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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31일 08시 40분 등록
<변화학 칼럼 10>

거꾸로 말을 타고 달리는 사람들


문 요한 (변화경영 연구소 연구원, 정신과 전문의)



원하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
나는 매일 알코올 중독 환자들을 만난다. 그런데 대놓고 말해 힘들 때가 많다. 원인부터 치료까지 어느 것 하나 명확한 것이 없는데다가 재발율이 높다. 그들에게는 회복의 길을 나설 밑천이 너무 없다. 몸만 축난 것이 아니라 정신까지 피폐해져 회복의 길을 함께 할 길동무도 마다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치료동기가 있든 없든 퇴원을 할 때는 대부분 절주나 단주를 다짐하고 나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3 이상은 다시 입원한다. 그것도 3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경우가 80%를 넘는다. 물론 퇴원을 위해 마지못해 가짜 결심을 내비친 경우도 있지만 분명 많은 이들은 자신과 약속하고 떠난다. 그런데 왜 회전문을 돌듯이 단시일 내에 입원실로 돌아오는 것일까?

거꾸로 말타기
‘거꾸로 말 타기’는 표면의식과 심층의식의 ‘불일치’를 일컫는 나의 표현이다. 중독 환자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표면적인 의식에서는 회복을 희망하고 있지만 심층적인 의식에서는 ‘실패자’라는 불도장이 너무도 선명하게 찍혀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변화’라는 표면의식과 ‘실패’라는 심층의식이 등을 맞대고 있는 것이다. 변화라는 말은 앞으로 가려는데 실패라는 기수는 거꾸로 말을 타고 올라 채찍질을 한다. 그런 상태에서 말이 달리면 로데오 선수가 아닌 바에야 얼마가지 않아 말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고삐는 찾아도 없고 잡을 것이라고는 말의 꼬리밖에 없다. 겉으로는 변화하겠다고 굳은 다짐을 하지만 깊은 마음에는 ‘넌 안돼!’라는 학습된 무력감과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다. 결국 함께 앞을 보고 달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심층의식에 자리 잡은 무력감과 패배감을 지워내야 한다.

악으로! 깡으로!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인 변화를 원한다. 습관이나 더 나아가 성격과 삶을 뒤바꾸고자 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중도에 포기한다. 결국 그 길의 끝에 서서 ‘내가 원한 것이 아니었어!’라고 합리화의 피난처로 도망치거나 ‘난 목표의식이나 의지가 약해.’라는 혼잣말을 중얼거린다. 패배를 인정하는 사람은 예외 없이 그 원인을 ‘의지부족’에서 찾는다. 그래서 결론은 늘 동일하다. 의지를 강화하는 것이고 방법은 ‘혹독한 자아비판과 자기전쟁’이 된다. 그러다보면 기름을 짜내듯이 자신을 사정없이 쥐어짠다. ‘너! 그거밖에 못해! 정신 바짝 차려!’라는 비판의 채찍으로 스스로를 모질게 후려친다. 이때부터 변화는 거의 억지가 된다. 미래의 불확실한 기쁨을 위해 현실의 고통을 언제까지 참아내야 하는지를 끝없이 물어보게 된다. 바늘로 허벅지를 찌르며 졸음을 쫓고 책을 붙잡고만 있는 고지식한 수험생이 되버린 것이다. 정신을 백 냥이라고 하면 ‘악’과 ‘깡’이 구십 냥을 장악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 끝은 해피엔딩일까? 안타깝게도 일시적인 변화는 일어나지만 점차 거세지는 자신의 채찍을 견디지 못해 끝내는 주저앉고 만다. 전(全)의식에 ‘패배’라는 불도장이 또다시 ‘꽝’하고 박혀버린다.

변화는 안과 밖의 나를 일치시키는 것
불면증으로 정신과를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자고 싶은 소망이나 의지가 약해서 불면증을 벗어나지 못할까? 천만에 말씀! 그들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잘 잘 수 있기를 간절히 갈망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달콤한 잠을 붙잡으면 붙잡을수록 달아나버린다. ‘자야 하는데... 자야 하는데... 너 어쩌자고 이러고 있니?’를 이불속에서 밤새 되뇌이다가 처참한 아침을 맞는다. 자! 그렇다면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일까?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의지와 소망이 아니라 마음의 평화이다. 지속적인 변화는 의지로만 하는 것이 아니다. 변화는 안과 밖의 내가 감응하고 일치되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표면의식과 심층의식이 촥 달라붙어 한 몸이 되어 달릴때 그림자가 쫓아오기 어려운 속도가 붙는다. 변화의 본질은 자기와의 싸움이 아니다. 변화는 자기와의 얼싸안음이고 자기와의 화해 속에 찾아온다.

지속적인 변화가 어렵다면 거꾸로 말을 타고 달리는 중이다.
눈 앞에 고삐가 보이지 않는다면 떨어지기 일보직전의 상태인 것이다.
어쨌든 한번 뒤돌아보자. 말머리가 어디에 붙었나 한번 보자.

IP *.245.167.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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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설탕
2005.05.31 18:58:41 *.102.36.80
맞는 말씀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치열한 자기 싸움만이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치열함만으로 가다가는 자기 파괴에 치닫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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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렬
2005.06.01 00:45:19 *.163.158.202
참으로 공감합니다. 본능과 맞선다는 것은 미련한 짓이죠
본능과 일치하는 또 다른 욕구가 욕구를 억제할 수 있는 것 같더군요
반대급부적인 금연이나 금주는 강화되면 될수록 피우고 마시고 싶은 생각도 강화되죠, 의지가 약화되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더군요
전 피우지 말라거나 마시지 말라가 아니라 쉬라고 말하죠... 그래서
오래 쉬게되면 그게 자연스럽게 금연 금주로 이어지는 거죠... 대신 대안에 대한 흥미나 관심이나 절실함을 강화하죠... 환경에 대한 차단과 함께,... 본능이란 적당히가 안되는 거 같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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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수일
2005.06.01 10:50:31 *.143.149.179
"변화의 본질은 자기와의 싸움이 아니다. 변화는 자기와의 얼싸안음이고 자기와의 화해 속에 찾아온다." - 한번쯤 되새겨볼만한 말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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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06.15 23:22:12 *.190.172.240
一以貫之을 넘어서 ----> 0 으로 無 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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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자
2005.06.30 17:14:43 *.105.68.100
좋은글에 감사드립니다. 저역시 이문제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사람으로서 안과밖의 나를 일치시키는 구체적인 방법론은 어떤것들이 있을까요 도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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