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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병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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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7월 10일 00시 38분 등록
J에게

오랜만입니다.
그대의 얼굴을 보고 대화는 많이 나눴어도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처음이네요.
아마 비 때문일 겁니다.
비, 이 놈이 저의 고질적인 멜랑꼴리를 자극했거든요.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는 기분이 좋아졌는데 계속 퍼붓는 걸 보니 다소 지겹고 짜증나는 날씨군요.
이럴 때 그대가 있으면 우중충한 기분이 싹 가실 거 같군요.
여전히 꿋꿋하게 잘 있으리라 믿어요.

그대를 떠올리면 그대와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기억이 또렷하게 생각나는군요.
십 년 동안 IT 프로젝트를 해오면서 제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생각해봅니다.
제 머릿속에 강렬하게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는 어떤 것일까요?
하나 하나의 프로젝트가 나름대로의 의미가 있기에 잊혀지지는 않겠지만, 지금까지는 아마 그대와 함께 한 프로젝트가 아닐까라고 생각해봅니다.
그대는 저의 생각에 동의하시는지?

제가 그렇게 판단하는 것은 끝이 안보이고 누구나 실패할 수 밖에 없다고 체념하다시피 한 프로젝트 상황을 극복하고 성공(?)적으로 끝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성공의 요인을 추적하다 보면 핵심적인 요소는 바로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회사에서 내로라 하는 인재들로 구성된 팀이 모여서 공통의 목적을 향해 단결된 모습을 지속적을 보여 준 까닭입니다.
저는 이 팀을 불완전하나마 드림팀으로 간주합니다.

갑자기 웬 드림팀 타령이냐고 반문할 지 모르겠지만 저는 언젠가는 꼭 한번 제대로 멋진 드림팀을 구성해서 모범적인 프로젝트, 불후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은 소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저에게는 어떤 일을 하느냐 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누구랑 같이 일하느냐의 비중도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람들,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일하는 기분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요?
아침에 일어나면 출근하는 일이 즐겁고, 사무실로 들어서서 첫 대면하는 설레임이 느껴지는 거죠.

드림팀의 어원은 미국 NBA 농구에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됩니다.
‘환상의 팀’, ‘꿈의 팀’으로 불릴 만큼 최고의 테크니션과 파워를 겸비한 선수들로 구성된 무적의 팀이죠.
드림팀의 명성이 대단했던지 우리나라 야구, 농구에서도 아마와 프로를 막론하고 대표선수로 구성된 팀을 드림팀으로 부르기 시작하여 ‘드림팀’이 이제 보통명사화 된지도 꽤 오래인 걸로 기억되는군요.

저는 드림팀을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고 각자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며 즐거움과 화합을 통해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 이라고 정의하고 싶습니다.
피플웨어의 저자 톰 디마르코는 이걸 ‘단결된 팀’이라고 말하고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큰 팀이라고 설명하더군요.
멋진 표현 아닙니까?
인사 용어로 ‘핵심인력’이라고도 하겠지만 저는 한마디로 ‘매력적인 팀’으로 부르고 싶습니다.

이 매력적인 팀이 모여서 사소한 일만을 할 순 없겠죠?
저는 ‘매력적인 팀’이 해야 할 일을 크게 두가지로 구분합니다.

첫째는 현장 중심의 혁신과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입니다.
실제 현장에서 부딪히는 난관과 도전들을 창의적으로, 선구적으로 해결해 주는 것입니다.
좋은 업무 경험은 항상 도전적인 것입니다.
세계 최초로 인간배아 줄기세포 복제에 성공한 황우석 교수는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합니다.
“이런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국내 생명공학 분야의 최고수들이 모여 구성된 드림팀이 있어서 가능했습니다.”
‘문제가 해결이 안돼? 그럼 드림팀에 맡겨봐’ 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지게 되는 거죠.

둘째는 미래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하는 것입니다.
전략은 기획부서만의 일이 아닙니다.
각 영역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큰 밑그림을 그리는 것입니다.
비단 비전, 비즈니스 전략만이 아니라 조직문화, 인재 육성, 아키텍쳐 등 전반에 걸쳐 목표와 방침, 전략을 수립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수많은 기업들이 의욕적으로 혁신적인 팀을 구성하여 위와 같은 과제를 추진하지만 대부분 실패할까요?
저는 대부분 관료주의적인 모습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파벌을 조성한다거나, 회사 분위기를 해친다거나 하는 관리의 어려움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능력 없는 관리자는 통제력을 포기할 자신이 없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멍청해서 이렇게 관리를 해야 일이 이나마 되는 거야’ 라고 생각합니다.
드림팀에 속한 사람들이 속하지 않은 사람들의 기를 죽일 수도 있지만 드림팀이 이루어 내는 효과에 비하면 대수롭지 않은 문제라고 전향적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또 하나는 자발적으로 최고의 드림팀이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형식적으로 차출되어 구색 맞추기 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단결된 팀은 오히려 일이 재미있어지고 활기차기 때문에 과제를 더 일찍 마치려 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성과 창출에 기여하게 되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갖게 되리라 생각합니다.

