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수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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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전시실은 고미술, 제2전시실은 현대미술로 구성되어 있다. 표를 끊은 후 1전시실로 향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가서 나선형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관람을 하도록 동선이 짜여 있었다. 4층 청자, 3층 분청사기와 백자, 2층 고서화, 1층 불교미술과 금속공예관련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고미술 파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청자, 백자를 비롯한 도자기들이다. 청자와 백자들은 확실히 매혹적이다. 교과서나 자료집을 통해 사진으로만 보던 그 ‘청자’들이 아닌, 훨씬 더 자유분방한 형태에 세련과 우아, 대담함을 뽐내는 수 많은 청자들이 거기 있었다. 진짜 ‘명품’들이다. 청자에 새겨진 문양들이 하나같이 대담하고 아름답다. 들여다보고 있자니 마치 눈 앞에서 살아 숨쉬는 듯 하다.
금속공예품들은 흔히 얘기하는 ‘조상의 빛난 얼’ 어쩌고 저쩌고 하는 얘기들이 결코 빈 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 그러니까 이 정도의 미적, 예술적 감각과 혼이 배인 뛰어난 솜씨들이 전해 내려 왔기에, 지금의 우리들이 그것을 바탕으로 그래도 이만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제2전시실은 현대미술 파트로 2층 한국 근현대미술, 1층 외국 근현대미술, B1 국제 현대미술로 구성되어 있다. 현대미술 전시관은 고미술 전시관이 외부의 자연광을 철저하게 차단한 것에 비해 외부의 자연광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인 형태로 구성되어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곳은 2층의 한국 근현대미술, 그 중에서도 특히 이중섭이었다.

< 서귀포의 환상/1951/59x92/나무판에 유채 >
이 그림 앞에서 오래도록 머물러 있었다. 아무리 오래 들여다봐도 싫증이 나지 않았다.
이중섭은 1951년 가족들을 데리고 부산을 떠나 제주도에 이른다. 여러 날 걸어 서귀포에 도착하여 서귀포 주민이 내 준 방을 빌어 1년 반을 살았다고 한다. 피난민에게 지급되는 배급과 고구마로 연명하는 한편, 게를 잡아 찬으로 한다.

< 그리운 제주도 풍경/35x24.5/종이에 잉크 >

< 부부/1953/51.5x35.5/종이에 유채 >

< 길 떠나는 가족 >
헤어져 있던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가족을 소 달구지에 태우고 자신은 황소를 끌고 따뜻한 남쪽나라로 함께 가는 풍경을 그렸다.
위 그림들과 함께 권옥연의 <사랑>(그림은 게시판 202번 ‘잡담’ 참조)과 장욱진의 <자동차가 있는 풍경>은 집에 걸어놓고 매일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싶었다.(물론, 어림반푼어치도 없는 일이겠지만...- -;;)

< 자동차가 있는 풍경 – 장욱진/1953/39×30/종이에 유채 >
리움은 이제껏 가 본 미술관이나 전시회 중에서도 기억에 오래 남을 상당히 인상적인 곳이었다. 리움을 나오던 중, 값나갈 듯 싶은 멋진 조형미술 두 점이 놓여있는 미술관 앞 쉼터를 올라가는 계단 어귀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쓰여 있었다.
“우리는 대지모신(大地母神)의 혜려(惠慮)에 힘입어 문화창달(文化暢達)을 위해 미술관을 세웠습니다. 그 뜻을 가상히 여기시어 이 일에 참여하였고 앞으로 참여할 모든 이들에게 기쁨을 내려주시옵소서.
By the grace of the great genius loci, we erected a museum for the cultural renaissance for the ages to come. Upon benevolence of the Holy spirit, Blessings!! to all those who participated or would partake in this project.”
리움은 나에게 상반된 두 가지 느낌을 갖게 하는 곳이었다. 하나는 쉽게 말해 돈으로 뭘 못하겠냐는 약간의 비꼬인 생각, 다른 하나는 뛰어난 예술품과 그림, 문화재 등을 한 곳에 모아 그래도 일반인과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도록 해 준데 대한 고마움 내지 돈을 제대로 쓸 줄 안다는 끄덕임. 나는 위 글귀를 읽은 후, 그만 후자를 택해버렸다. 그 표현된 뜻에 정성이 담겨 있다고 여겨졌던 것이다.
그래서 관람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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