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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9일 04시 05분 등록

칭찬은 사람도 춤추게 할까?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왜 칭찬이 어려울까?
누군가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간절히 가지게 되면 결국 그대로 실현된다는 것을 뜻하는 말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용어가 있다.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너무나 사랑한 피그말리온에게 아프로디테가 감동하여 결국 생명을 불어 넣어준다는 신화에서 비롯되었다. 이 용어는 교육이나 상담분야에서 흔히 칭찬의 효과를 말하는데 인용된다. 어느 심리학자의 조사에 의하면 아이가 5세까지 자라면서 부모로부터 듣는 질책이 최소 4만 번(이는 하루 평균 22번이다!)이라고 했으니 아이들이 얼마나 야단의 풍요(?)속에서 자라는지 알 수가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켄 블랜차드의 책이 70만부 이상 팔려 나가는 것만 보더라도 우리가 얼마나 칭찬을 목말라 하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 ‘그래, 사람을 변화시키려면 칭찬이 중요하구나!’생각하고 막상 칭찬을 일상 속에서 하려면 참 어렵다. 사람이 범고래나 여타 동물들처럼 단순하지가 않다는 것도 이유이겠지만 막상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칭찬해야 할지 막연할 따름이다. 도무지 칭찬할 점이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렵게 해놓고도 듣는 사람이나 하는 사람이나 괜히 어색해지기 십상이다. 심지어는 무슨 꿍꿍이로 저런 말을 할까 하는 의심부터 사는 경우도 벌어진다. 칭찬을 계속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크게 보면 즉각적 효과를 바라기 때문이고, 가능성보다는 현 상태에 주목하기 때문이고, 동기와 과정보다는 결과에 초점을 두기 때문이며, 스스로에게 칭찬을 못하기 때문에 남에게도 못하는 것이다.

칭찬 중독증
얼마 전 신문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소한 것 까지 칭찬을 해줘야 한다는 부모와 교사들의 생각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미국 심리학계의 경고의 목소리가 실렸다. 작은 일에 칭찬을 남발하다 보면 진짜로 칭찬을 받을 만한 일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뿐더러 칭찬을 바라고 행동할 뿐 스스로의 동기에 의해 자발적인 행동을 이끌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칭찬이 남발되다보니 칭찬의 가치도 알 수 없게 되고 효과도 반감된다는 것이 요점이다. 물론 칭찬이 일상에서 잘 이루어지고 있는 미국의 이야기라서 우리나라도 똑같이 적용될 문제는 아니다. 우리는 아직도 정당한 칭찬마저도 오고가는 문화가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칭찬의 단맛에 길들여져 인내나 비판의 쓴 맛은 맛보려하지 않는 아이들도 쉽지 않게 볼 수 있다. 지나치게 버릇없거나 유약한 아이들을 보면서 나는 ‘적절한 좌절(optimum frustration)’을 경험하는 것이 인간의 성장에는 얼마나 중요한 것임을 새삼 느낀다. 지나침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은 칭찬에서도 유효하다. 늘 균형을 생각해야 한다.

칭찬과 격려의 차이
피그말리온 효과를 칭찬의 힘을 나타내는데 인용하지만 나는 정확하게 믿음의 효과를 말하는데 쓰여야 할 용어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지금은 아니지만 결국은 이룰 거라는 ‘기다림을 갖춘 믿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나타내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격려하다(encourage)’는 말을 풀어 쓰면 ‘용기(courage)를 주다’는 말이 되고 용기에서 ‘cor’는 라틴어로 심장을 뜻하므로 결국 격려한다는 것은 ‘심장을 주다’는 말이 되는 셈이니 참 의미심장(?)한 단어이다. 격려란 지금 보이는 모습이 최선이 아니며 우리는 더 나은 존재로 향해 가는 ‘가능성의 존재’라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주도적으로 변화하고 미래로 나아가는 것은 두렵지만 두려움의 떨림이 가라앉도록 내 마음(심장)을 얹어주는 행위이다.

칭찬이 자칫 행위의 결과에 초점을 두기 쉽다면 격려는 행동의 시작이나 진행 그리고 결과 즉, 모든 과정에 걸쳐 할 수 있다. 칭찬은 잘못하면 누군가와의 비교에 치우치기 쉽지만 격려는 현재의 자신과 더 잘 할 수 있는 자신과의 비교를 통해 그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칭찬은 외적 평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라면 격려는 내적 가치에 주목하는 것이다. 칭찬은 사람과의 관계를 경쟁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반면 격려는 다른 사람 역시 나처럼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 속에 연대의 관계로 나갈 힘을 줄 수 있다. 칭찬은 이미 가진 것에 대한 언급이지만 격려는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한 언급이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힘
같은 표현일수도 있지만 난 칭찬보다는 격려라고 말하고 싶다. 고개를 숙인 누군가의 멋진 춤을 보고 싶다면 다가가 속삭인다. ‘우리에게는 아직 사라지지 않는 자신의 삶이 숨쉬고 있잖아!’ 자꾸 현실에 안주하려는 자신에게는 이렇게 속삭인다. ‘지금 보이는 모습이 너의 전부가 아니잖아!’



IP *.253.83.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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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05.18 01:05:18 *.51.82.119
칭찬도 잘 못하는데 격려까지.. 너무 하십니다. ㅋㅋ
칭찬을 부정적으로 보신 건 아니죠?
입에 발린 칭찬보다는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격려가 중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신선한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요 말은 칭찬이 아니라 격려로 받아주세요.^^
항상 타이밍이 중요한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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