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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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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11일 06시 09분 등록
비장한 각오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GP 세계 컵에 출전하고 있었다.
(GP는 그랑프리의 약자다. 세계랭킹을 정하는 경기들이 있는 데 그 중에 점수가 2배, 지금은 1.5배인 경기를 그랑프리 선수권대회라고 한다.) 백년에 한 번이라는 기회,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선수들은 비장한 각오를 한다. 매일 최소한 5시간에서 많이는 8시간에서 10시간을 훈련한다. 그것은 몸으로 떼우는 훈련이 그렇다는 것이다.
거기에 전략과 전술 그리고 Image 트레이닝,,, 사실 선수들은 밥먹고 잠자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면 나머지는 훈련이고 시합이다.
예선리그를 통과하여 본선 대진을 두고 자기 차례를 기다리며 손을 꼭 움켜쥐고 서성이는 선수에게 물었다.
“이기고 싶은가?”
“ ... ”
“비장한 각오로는 충분하지 않다.”
모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수에게 덧 붙였다.
“ 비장한 각오는 어쩌다 하는 것이다.”
“...”
“네가 지금 하고 있는 비장한 각오라는 것을 나는 날마다 날마다 하며 살았다. ”
“...”
“이기고 싶은가? ”
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짧은 순간, 어금니를 꼭 물며 온 몸에 힘이 불끈 들어간다.
“ 얼마나 이기고 싶은가? ”
“...”
“나는 지금, 네가 이길 수만 있다면 팔을 잘라 줄 수도 있다. 내가 천 년 동안 벌을 받는 대신에 지금 네가 이길 수만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
“...”
“너도 그만큼인가? ”
“...”
“그래도 나는 네게 이기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겨야 된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
“시합은 비장한 각오로 하는 것이 아니다. 유연함을 가져라, 유연함이란 자신 있는 자만이 가능하다. 그리고 능력 있는 자만이 자신감을 갖는다. 능력이란 충분한 훈련에서 오는 것이다. 그렇지? ”
선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열심히 훈련했고 이기기에 충분한 능력이 있다..”
“ 가라, .. ”
선수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그냥 우리는 눈이 마주쳤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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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이유에서든 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게임이 시작되면 무조건 이겨야 된다. 거기엔 명분이나 정해진 방법이 없다 다만 규칙이 있어서 동네 깡패들 패싸움과 다를 뿐이다. 머리털이 서고 침이 마르고 오줌 마려운 그 순간에 무자비하게 달려들어 갈비뼈가 부러지는 것 같은 충격으로 상대의 칼에 한 번 찔리고 나면 영웅처럼 결의한 비장한 각오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변화를 꿈꾸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렇게 말해 주고 싶다.
변화란 비장한 각오로 되는 것이 아니다. 삶이란 가끔씩 일어나는 이벤트 같은 행사가 아니다. 만약에 비장한 각오로 변화를 꿈꾼다면 그래야만 한다. 비장한 각오로 일어나고 비장한 각오로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비장한 각오로 밥 먹고 커피를 마시고 노래방에 가서도 비장한 각오 비장한 곡을 불러야 한다.
그래야만 바뀔 수 있는 운명의 순간에 몸은 경직되지 않고 마음은 두려움과 의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역설적으로 정말 그렇게 하면 아무도 “비장한 각오”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겨보지 못한 상대와의 게임에서의 승리는 내가 자신하는 익숙한 전략이 아니라 상대에게 유효적절한 나의 기술과 전략의 임의적 재구성 즉 전술이라고 부르는 즉각적이고 현재적인 대응이다. 그리고 그 것이 다시 패턴화 될 때 새로운 전략이 된다.
새로운 상대는 나와의 전쟁을 위해 철벽같은 요새에서 준비하고 있는데 내가 과거의 기억을 양손에 움켜쥐고, 과거의 습관을 등에 지고, 과거의 실천방식으로 달려든다면 뒤뚱거리다가 상대의 예측이라는 화살에 맞고 유인의 칼날에 찢기고 기습공격의 포탄에 파편에 갈갈이 찢겨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변화를 꿈꾼다면 당신은 이미 잘못된 것이다.
실패한 현실에 재 도전하면서 과거의 자기 사고 방식의 전략을 고수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내가 선수에게 하는 경고를 음미해 볼 필요가 있다.
“나는 충분히 설명했다. 그러나 너는 네 방식대로 해도 좋다. 그 대신 이겨! 못 이기면
너는 한국에 돌아가면 짐을 싸야 할 것이다.“
변화라는 산에 오르려면 등산화에 긴 양말을 신어야 한다. 과거의 바닷가에서의 삶은 비키니와 샌들이 필요했겠지만, 비키니에 샌달 신고 산에 오르면 미친놈이라고 할 게 분명하다. 마음대로 해도 좋다. 기억해야 할 것은 이길 수 없는 전쟁을 하는 것은 자살이나 똑같은 것이다. 그래서 산에 오르지도 못하고 찢기고 멍든 자국으로 바닷가에서 마저 따돌림 받을 것이다.

비장한 각오란 이긴다고 보장받지 못하는 게임을 시작할 때 부족한 자기훈련과 노력에 대한 위안이나 비상용 배터리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승리한 자들의 영광을 미화하는 매스컴 용 “코멘트”다.

변화를 꿈꾼다면 아주 오래된 이야기이지만 상기해야만 한다.
“연습을 시합같이, 시합을 연습같이...”
“가장 좋은 것은 전쟁을 하지 않고 이기는 것이다.”
“전쟁은 승리할 수 있는 모든 준비와 확신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전쟁은 목숨을 건 투쟁이다. 실패하면 굴욕과 수모와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 선수와의 대화는 실제에 대해 약간 포장되고 문체화 된 것이다.
실제는 더 과격하고 거칠고 자극적이다. 거기는 전쟁터 보다 더 한 곳이다.
IP *.163.147.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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