자, 그러면 그대와 내가 참여할 드림팀의 모습은 어떠해야 할까요?
그것은 위에서 말한 드림팀의 정의에 요약되어 있습니다.

첫째 목표가 일치해야 합니다.
팀의 모든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결속되기 위해서는 가고자 하는 방향이 분명하게 공유되어야 합니다.

둘째 각자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엘리트 의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우리보다 더 뛰어난 개인은 없다’ 라는 자부심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제록스의 경우는 드림팀에 속한 멤버는 출장을 갈 때 무조건 비즈니스 클래스를 이용하도록 합니다.
사실 어찌 보면 하찮은 것일 수 있지만 이런 엘리트 의식을 고취시켜 주는 것은 팀의 정체성과 커다란 관련이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셋째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드림팀이 단결되었다는 표시는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데서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때로는 이질적이고 무질서적인 것을 용인하고 간섭하지 말아야 합니다.
그들이 떠나지 않도록 행복하게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넷째 서로 신뢰할 수 있는 팀웍이 있어야 합니다.
신뢰란 상대방의 자아를 인정하고 자율성을 보장해 주는 것입니다.
성과가 좋기 때문에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상대방을 전폭적으로 신뢰해 주는 보답으로 열심히 일하게 되는 것입니다.
한 명의 천재보다는 열 명의 조화로운 팀원이 조직의 성과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다섯째 관료주의를 제거해야 합니다.
관료주의는 드림팀의 최대의 적입니다.
드림팀의 운영은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마치 기러기가 'V'자 대형으로 날아가면서 이동을 할 때, 맨 앞의 기러기가 길을 안내하다가 지치면 맨 뒤로 날아가고, 그 다음 기러기가 리더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역할에 따라 리더가 바뀌는 유연한 조직으로 운영되어야 합니다.
오케스트라와 같은 모습이어야 합니다.

이쯤에서 왜 제가 드림팀을 꿈꾸고 있는 지 다시 말해야 할 것 같군요.
저는 드림팀이 개인의 역량을 최대한 키우고 인정해 주면서 팀웍이라는 관계의 놀라운 힘을 보여주는 본보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소위 개인이냐, 조직이냐는 이분법을 넘어서서 관계를 통한 개인과 조직의 조화를 이루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관계를 중시하고, 가족적인 집단적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한국적인 것의 표현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가장 높은 형태의 우정’ 이라고 말한 개념과도 비슷합니다.

저는 이런 형태의 팀이 앞으로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적일 수도 있지만 공동체로서의 모습이 이런 게 아닐까요?
아, 혹시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슈메르체크가 쓴 ‘정글세미나’라는 얇은 책이 개인과 팀의 조화에 대한 저희 생각을 동물이 등장하는 우화 형식으로 잘 설명해 주더군요.

쓰다 보니 길어졌네요.
저도 몰랐는데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군요.
이제 비가 그치고 구름너머 살포시 햇살이 비추는군요.
그대와 제가 다시 함께 일할 날을 기다리며…


2005.07.09
아직도 꿈꾸는 착한 미개인
IP *.5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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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기원
2005.07.10 02:29:59 *.190.84.114
오병곤선생님 좋은 글 감사드려요. 요즘 종합건설법인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팀을 만들고 어떻게 운영하여야하는 지? 고민하고 있던 중.... 완벽한 드림팀에대한 글을 마주할 수있었습니다. 곧 회사개업식때 꼭 초대하고 싶습니다. 님의 글로인해서 우리지승종합건설(주)의 모든 가족이 드림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습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드림팀원에 하나들 추가하자면 서로가 서로를 돕고 나아가 팀이외의 고객및 경쟁사까지 돕는 관계을 만들면 더 좋은 팀이 될 수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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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병곤
2005.07.10 10:27:39 *.51.66.110
먼저 늘 지켜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회사 창업하는게 쉽지 않은 일인데...
자금, 인력, 아이템, 기술 등등..
축하드립니다.
좋은 결과 있으리라 믿습니다.
드림팀에 고객, 경쟁사까지 포함한다면 보살팀이 되지 않을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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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원
2005.07.11 04:01:09 *.61.95.10
역씨 멋진 말입니다. 보살팀^^* 그래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기존의 방식보다는 새롭게 생명력이있는 법인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보살팀은 고객이있고 경쟁사가 있는 한 그시장이 끝나는 날까지 해야만 하는 일이 있고 삶을 즐길 수있을 것이며,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받아들일 것입니다. 보살팀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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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동
2005.07.11 23:21:47 *.111.251.128
나중에 저도 또 한명의 J가 됐으면 좋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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