇 개 사다 줄 것을 부탁한다. 소고기하고 당근하고 계란, 부추를 좀 사다 줘요. 집을 나가는 신랑에게 이야기한다. 참 당면하고 오이, 간장도 다 떨어졌고 설탕도 다 떨어졌네, 오늘 길에 주스도 한 통 사다 주세요. 우리의 구수한 군은 이 미션을 얼마나 달성 했을까? 물론 당면 없는 잡채를 먹어야 했다.

사람은 특정한 정보 없이는 한번에 기억 할 수 있는 것이 6~7개 정도라고 한다. 앞에서 최미나양이 잡채를 위해 식품 코너에서 소고기와, 당면, 계란을 조미료 코너에서 간장, 설탕 그리고 야채 코너에서 당근, 부추, 오이를 사다 달라고 했으면 당면이 빠진 잡채를 먹었을 확률은 훨씬 줄었을 것이다. 인간의 기억력의 한계도 있지만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에 따르면 동양은 전체의 관계를 중시하고 서양은 개별적 속성의 논리적 구조에 강하다고 한다. 한국을 포함한 동양인들에게 특히 부족한 논리적 사고력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횟집에서 사시미를 뜨고 있는 주방장의 모습은 기술을 넘어 예술에 가깝다. 칼을 적당하게 넣고 힘을 조절하면서 살과 뼈를 분리해내고 먹기 좋은 일정한 크기로 썰어 낸다. 우리의 사고도 회를 뜨듯이 예쁘고 먹음직하게 담아 한입에 쏙쏙 들어가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러한 바람을 담아서 나온 사고방식이 바로 MECE(미시)적 사고이다. 이는 'Mutually Exclusive and Collectively Exhaustive'의 앞 자를 딴 약어로 문제 해결을 위해서 그 문제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 요소나 또는 그 문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중복 없이, 누락 없이 전체를 조망하고 인사이트를 얻기 위한 사고 과정에 대한 기준을 의미한다. 요리를 구성하는 재료를 그룹별로 나누어 빠진 것이나 중복된 것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팥소 빠진 찐빵이나, 소금이 두번 들어가 짜게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MECE를 통해 구성 요소들을 확인하고 범주화하여 그 요인들간의 구성 체계를 파악하여 주요 결정요인(KPI,KSF)을 도출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개념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이를 실제로 적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일상에서 MECE를 활용하여 논리적 사고력을 기르는 방법을 생각해 보자.

경영에서는 3C의 MECE 관점에서 비즈니스를 구조화한다. 시장(고객, Customer), 경쟁사(Competitor), 자사(Company)의 관점에서 파악하는 것이 그것이다. 직장 혹은 자신이 속한곳에서 자신의 경쟁력을 파악하려면 역시 자신, 경쟁자, 시장의 관점에서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행복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자신, 직장, 가정으로 나누어 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 어디에서 문제가 있는지를 요소 별로 파악해 본다면 막연하게 문제에 묻혀 있을 때보다 쉽게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하루의 일과를 MECE의 방법론으로 분류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 각 부분별로 내가 얼마만큼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좋을 방법이다. 내가 주로 보내고 있는 부분의 시간이 결국은 나의 미래의 모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제품을 선택할때도 이러한 MECE의 기준으로 선택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분류하고 생각하여 구매하게 되면 후회를 줄일 것이며 또한 필요성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 봄으로써 충동구매를 막을수도 있다.

동양에서는 교육을 구분할 때 ‘지, 덕, 체’로 구분하였다. 이는 지육(智育)•덕육(德育)•체육(體育)을 줄인 말이다. 지육이란 지식 혹은 지혜를 갈고 닦음, 현명함을 뜻하고, 덕육이란 인격적인 면을 갈고 닦음을 말한다. 흔히 말하는 인격자를 말한다. 체육이란 건강한 몸을 갈고 닦음을 말한다. 우리가 스스로를 수련해 감에 있어서도 이러한 관점에서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찾아서 빠진 부분이 없도록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이것이 균형을 이루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다음에는 MECE 방법론과 로직트리를 활용해 우리의 브리짓존스양이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을 알아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