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완
- 조회 수 3304
- 댓글 수 4
- 추천 수 0
일본에만 있는 전통시로 ‘하이쿠(俳句)’라는 것이 있어.
하이쿠는 5, 7, 5의 음수율을 지닌 17자로 된 일본의 짧은 정형시야.
이렇게 설명하면 재미없어지니까,
그냥 ‘하이쿠는 한 줄짜리 시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다’라고 생각하면 되.
하이쿠는 대개 계절과 자연을 노래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실존에 관한 것이기도 해.
시는 압축의 미학이야.
생략하는 것,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지.
좋은 시를 읽으면 큼지막한 여백 때문에 생각이 더 깊어지게 되지.
하이쿠는 압축과 생략이라는 면에서 보면 시의 왕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예를 들면 이런 거야.
“가을이 깊었는데
이 애벌레는
아직도 나비가 못 되었구나”
이 하이쿠는 하이쿠의 일인자로 추앙받는 마쓰오 바쇼(松尾芭蕉)가 쓴 거야.
근데, 꼭 내 이야기 같네.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이것 역시 바쇼의 대표작 중 하나야.
바쇼의 시는 단순하고 쉬워서 읽는 맛이 좋아.
그러면서도 송곳으로 찌르듯 핵심에 도달해.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 버리지.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승려 시인인 타다토모의 하이쿠야.
과거와 현재가 한 줄에 담겨 있어.
나무의 일부였던 나뭇가지는 지금은 불에 타 숯이 되었어.
숯은 먼지가 되어 하늘을 해맬 것이고 일부는 땅으로 흡수되겠지.
여기서 숯은 인간을 의미하는 것 같아.
난 가끔 하이쿠를 읽을 때마다,
하루를 생각해.
긴 삶에서 바로 오늘 하루!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 안에서 죽고,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 속에서 죽는다.”
이건 플루타르크(Plutarch)의 말이야.
재밌게도 하루에 대해 한 줄로 말하네.
하루에 하나씩,
좋은 스승과 같은 한 줄을 모아두고 싶어.
그런 하루와 한 줄이 쌓이면,
하루는 365일이 되고 한 줄은 356줄이 되겠지.
오늘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IP *.147.17.106
하이쿠는 5, 7, 5의 음수율을 지닌 17자로 된 일본의 짧은 정형시야.
이렇게 설명하면 재미없어지니까,
그냥 ‘하이쿠는 한 줄짜리 시로, 세계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다’라고 생각하면 되.
하이쿠는 대개 계절과 자연을 노래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간의 실존에 관한 것이기도 해.
시는 압축의 미학이야.
생략하는 것,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지.
좋은 시를 읽으면 큼지막한 여백 때문에 생각이 더 깊어지게 되지.
하이쿠는 압축과 생략이라는 면에서 보면 시의 왕자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예를 들면 이런 거야.
“가을이 깊었는데
이 애벌레는
아직도 나비가 못 되었구나”
이 하이쿠는 하이쿠의 일인자로 추앙받는 마쓰오 바쇼(松尾芭蕉)가 쓴 거야.
근데, 꼭 내 이야기 같네.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이것 역시 바쇼의 대표작 중 하나야.
바쇼의 시는 단순하고 쉬워서 읽는 맛이 좋아.
그러면서도 송곳으로 찌르듯 핵심에 도달해.
생각이 깊어질 수밖에 없게끔 만들어 버리지.
“이 숯도 한때는
흰 눈이 얹힌
나뭇가지였겠지”
승려 시인인 타다토모의 하이쿠야.
과거와 현재가 한 줄에 담겨 있어.
나무의 일부였던 나뭇가지는 지금은 불에 타 숯이 되었어.
숯은 먼지가 되어 하늘을 해맬 것이고 일부는 땅으로 흡수되겠지.
여기서 숯은 인간을 의미하는 것 같아.
난 가끔 하이쿠를 읽을 때마다,
하루를 생각해.
긴 삶에서 바로 오늘 하루!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 안에서 죽고,
오늘의 나는 내일의 나 속에서 죽는다.”
이건 플루타르크(Plutarch)의 말이야.
재밌게도 하루에 대해 한 줄로 말하네.
하루에 하나씩,
좋은 스승과 같은 한 줄을 모아두고 싶어.
그런 하루와 한 줄이 쌓이면,
하루는 365일이 되고 한 줄은 356줄이 되겠지.
오늘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어.
댓글
4 건
댓글 닫기
댓글 보기
VR Left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69 | 편지 [4] | 구본형 | 2005.06.17 | 2451 |
468 | 돈에대한 단상 [2] | 금(金)기원 | 2005.06.17 | 2098 |
467 | 잠 [2] | 이선이 | 2005.06.16 | 2065 |
466 | 충전된 휴대폰, 방전된 삶 [2] | 오병곤 | 2005.06.15 | 2399 |
465 | '고치기'와 '받아들이기' [3] | 신재동 | 2005.06.14 | 2438 |
464 | <변화를 위한 동화> 바다로 떠난 달봉이2 [8] | 문요한 | 2005.06.14 | 2968 |
463 | <변화를 위한 동화> 바다로 떠난 달봉이1 | 문요한 | 2005.06.14 | 2060 |
462 | -->[re]언제부턴가 문요한님의 글이 기다려진답니다. | 달봉이 1 | 2005.06.15 | 2089 |
461 | 아이에게 과자를 권하느니 담배를 권하라! [2] | 사랑의기원 | 2005.06.13 | 3309 |
460 | 스승 따라하기 | 화목의기원 | 2005.06.12 | 2158 |
459 | 리움(Leeum) 관람기 [3] | 손수일 | 2005.06.10 | 2727 |
458 | [11] 작은 차이 [1] | 홍승완 | 2005.06.10 | 2089 |
457 | 1차산업에서 9차산업까지? | 숲기원 | 2005.06.08 | 2092 |
456 | 사이버 세상에서 정체성 찾기 [1] | 신재동 | 2005.06.07 | 2090 |
455 | <변화학칼럼 11> 세 친구 [3] | 문요한 | 2005.06.07 | 2108 |
» | [10] 하루 한 줄 하이쿠 [4] | 홍승완 | 2005.06.06 | 3304 |
453 | 아버지의 눈물 [8] | 오병곤 | 2005.06.05 | 2393 |
452 | 주간갈럼11-작지만 강한 기업 : 15년의 기다림 그리고 도약 [2] | 박노진 | 2005.06.04 | 2112 |
451 | Green Dam(녹색댐)을 아시나요? | 사랑의기원 | 2005.06.04 | 2140 |
450 | [9] <변화의 요소> 3-1. 생각 그리기 [1] | 오세나 | 2005.06.03 | 203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